농로길 교통사고, 언제까지...

등록 2007.12.12 20:19수정 2007.12.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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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농로인 춘천-화천 407번 지방 국도 ⓒ 윤요왕

마을 농로인 춘천-화천 407번 지방 국도 ⓒ 윤요왕

 

또다시 교통사고가 났다. 공부방 앞 도로에서 중학생 아이가 차에 치였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복지농촌 만들기’라는 주제의 교육이 있어 부모님이 공부방에 계셨고, 학교를 마치고 버스에서 내린 아이가 공부방으로 건너오다 벌어진 사고였다.

 

차에 치이면서 아이의 머리가 자동차의 유리창을 박살냈고 아이의 몸은 하늘로 떴다 떨어졌다. 그 장면을 목격한 초등학생 여자아이는 바로 그 자리에서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숨진 아이의 동생이었다. 사고를 목격한 동네 할아버지는 ‘죽었구나’ 생각했단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이는 2주 만에 퇴원했고 목과 허리만 조금 다쳐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긴 한숨이 나온다.

 

그렇잖아도 공부방 앞마을 도로가 너무 위험해 시의원을 통해 방지턱 또는 무인카메라 설치를 알아보던 중이었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우리의 요구는 법과 돈 앞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지방 국도’라 방지턱은 법적으로 안 되고, 무인카메라는 교통량이 적어 비싼 비용으로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을 중앙을 관통하는 이 도로는 춘천-화천간 407번 지방 국도로 어디나 그렇듯 농촌마을에서는 농로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춘천에서 화천으로 출퇴근하는 차량들과 덤프트럭들로 이 농로길은 항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올해만 해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동네 아저씨의 사고가 있었고, 추돌사고도 여러 건 있었다.

 

특별히 인도도 없는 구간이 많아 노인들이나 아이들은 목숨을 걸고 다녀야 한다. 그래서 방지턱이나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과속만은 막아야 한다고 하소연해 보지만 법과 비용 때문에 그 또한 힘들다고 한다. 어떡하란 말인가? 법을 바꾸려면 농촌의 농민들이 국회의원을 움직여야 한다. 도대체 농촌출신 국회의원들은 뭘 하고 있는지.

 

동네아저씨는 트랙터로 길을 막자고도 하고, 시청에 쫒아가서 책상을 한번 뒤엎어야 한다고도 한다. 사고소식에 도로관리사업소, 면에서 나와 사진을 찍고 설명을 듣고 갔다. 이렇게 위험한지 몰랐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하는지.

 

독일헌법에는 ‘국가의 전 국토에 걸쳐 단위면적당 인구밀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의 과밀현상을 해소하고 농촌지역의 적절한 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다고 강제로 이주정책을 펼 수 없기에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 소득보존은 물론 복지, 문화, 교육, 교통 등 기반시설 확충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독일농민들이 부러운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시민 차량들이 아니라면 한적한 농로 길을 안전하고 편안히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농촌은 인구수가 갈수록 적어 표도 별로 안 되니 당연히 농촌정책은 부실 할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하루에 교통사고가 얼마나 많이 나는데 웬 호들갑이냐고 말하는 분도 있을 거다. 그러나 우리 동네 한번 와보면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알게 될 거다. 출퇴근시간대에 이 마을길은 꼬리를 문 차량행렬이 도시에 버금간다. 낮에는 100km를 넘는 속도로 달리는 덤프 차량들로 항상 긴장해야 한다. 운전자들에게 이 길은 조심해야 할 농로길이 아니라 신호등 하나 없어 시간을 단축하기 좋은 잘 닦여진 한적한 도로일 뿐이다.

 

더 이상 농촌의 노인들이 또 아이들이 우리 마을길에서 죽고 다치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농민들이 트랙터나 경운기를 몰고 마을길을 막는 지경까지 가면 안 되는 거다. 시청에 가서 책상을 엎는 상황이 되어서도 안 되는 거다. ‘사람위해 법이 있고, 사람 나고 돈 났지’ 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되새겨 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윤요왕씨는 귀농한 농사꾼으로, 공부방 교사로, 지역활동가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12 20:1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윤요왕씨는 귀농한 농사꾼으로, 공부방 교사로, 지역활동가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농로길 #교통사고 #농촌복지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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