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는 당연한 국민투표 대상

'우격다짐' 밀어붙이지 말고 민의 수렴해야

등록 2008.01.15 14:48수정 2008.01.15 15:02
0
원고료로 응원
"국민투표권은 헌정의 실제에 있어서는 '국민적 정당성'을 표방한 독재정치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 원로 헌법학자 허영 교수의 표현은 특히 우리 헌정사에 있어 이념과 실제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한반도대운하 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인수위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통일되지 못해 그 갈등이 외부로까지 표출되고, 심지어 언론에는 제2의 IMF를 가져올 것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등장한다.

비록 세계역사상 집권자의 정책이 국민투표에서 패배한 예가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사례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더 큰 국익침해의 초래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이를 국민투표의 붙이는 것은 국정안정을 위한 고도의 정치적 해결책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반도대운하의 국민투표에 관한 소견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조는 국민투표 사항에 대하여 그 실시요건으로 대통령에 의한 행위일 것, 국민투표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재량적 결정을 행할 것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여기서 대통령이란 당연히 현직대통령을 말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후에 비로소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이 지금 행하든,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후에 행하든 이를 막지 않는다. 다만, 현직대통령이 차기대통령의 공약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둘째, 비록 "외교·국방·통일"의 문제 뿐 아니라 "그에 버금가는 정도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라면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72조 자체의 국민투표 대상의 요건이 예시규정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한반도대운하 정책은 이러한 "중요정책"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인가. 한반도대운하 사업이 단순히 경부운하 중심의 국내적 물류이동이나 내륙관광 정책 또는 한강·낙동강 등 하천개선사업 내지 생태환경보전사업 등의 목적 뿐 아니라 경부운하·호남운하·북한운하를 포함한 것이라면, 이는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적어도 북한운하를 포함하는 한반도대운하를 지향하는 대역사(大役事)의 일부로서 추진하는 경부운하 건설사업이라면 이는 그 자체로서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국민투표 사항에 해당한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셋째,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는 것이지 국민투표사항이면 언제나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요구한다고 해서 국민투표에 붙여야 할 의무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다소 장황하지만 다음 두 글은 참고할 가치가 있다.

먼저, "헌법 제72조는 국민투표를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 실시되는 것으로 명문으로 밝히고 있어서 중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는 적어도 우리 헌법 해석상으로는 회부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에 그 회부 여부가 맡겨져 있다고 보아야 하며, 특정의 국가정책이 국가안위에 관한 것인지 여부나 국민투표에 회부할 만큼 중요한 정책인지의 여부는 종국적으로 대통령의 재량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에게 특정의 국가정책에 관하여 국민투표에 회부할 것을 요구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으며, 특정의 국가정책에 대하여 일부 국민들이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이러한 희망과는 달리 국민투표에 회부하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이를 위헌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도 없다.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법률이 수도를 분할하는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이 이를 추진하고 집행하기 이전에 그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국민투표권이 행사될 수 있는 계기인 중요정책의 국민투표 부의가 행해지지 않았으므로 국민투표권이 행사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기본권 침해의 개연성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는 적절하다"(전종익, 헌법재판소결정해설집, 2005년, 735면).

또 다음은 국민의 국민투표요구권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이다.

"헌법 제72조는 국민투표에 부쳐질 중요정책인지 여부를 대통령이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 역시 위 규정은 대통령에게 국민투표의 실시 여부, 시기, 구체적 부의사항, 설문내용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임의적인 국민투표발의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하였다고 하여 이를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의 국가정책에 대하여 다수의 국민들이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이러한 희망과는 달리 국민투표에 회부하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이를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국민에게 특정의 국가정책에 관하여 국민투표에 회부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할 수도 없다"(헌재 2005.11.24, 2005헌마579,763 신행정수도후속대책을위한연기·공주지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을위한특별법위헌확인).

결론적으로 우리 헌법 제72조에 비추어보면, 국민투표 회부권자, 국민투표 대상 여부, 국민투표 회부 여부의 점이 각각 검토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국민투표 회부를 현직대통령이 할 것인가 차기대통령이 할 것인가, 국민투표의 대상인가 아닌가, 국민투표 대상이지만 이를 국민투표에 붙일 것인가 안붙일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인수위나 한나라당에서는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국민투표 주장에 대하여 무조건 국민투표사항이 아니라고만 답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위 각 항목에 대하여 설득력 있는 논거로써 답하는데도 국민들이 이를 무시하고 우격다짐으로 국민투표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국민들은 민주적 민의 수렴 절차를 기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신봉기 기자는 경북대 법대 교수입니다.


덧붙이는 글 신봉기 기자는 경북대 법대 교수입니다.
#한반도대운하 #경부운하 #국민투표 #국민투표요구권 #인수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타이어 교체하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됐다
  2. 2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3. 3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4. 4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5. 5 미국 보고서에 담긴 한국... 이 중요한 내용 왜 외면했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