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포기가 안정적 국정수행의 전제입니다

[편지] 이명박 당선자님, 한반도 대운하 과감히 포기해 주십시오

등록 2008.01.05 16:33수정 2008.01.0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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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님,
이명박 예비 대통령님,

먼저 치열했던 한나라당 당내경선을 거치고 대선에서도 결코 쉽지 않았던 그 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신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대선과정을 지켜보면서, 선거가 이렇게 험난한 길이라면 저는 골목선거조차도 나설 꿈을 꾸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 길은 개인적 소신과 선거승리의 목적이 이념적으로 충돌하는 영역이고, 소신을 꺾더라도 당선되어야겠다는 선량한 양심이 소멸되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본의 아니게 한 학술단체의 발표자로 나서서, 평소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경부운하 반대의 입장을 법리적 논거를 들어 비판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경부운하 반대론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한반도 대운하 반대론자 중 한 사람에 본의 아니게 이름이 올라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갈등과 분쟁의 '법적'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독일에서 유학하던 1980년대 중·후반에, 이해관계가 첨예한 각종 행정계획을 둘러싼 공청회에서 반대론자의 계란과 토마토에 범벅이 된 참여자의 모습을, 환경론자와 반핵주의자들이 원전 가동연한 연장 논의에 반대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곤봉을 맞고 피흘리며 끌려가는 모습을, 핵폐기물 해상운송을 반대하며 가로막는 그린피스 선박에 강력한 물총세례를 가해 그린피스 회원이 바다에 나가떨어지던 현장 등을 보면서 사회의 갈등조정이 얼마나 큰 과제인지를 실감하였습니다.

그리고 귀국 후 헌법재판소에 근무하던 수년간 한국에서 전혀 연구되지 않던 권한쟁의 심판제도에 대한 선도적 연구를 하면서, 각종 갈등의 법적 해결 문제를 고민해 왔습니다.


한반도 대운하 문제에 왜 법학자가 나서서 반대하느냐는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운하가 경제성이 있는지, 기술수준이 갖추어져 있는지, 국가와 국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줄 애물단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등 환경적·경제적 문제만 해결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례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새만금과 신행정수도 문제만 보더라도 경제성·기술성의 적합·타당성을 이유로 밀어붙인 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경험하였습니다.

새만금은 행정집행상의 위법성 문제로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의해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신행정수도법은 입법과정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받았습니다.

법학자의 소임은 사후수습적인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합의에 기초하여, 법리적 검토하에 사전에 위헌·위법성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국가·사회의 소모적 논쟁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그 검토 결과 법리적으로 위헌·위법적 논란 사항이 많이 확인되었고,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여 접근할 것을 그 학술대회에서 주문하였던 것입니다.

포기 결단이 국민의 신뢰도를 높일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한반도대운하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선거승리가 대운하 추진의 국민적 추인이라는 주장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미 내륙지방의 투기성 외지인 토지매입, 낙동강 인접지의 지가급등, 대형건설업체의 특혜성 시비 등 종래 제기했던 문제 외에도 여러 후속적인 갈등 요인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 주민과 사업주체와의 분쟁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대운하 추진에 앞서 먼저 다각도에 걸친 사업의 타당성 분석을 공개적으로 해 주십시오. 그리고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이 드시면 과감히 포기해 주십시오. 그것만이 국가를 위하는 것이고, 이명박 당선인님을 위한 길입니다.

한반도대운하TF팀은 폐지하시고 장기적 과제로서 국가미래발전TF에 편입시키십시오. 그것을 포기했다고 하여 국민들이 당선자님의 우유부단을 비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결단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감을 더욱 얻게 되실 것입니다.

국민들은 진심으로 이명박 당선인님이 안정된 국정 수행을 해 주실 것을 바라고 있음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적어도 "한반도 대운하 포기 선언", 이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은 믿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당선 후에 더욱 바쁘신 이명박 당선인님의 건강을 기원드리며, 제가 지난해 8월 6일에 제 오마이블로그에 썼던 글을 첨부하면서 마치겠습니다. 꼭 한번 읽어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2008년 1월 5일
경북대학교 법과대학
신봉기 교수 올림.

