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경쟁력은 교원들의 성공의지에 달려있다

[지방 로스쿨에 대한 고언]

등록 2008.01.09 09:55수정 2008.01.09 14:11
0
원고료로 응원
로스쿨 실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방은 끝났고 수도권만 일부 남아있는 상태다. 총정원을 정함으로 인해, 나 아니면 너라는 것, 네가 되면 내가 탈락해야 하는 것 때문에, 분위기가 흉흉한 것 같다.

요즈음 만나는 이들은 모두 자기 학교는 완벽하게 시험을 잘 치렀다고 큰소리친다. 대신에 어느 학교는 무엇이 문제고, 어느 학교는 제대로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신청서를 제출했고, 또 어느 학교는 어느 사항을 부풀렸기 때문에 실사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도 한다. 상대적으로 우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리라.

불과 얼마 전까지 각 대학은 로스쿨 총정원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었다. 일부 지방국립대를 제외한 30여개 대학은 교육부가 아닌, 법학교수회에 인가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인가기준 설명회에서는 그 큰 강당에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또 제출 마감이 다가오자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느냐는 듯 앞다퉈 교육부 앞에 신청서 박스가 장사진을 이뤘다.

상황이 이러니 힘들게 단식투쟁에 나섰던 분들의 섭섭함을 잘 알 수 있다. 각설하고, 이러한 상황에는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기에, 먼저 그분들에 대한 노고에 감사와 유감을 표하고자 한다. 이제 실사와 가인가 후를 생각하면 또 한번의 큰 혼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에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걱정의 핵심은 "로스쿨의 경쟁력" 때문이다.

로스쿨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우수한 학생과 경쟁력 있는 교원이다. 우수한 학생이야 학생유치를 위한 노력과 현재의 대학 이미지를 보고 찾아오는 것이니 대학에서 어찌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따라서 경쟁력의 핵심은 '교원'에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기에 이미 인가기준에서 "교원의 역량"과 "교육과정"에 가장 큰 비중을 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지방 사립대학이다. 서울의 유명대학이나 국립대학은 그간의 성과와 지명도 및 저렴한 등록금으로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 근래에 유능한 교수들을 스카우트 해서 기반을 튼튼하게 해 두고 있다. 그러나 그 외 대학들, 특히 지방 소재 대학의 경우에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방 국립대학은 등록금이라도 적으니 지방사립보다는 그나마 훨씬 나은 상황이다.

등록금은 지방국립대가 학기당 4~5백만원 수준이니 지방사립대가 50~100%는 높다. 교원은 소위 능력 있다는 교수는 상당수가 서울 등 유력한 대학으로 옮겨 버려서 상대적으로 교원의 역량도 밀리는 상황이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긴 하지만.


결국 서울 유력 3대 메이저대학 - 그 뒤를 잇는 3개 유력 사립대학 - 우수 교원과 시설을 보강한 서울 소재 사립대학 - 지방 국립대학 - 지방 사립대학의 순으로 이미 그 순위가 정해져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기존의 성과로 인해 이렇게 로스쿨 순위도 고착화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의 로스쿨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로스쿨의 성패는 "교원"에 달려있다. 우수하고 실적 많고 능력 있는 교원이라고 하여 로스쿨 교원으로 최적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한 우수하고 유능한 교원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하여 그 로스쿨이 최고의 로스쿨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들이 하나의 공동목표를 지향해야 하고, 그 실현을 위해 제각기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하고, 문제점의 개선에 너나 없이 머리를 맞대어야만 로스쿨이 성공할 수 있다.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성과를 달성해야 하겠다는 공동목표에 교원들이 뜻을 함께 해야 한다. 혼자만 독불장군처럼 지내서는 안되고 보충학습을 통해서라도 제각기 학생의 실적향상에 그리고 시험합격에 몰입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 대한 교원 개개인의 성과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하고 진지하게 방법론을 연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교원 상호간의 인격과 의견을 존중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로스쿨 학생의 교육에 있어 교원의 논문실적은 많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경험과 학력 및 경력을 갖춘 학생이 우수한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으로 교원의 기준은 충분하다. 그 과정에서 교원의 대외활동은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보완적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적 많고 활동적인 교원들이 반드시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보다 진지하고 정열적이며 합격자 배출성과에 관심이 높다고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로스쿨 신입생들은 대부분 이미 우수한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다. 그들을 어떻게 다듬고 연마하여 변호사시험에 합격시키는가는 교수들의 교육방법에 달려 있다. 또 개별 로스쿨의 체계적 교육과정 그리고 구성원들의 정성과 노력에 달려 있다. 우수한 학생들에게 그 길을 가르쳐주는 것이 교원의 책임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우수한 학생을 더욱 우수하게 하는 것은 교원들의 책임이지만, 그 책무수행이 반드시 개별 교원의 연구실적쌓기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이것은 우수한 학자, 연구실적 많은 학자, 활동 많은 학자들을 많이 모았다고 하여 그에 비례하여 항상 그 성과가 탁월하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에 비해 조금은 실적이 부족하더라도, 대외활동을 다소 적게 하더라도, 지명도가 특별히 높지는 않더라도, 그리고 탁월하게 우수한 학자까지는 못되더라도, 적어도 매해 일정 수의 사법시험 합격자를 배출한 경력이 있는 대학 정도의 교원들이라면, 이들이 학생에 대한 "정열과 정성"을 추가로 갖추어 교육한다면 오히려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로스쿨의 성과는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배출된 졸업생들의 장래 법조인으로서의 활동역량이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당장에는 그것보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과 합격자수를 기준으로 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교원 개개인의 논문 한 편 많은 것이 로스쿨의 성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졸업생들의 합격 성과가 곧 각 로스쿨의 실적이 되는 것이다.

우수한 교원들로 구성되었지만 서로간에 반목하고 융화되지 않아 삐걱거리는 로스쿨보다는, 지방에 있더라도 교원 상호간의 신뢰와 협력에 기초한 로스쿨이 좋은 로스쿨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서울 및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국립이든 사립이든, 메이저 유명 대학이든 다소 뒤쳐졌던 대학이든, 로스쿨의 성공 여부는 구성원들의 의지에 달려있기에 새로운 출발점에서 미래를 보며 경쟁하자는 뜻으로 이 글을 올린다.

덧붙이는 글 | 서울 소재 대학들이 로스쿨에 필요한 요건 충족을 위해 특히 지방의 우수한 교원들을 대거 스카우트 해 가는 바람에 지방대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지방대학이라 해서 결코 모든 것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로스쿨 시대에 대학서열 재편은 필연적이다. 지방대학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서울 소재 대학들이 로스쿨에 필요한 요건 충족을 위해 특히 지방의 우수한 교원들을 대거 스카우트 해 가는 바람에 지방대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지방대학이라 해서 결코 모든 것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로스쿨 시대에 대학서열 재편은 필연적이다. 지방대학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로스쿨 #법학전문대학원 #사법시험 #변호사시험 #교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타이어 교체하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됐다
  2. 2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3. 3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4. 4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5. 5 미국 보고서에 담긴 한국... 이 중요한 내용 왜 외면했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