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겨울, 도 넘은 이상 고온

강수량 줄고 대기오염 상태 심각... 스모그·황사 한반도까지 위협

등록 2007.12.28 20:21수정 2007.12.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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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후에 맑은 날씨를 보인 베이징 모습. ⓒ 조창완


중국의 겨울 가뭄과 고온 현상이 심상치 않다. 평년 같으면 최저기온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는 하얼빈의 12월 날씨도 가장 추워야 영하 20도 정도다. 26일자 중궈치상바오(中國氣象報) 보도에 따르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 헤이롱지앙(黑龍江)성의 평균기온은 평년 기온에 비해 1~3도 이상 높았다.

더 심각한 것은 강수량이다. 동기간에 치치하얼(齊齊哈尔), 따칭(大慶), 지아무스(佳木斯) 지역의 강설횟수는 평년의 10%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눈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현저히 줄었지만 호흡기 질환자의 증가나 가뭄의 심화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냉대침엽수림으로 거대한 산림자원인 이곳이 산불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동북호랑이 등 야생 동물들의 식량난도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현상은 헤이롱지앙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린(吉林)성이나 랴오닝(遼寧)성 등 다른 동북의 성들도 눈이 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더 내려와 네이멍구나 허베이(河北)도 마찬가지다. 허베이성에 둘러싸인 베이징, 톈진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이들 지역은 27일부터 예정된 눈에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눈이 온다고 해도 올 겨울 침입한 따뜻한 겨울(暖冬) 현상이 약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듯한 겨울 '곰 잠 못들다'

평소 같으면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은 이들이 넘칠 12월 베이징 거리에서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얇은 옷들이다. 일상적인 기온도 영하 8도에서 영상 10도 수준으로 한낮에는 얼음이 녹을 정도다. 평년의 베이징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날씨다. 동지였던 12월22일에는 영하 2도에서 영상 4도로 1971년 이래 최고기온의 동지였다고 중국기상대는 발표했다.

따뜻한 겨울은 일반인들이 생활하기에 좋지만 다양한 문제들이 나오고 있다. 보통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1월을 기점으로 베이징 등 화베이 지방은 안개의 철이 된다. 안개로 인해 비행기들의 연착 사태가 빈번하고, 주요 고속도로는 봉쇄되어 물류대란이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환절기에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했지만 올 안개에는 유난스러운 것이 있었다. 바로 오염물질의 급속한 증가다. 요즘 오후 4시가 넘으면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외출하기가 여간 곤욕이 아니다. 공기 중에 들어있는 오염물질이 기압을 타고 내려와 매캐한 냄새를 뿌리기 때문이다. 유연탄 냄새는 물론이고 기관지가 나쁜 사람들은 숨쉬기 힘들 만큼 오염된 공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베이징, 톈진 및 두 지역을 둘러싼 허베이성을 비롯해 인근 네이멍구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11월만 넘어가면 완전한 황토빛으로 바뀌고 겨울 준비를 하는데 11월 중순 약간의 강수가 있었지만 큰 규모의 강수는 한번도 없었다. 거기에 대기가 안정적이어서 공기의 유동이 없다보니 기압대가 낮아지는 오후 늦게면 대기는 지독한 스모그로 몸살을 앓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바람이 강해지면 이쪽의 대기는 빠르게 동진해 우리나라를 황사로 몰아넣게 된다. 지난 11월 26일 경을 비롯해 벌써 여러차례 우리나라를 지나간 겨울황사도 이런 중국의 강수량 부족과 스모그의 증가가 원인이 된 것이다.

사실 베이징의 경우 겨울에 왕왕 아주 맑은 날씨가 나타나서 여행객들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올들어는 안개와 이에 따른 스모그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거의 없었다. 또한 기압대가 낮아지면서 극심한 스모그가 계속되고 밤에는 물론이고 아침까지 유연탄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뜻한 겨울 현상은 겨울잠을 자야하는 동물들에게도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다. 12월 26일자 <따중왕(大衆網)>은 산둥성의 성도 지난(濟南) 동물원의 흑곰이 고온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6일자 <충칭상바오(重慶商報)>도 봄에 피는 해당화나 벚꽃이 피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상고온으로 잠들지 못한 흑곰을 소개한 기사와 너무 일찍 핀 봄꽃소식을 알리는 보도. ⓒ 조창완


공기오염 상태 심각

그런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쉽사리 끝나지 않고, 초겨울 내내 지속될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베이징완바오(北京晩報)>가 12월 1일 중국기상국의 발표를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1월의 평균기온은 3.5도로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았다. 또 강수량도 10.1㎖로 198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12월 역시 전체적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도 낮았다.

