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인사들의 정동영 지지, 올바른 시대정신인가

등록 2007.12.17 17:40수정 2007.12.17 17:40
0
원고료로 응원

이른 바  재야원로들이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후보단일화를 중재맡았던 재야인사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대선영향력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의 정동영 후보 지지는 대선결과와 관계없이 재야인사의 공신력에 큰 상처를 낼 듯하다. 왜냐하면 과거 재야인사들이 김대중 후보나 노무현 후보를 지원했던 행위가 지역주의에 갇힌 한국민주주의를 회복시킨다는 일말의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이번 정동영 후보지지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정치공학적 현상에 충실한(?) 지지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문국현 후보측이 이들 재야인사들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없었던 저간의 사정도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게 되었다. 시민사회출신인 문 후보가 넓은 의미의 시민사회인사들인 이들 재야원로들에게 무조건 후보단일화권한을 위임할 수 없었던 것도 시대정신을 중심으로 한 선택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공학적 선택을 염두에 둔 이들 재야인사들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볼수 밖에 없다.

 

사실 나는 90년대부터 이들 재야인사를 시민사회인사로 분류하는 것에 이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시민사회라면 어느 정도 현실정치에서 거리를 두고 시민사회가 지향하는 보편적 인류가치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시민사회인사라고 해서 정치적 선택과 공표를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시대정신을 중심에 둔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나다.

 

문제는 시대정신과 관계없이 과거 민주화운동시절부터 쌓아온 개인적 교분을 중심으로 특정정파와 관계를 가져온 재야인사들이다. 이들은 김대중-노무현정부 임기동안 여러 모양으로 한자리씩 차지했던 분들이다. 문제는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당시 상황에선 최선의 선택지였지만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그들이 담당했던 시대엔 분명히 그들의 시대정신이 있지만 언제까지나 시대정신일 순 없다.

 

그런데 과거의 시대정신에 해당하는 관점을 가진 재야인사들이 아직도 개인적 명망성을 가지고 폭넓게 확산된 시민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전형적인 문화지체 현상이라고 할수 밖에 없다. 민주개혁세력이 시대정신이었던 시대에 그들의 활동은 눈부시지만 이제 그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로 접어들려고 하는 시점에서 터져나온 이들의 정동영 후보지지선언은 과거 정신의 강요로서 매우 부자연스러운 아집이요 오만이 될수도 있다.

 

아직도, 먹고 살기에 힘겹지 않은 팔자좋은 재야인사가 시민의식이 전면화되어 어느 대표성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여전히 과거방식의 명망성 하나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그 분들 스스로 자신들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행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 때 민주화운동의 동지로서 어깨를 나란히 했던 김동길 교수나 박홍 총장의 오늘의 모습을 보면서 시대흐름에 둔감하고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재야인사들이 어떻게 망가져가는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 

 

하여 오늘 나는 재야인사들의 정동영  지지선언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새시대 패러다임을 버리고 현실정치공학적 선택을 민주적이라 강변하는 그 안타까운 모습을 우리 모두 똑똑히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개혁세력의 마지막 보루라 할수 있는 재야인사들도 이렇게 세월과 함께 그 역사적 소명을 다해가는구나 하는 아쉬움이 이번 대선이 우리에게 주는 또다른 쓴잔 일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애석하고 안타까운 노릇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석수의 '자유자재'>(http://blog.daum.net/kss60) 에도 올린 글입니다. 

2007.12.17 17:4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석수의 '자유자재'>(http://blog.daum.net/kss60) 에도 올린 글입니다. 
#정동영 #문국현 #재야인사 #지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