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망인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여
손발을 닦고 났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뜻밖에도 목소리의 주인공은
백혈병으로 엊그제 죽은 죽마고우 옛 친구의 아내
모기소리만큼 가냘픈 목소리로
문상을 와주어서 고맙다는 인사전화였다
친구가 남기고 간 수첩에서 전화번호를 안 것인가
함께 어울려 살아온 친구들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며
일목요연하게 전화번호를 정리해 놓고 부탁이라도 한 것인가
나 죽어 장례를 치르고 난 후
문상 온 친구들에게 내 대신 꼭 인사전화라도 해주시오 하고
고맙다는 친구의 미망인과 짧은 통화를 끝내며
큰딸 결혼하면 꼭 연락 하세요 하였지만
하루 이틀 세월이 흘러
가물가물 친구와의 추억도 기억에서 멀어지면
남편 친구들 전화번호 모두 잊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몰라, 남편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에
남편친구들 전화번호 잊지 않고 있다가
두 딸 아빠 없이 결혼할 때 모두에게 연락해서
딸의 결혼식장에서 환하게 웃으며 하객들 맞이하고 있을지
시작노트
얼마 전 자전거를 타다가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한 달 이상을 바깥출입을 못 하고 있습니다. 퇴원하여 가끔 통원 치료를 하러 다니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보곤 합니다. 참, 사고라는 게 순식간에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날마다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 요즘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놓고 갑자기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면 돌아가신 분이나 남아있는 사람 모두의 그 슬픔과 한을 어찌 헤아려 볼 수나 있겠습니까? 몸과 마음을 소중히 하여 목숨을 아름답게 가꿔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 연말엔 죽마고우를 또 하나 잃었습니다. 백혈병으로 오래 고생하다 하느님 곁으로 떠났습니다. 가족들에게 책임을 다 못하고 떠나는 친구 마음이 어땠을까 마음이 아파옵니다. 병석에 있는 동안 마음의 준비를 잘 해서 가족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안겨주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했을 것으로 생각하며 친구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2008.01.30 0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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