베이징기상대 궈지잉싱(郭建興) 고급연구원도 향후 1주일 평균기온이 2℃ 전후로 평년에 비해 비교적 높고 최고기온은 9℃까지도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중국 도시들 역시 공기오염으로 인해 급속한 피해를 입고 있다. 11월 29일 12시부터 하루동안 헤이롱지앙 남부, 신장 중부, 칭하이 동북부, 깐수 중부, 저지앙 북부, 충칭 등지 공기오염 수준이 3급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베이징도 오염상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1월 한달 동안 공기질량 2급인 날이 19일로 지난 7년 평균에 비해 3일이나 많았다. 12월 27일에는 베이징, 톈진은 물론이고 허베이, 랴오닝, 네이멍구, 산둥, 허난 등지에 가시거리 1000m 이하의 극심한 안개가 내습했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공항에서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고, 고속도로는 통제되어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었다.

한국 겨울 대황사 가능성은?

겨울철 베이징이나 네이멍구의 대기오염이나 황사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많지 않다. 강력한 편서풍을 타고 동진해 1~2일만에 우리나라를 습격하는 봄철 황사와 달리 겨울철은 바람의 강도가 강하지 않고, 한반도를 향하는 시베리아 기단에는 대부분 눈이 동반하기 때문에 황사의 강도는 약하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베이징이나 네이멍구 등지에서 지금과 같은 고온 건조 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강풍을 동반한 시베리아 기단이 강습하면 황사나 오염물질도 시베리아 기단에 뒤섞여 한반도를 강습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자비왕 때(478년) '누런 눈(黃雪)이 내렸다'는 기록이 있는데 올해 다시 한번 이 재앙이 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황사의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봄철 황사에 버금가는 황사도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베이징 등 화베이지역이나 네이멍구 서부 훈찬타커 지역은 황사가 발생하기 좋은 황막화(荒漠化) 지역인데, 한반도에서는 1000~1500km 지점에 위치해 하룻밤이면 부상한 먼지가 한반도에 닿을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설혹 대규모의 재앙적 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향후 우리나라에 내릴 눈은 현재 베이징이나 네이멍구의 건조현상이나 오염상태가 반영되기 때문에 무턱대고 눈을 맞기에는 위험할 수 밖에 없다.

또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매년 3월부터 한국을 내습하는 중국발 황사의 위험도 그 만큼 높아진다. 따뜻한 겨울 현상은 한국에 영향을 주는 네이멍구나 허베이 전체에 퍼져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최악의 황사가 내습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에 눈이 내린다고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진행되는 따뜻한 겨울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는 봄철 황사는 보통 3월 말에 라니냐나 엘리뇨 현상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나타난다. 이때 네이멍구 지역이 황사가 발생하기 좋은 상태라면 대규모 황사가 발생하고, 상대적으로 괜찮은 환경이라면 황사의 수치나 빈도는 줄어든다.

이 황사 근원지의 상태는 겨울 내내 내린 강수량이나 증발량 등과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겨울철에 들어가지 않은 지금 내년 봄 황사를 예측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 다만 예년에 비해 강수량도 적고 기온이 높아서 지금까지의 상황은 아주 나쁘다고 예측할 수 있다.

올림픽 기후도 지금의 황사나 대기오염 상태로 예측할 수 없다. 중국이 8월8일을 올림픽 개막일로 선택한 것은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기단 변화가 많아서 대기의 순환이 빠르고, 인공강우가 가능해 온도 조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년 동안 올림픽 기간의 기온을 낮추고, 대기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험을 실시해 만점에 가까운 성공적인 날씨를 선보인 바 있다. 물론 실제 올림픽이 있는 내년에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인공강우나 강우저지 등을 통해 올림픽 날씨나 공기오염도 조절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맑은 날에도 오염띠가 낀 베이징 모습. 가운데가 오염띠다. ⓒ 조창완


짙은 안개로 혼잡을 겪은 27일 베이징 모습. ⓒ 조창완


#중국 겨울 #이상고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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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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