이명박후보가 경부운하를 포기한다면...
경부운하/한반도대운하 | 2007/08/06 12:34 | 독일의눈
이명박 후보가 경부운하를 포기할 수 있을까? 경부운하 포기는 곧 그의 야심찬 747대선공약이 허물어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그는 경부운하, 한반도대운하를 포기할 수 있을까?

나는 이명박 후보가 경부운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어쩌면 그를 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가 경부운하 공약을 포기한다면 대선공약을 허물더라도 도저히 실현불가능한 것은 하지 않겠다는 그의 용단이, 대통령이 안되더라도 해서는 안될 것은 하지 않겠다는 그의 배포가, 섣불리 제시했던 공약이 자꾸만 부풀려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건만 그것조차 포기할 줄 아는 그의 단호함이, 주변의 핵심참모들의 사탕발림 떠받들기를 과감히 내칠 줄 아는 그의 공정한 판단력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1의 핵심공약을 포기하더라도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그의 국민을 향한 열망이 존경스러워서라도 그를 향한 나의 관심이 높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기치 않게 한 학술대회에서 허황된 경부운하 구상을 비판하는 발표를 했다가 반 이명박 학자로 나를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굳이 그런 식으로 보겠다면 '반 이명박'이 아닌 '반 경부운하'가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경부운하의 허구성을 비판한 것이 당시 정치상황에서 이명박 반대론자로 받아들여질만 했지만 법학을 전공하는 한 사회과학도로서 섣불리 어느 한 후보에게 친밀감을 표할 만큼
어리석지가 않은 것임을 아는 이들은 다 아는 것 같은데, 그리고 특별히 이든 박이든 양쪽 어느 캠프와도 조그마한 인연조차 갖지 않고 있고 그런 인연을 원하지도 않는데, 어쩌면 그의 정책을 비판을 한 것 때문에 나 스스로 가지게 된 자격지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그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것은 경부운하의 과감한 포기선언을 전제로 한다. 경부운하는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믿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선거과정에 걸림돌이 되었던 자들을 색출하는 작업이 지방국립대학의 표나지 않는 한 학자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하더라도, 순수한 학자적 양심에서, 경부운하는 안된다는 것을 주장함으로 인해 받게될 어떠한 핍박도 받을 각오가 되어 있음을 지금 이 시점에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를 포기할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경부운하, 한반도대운하를 주장하던 중 불거진 대운하보고서로 인해 야기된 각종 논란을 즐기고 있는 듯하여 더욱 실망스럽고, 그의 주변 참모들의 볼썽사나운 행동들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공직선거법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 선관위의 위기, 헌법재판소의 정치 사건 개입 초래, 서울시정연구원과 수자원공사 등 여러 공공 연구기관의 순수 연구자들의 고통,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론분열 초래.

원인을 찾자면 수없이 많겠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이 경부운하, 한반도대운하라는 허황된 공약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에서 나는 아직도 그를 지지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호남운하 외에도 또 충청도에 금강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후보자 토론회에서 공언하고 있다. 토론회가 개최되는 곳곳에서 운하를 외치는 것을 보면 쉽게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이제라도 과감하게 경부운하를 포기해준다면 진심으로 나는 그를 다시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운하로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한반도대운하를 여론 수렴하여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말과 달리, 관련 TF팀에서는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상황은 이명박 당선자의 결단이 필요한 것 같아, 경부운하 반대를 주장해 온 한 공법학자로서 진지하게 서신으로 그 포기를 당부드리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한반도대운하를 여론 수렴하여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말과 달리, 관련 TF팀에서는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상황은 이명박 당선자의 결단이 필요한 것 같아, 경부운하 반대를 주장해 온 한 공법학자로서 진지하게 서신으로 그 포기를 당부드리고자 한다.
#경부운하 #한반도대운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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