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먹으면 아들 낳아~ 남자들에게 최고여!"

여수 서시장·교동시장 풍경...신돈이 즐겨먹었던 정력제 '게불'

등록 2007.12.25 11:24수정 2007.12.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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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불 고려 말 요승 신돈이 즐겨 먹었다는 정력제 게불 ⓒ 조찬현


“얼른 오이다. 마시(개시) 하이다.”
“얼마요?”
“새우 한 바구리에 만 원.”
“이렇게 많이 안줘. 아줌마! 내일 쉰께 그라요.”
“에이~ 더 줘~!”


24일 전남 여수 서시장의 도로변. 화양면에서 장보러 나온 할머니 한분과 노점상 아주머니의 흥정이 오간다. 이곳 서시장에 가면 없는 게 없다. 재래시장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오후에 장이 서는 곳이라 오전에는 비교적 한산하다.

길을 건너면 교동시장이다. 연등천을 따라 길게 시장이 이어진다. 입구에서부터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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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 상인과 고객이 흥정을 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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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도다리 작은 점이 많은 담배도다리 ⓒ 조찬현


쫄깃하고 맛과 향이 좋아 횟감으로 인기 좋은 게불

“쌩걸로 먹어. 뒀다 낼 잡사도 걱정 없어요.”

커다란 쟁반에 담겨있는 새조개가 5천원, 1만원이다. 새조개, 새우, 전어, 낙지, 아귀와 도다리, 작은 점이 많은 도다리를 아주머니는 담배도다리라고 알려준다.


“몇 개 드릴까요?”
“파래가 한제기에 2천원.”
“이건 꼴뚜기여, 무쳐먹기도 하고 그냥 날걸로 먹어도 맛있어.”

깡통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시린 손을 녹여가며 생선 손질을 하던 꼬막아주머니가 파는 꼴뚜기는 눈이 또록또록 살아있는 듯 싱싱하다. 상인들마다 각자 다른 품목을 팔고 있다. 다양한 생선들과 해초류가 가득하다. 꼬막아줌마는 새우와 꼬막, 미더덕, 석화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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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불 할머니 “이거 먹으면 아들 낳아요, 남자들에게 최고여!” ⓒ 조찬현


게불 할머니는 게불을 판다.

“이거 먹으면 아들 낳아요, 남자들에게 최고여!”

모래갯벌에서 굴을 깊숙이 파고 사는 게불은 정력에 좋다고 한다. 수축이 심하여 크기를 분간하기 어려우나 보통 길이가 10∼15cm 정도의 크기로 살색이다. 게불의 내장을 제거하고 가시가 돋은 끝부분을 잘라낸 뒤 잘 씻어서 초장에 꾹 찍어 먹으면 오도독 오도독 쫄깃하고 맛과 향이 좋아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게불은 지렁이를 닮아 좀 낯설고 생소하다. 한방에서는 성기능이 쇠약해져 음낭 밑에 습기가 차거나 냄새가 날 때 게불을 권한다. 또한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전을 용해하는 성분이  있어 고혈압 환자나 다이어트에도 아주 그만이다. 회로 먹는 게 최고지만 석쇠에 호일을 씌우고 고추장 양념구이를 해 먹어도 좋다. 고려 말에 요승 신돈이 게불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꼬막아주머니와 게불 할머니, 낙지할머니, 파래할머니, 그렇게 사이좋게 도란도란 모여서 장사를 한다.

“용돈이나 벌려고 해. 해가 갈수록 힘들어.”
“중국산에 밀려 힘들어.”
“그런대로 그냥 그래요.”
“국산낙지 사가이다. 놀미한(노란색) 거는 수입산이여.”

20년 낙지장사를 했다는 낙지할머니는 노란빛이 나거나 붉은 빛이 도는 것은 수입산이라며 국산은 척 보면 알아본단다.

“낙지는 산 걸 탕탕 썰어 기름장에 찍어먹어야 맛있어.”

한 쟁반에 1만원, 10여 마리 남짓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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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시장 여수 교동시장 풍경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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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뚜기 싱싱한 어물전 꼴뚜기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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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아주머니 새우를 다듬는 꼬막아주머니 ⓒ 조찬현


돈을 벌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파래 할머니는 원래 쪽파와 고추 장사를 했는데 요즘이 파래 철이라 파래와 매생이, 감태, 물김을 판다. 매생이 한제기에 5천원, 파래는 2천원이다. 파래 3제기를 한꺼번에 사면 5천원이다.

남산동에 사는 할머니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마치고 4시 30분경 집을 나섰다. 오후 5시까지 이곳에서 장사를 한다. 이곳에서 장사를 마치고 오후 장인 서시장으로 옮겨가는 이들도 있지만 할머니는 이곳에서 하루의 장사를 마친다고 한다.

“돈 벌어서 물 항아리에 담아둬, 그런데 밑구멍이 빠져서 안 차네. 그걸 채울라고 만날 다니오, 어쩔 수 없제. 설 쇠면 나이가 80인디, 이 장사도 벌써 50년이나 됐어. 할아버지는 4년 전 먼저 가 부렀어, 나보다 더 건강했는디.”

할머니의 투박한 손을 보니 얼마나 거친 세월을 살아왔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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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할머니 파래 할머니는 원래 쪽파와 고추 장사를 했는데 요즘이 파래 철이라 파래와 매생이, 감태, 물김을 판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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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낙지 "국산낙지 사가이다. 놀미한(노란색) 거는 수입 산이여”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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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 손질해 놓은 갑오징어 꽃이 활짝 피었다. ⓒ 조찬현


“추운데 한데서 고생하시네요.”
“보일러도 있어, 할머니가 꾀가 많제.”
“어디요?”
“이 깡통이 보일러여.”

구멍 숭숭 뚫린 깡통에 숯불을 피워 박스에 넣어뒀다.

“오늘은 포레(파래)가 잘 안 팔리네. 아이고~ 모르겠다. 많이 넣어 줘버려….”
“죽고 살고 벌어다 놓으면 어디로 다 빠져 간가 빠져 불고 없어. 항아리가 안 차서 계속 장사를 해.”

돈을 벌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파래할머니, 꼬막아주머니와 게불 할머니, 낙지할머니, 삶에 지친 이분들의 주머니와 독에 돈이 가득 가득 했으면 좋겠다. 그분들의 휑한 마음 조각에 밝은 미소가 만발하기를 기원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게불 #교동시장 #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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