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농부의 봄맞이 꿈은 부풀고...

광양 옥룡의 봄 기지개

등록 2008.01.30 19:50수정 2008.01.3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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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기지개 지난 주말(27일) 옥룡 산과 들녘의 봄기운을 찾아보았습니다. ⓒ 조도춘

▲ 봄의 기지개 지난 주말(27일) 옥룡 산과 들녘의 봄기운을 찾아보았습니다. ⓒ 조도춘

 

바람은 왜 부는가.

어디서 와서 또 어디로 가는가.

기압의 변화로 인해서 일어나는 대기의 흐름인 바람은

움직임으로써 살아 있는 기능을 한다.

움직임이 없으면 그건 바람일 수 없다.

 

'바람은 왜 부는가' - <법정잠언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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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꽃봉오리를 금방이라고 터뜨릴 자세로 부풀어가고 있습니다 ⓒ 조도춘

▲ 매화 꽃봉오리를 금방이라고 터뜨릴 자세로 부풀어가고 있습니다 ⓒ 조도춘

바람이 부는 줄은 알았지만 살아 있다고 생각지는 미처 못 했습니다. 동장군의 둥둥한 기세는 산천을 몰아붙였지만 나목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나뭇가지에는 조금씩 작은 싹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동장군은 따스한 봄을 기다리게 했습니다. 이 산 저 골짝에서는 조금씩 살아 움직이는 봄이 느껴집니다. 입춘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백운산(1217m) 정상엔 며칠 전에 내린 하얀 눈이 쌓여 있습니다.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쳐나온 호남정맥 마지막 지리산의 끝자락. 멀리 남해바다 작은 섬들을 품고 있는 백운(白雲)산은 이름에서는 벌써 선경을 느끼게 합니다.

 

봄의 기운을 받은 고로쇠나무는 벌써 수액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광양시의 특산품인 백운산 고로쇠 약수 채취가 1월 25일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밤낮의 기온이 10도 이상 차이가 나면 수액이 더욱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수액은 약수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곳의 백운산 고로쇠에는 천연 당성분과 나트륨, 마그네슘, 칼륨, 칼슘, 철 등 무기성분과 비타민이 고루 들어 있어 관절염과 위장병, 고혈압, 비뇨기 계통의 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3월 경칩 날이면 고로쇠 약수축제를 합니다.

 

일찍이 이곳 백운산 자락 옥룡사에서 수도를 하던 도선국사가 나뭇가지에서 나온 수액을 먹고 잘 펴지지 않은 무릎을 펴고 일어났다는 일화로 더 유명해진 고로쇠약수. ‘뼈에 이로운 물’, ‘골리수(骨利水)’ 불리다 지금은 ‘고로쇠약수’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웃 지역으로부터 많은 사람을 불러 관광수입을 올리는 효자 나무가 되었습니다.

 

시냇물 따라 신작로 가에는 매화나무 가지에는 꽃봉오리을 금방이라고 터뜨릴 자세로 부풀어가고 있습니다. 매화가지에서는 봄의 냄새가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포근한 날씨에 눈 녹은 시냇물은 조금 불어 다가오는 봄의 연주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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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물고기를 잡으려고 성큼성큼 달려가는 백로의 몸짓에 활기가 느껴집니다. ⓒ 조도춘

▲ 백로 물고기를 잡으려고 성큼성큼 달려가는 백로의 몸짓에 활기가 느껴집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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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새 발걸음이 바쁜 물새 ⓒ 조도춘

▲ 물새 발걸음이 바쁜 물새 ⓒ 조도춘

물고기를 잡으려고 성큼성큼 달려가는 백로의 몸짓에 활기가 느껴집니다. 먹이사냥에 바쁜 백로와 작은 물새는 추운 날 많이 굶주렸는지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갈 기미가 조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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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소각 타는 덤불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납니다. ⓒ 조도춘

▲ 논두렁 소각 타는 덤불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납니다. ⓒ 조도춘

농부의 봄맞이 꿈은 부풀고 겨울에 잠시 쉬었던 논두렁의 덤불을 태우고 있습니다. 바짝 마른 덤불은 바스락 소리를 내면서 아제는 형체도 없이 까만 재로 변하여 갑니다. 타는 덤불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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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갈이 벌써 봄맞이 논갈이가 시작되었습니다. ⓒ 조도춘

▲ 논갈이 벌써 봄맞이 논갈이가 시작되었습니다. ⓒ 조도춘

논에는 경운기 소리가 요란합니다. 경운기의 칼날 바퀴의 힘찬 회전은 풋풋한 땅을 뒤집어 놓고 지나가자 겨울 내내 움츠렸던 땅 속내를 활짝 드러냅니다. 작은 씨앗을 숨겨 꿈을 키워내는 대지의 모성이 묻어납니다. 

 

“장마가 들어도 가뭄이 들어도 넘치거나 마르지 않고 항상 샘물은 똑같이 흘러요.”

 

예전에는 통나무로 만들어 ‘통샘’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물맛을 보호하기 위해 화강암으로 깔끔하게 쌓아 작은 정자처럼 만들어 보호하여 놓았습니다.  ‘통 샘’ 물을 길러가기 위해 인근 순천에서 사람들이 온다고 합니다.

 

“손두부 맛. 고소하고 개운하고 산뜻하고”

 

이 ‘통샘’을 이용하여 손두부를 만들고 있는 탁명자(46)씨는 ‘통 샘’ 자랑을 길게 늘어놓습니다. 깨끗한 샘물 덕분에 손으로 빚는 ‘손두부’가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마트에 진열된 반듯한 두부 모양과 사뭇 다르게 투박하게 빚어진 두부가 한쪽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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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두부 고소하고 개운하고 산뜻한 맛이 나는 손 두부 ⓒ 조도춘

▲ 손두부 고소하고 개운하고 산뜻한 맛이 나는 손 두부 ⓒ 조도춘

겨울햇살이 마당으로 내리쬐고 와상에서는 마을사람들이 손두부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으로 정담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깨소금 참기름 그리고 갖은 양념을 듬뿍 넣어 무친 겨울배추 겉절이에 손두부 한 접시가 금방 사라집니다. 고소하면서 약간 단맛이 나는 손두부에 겉절이 겨울배추의 아삭하게 씹히는 이 맛이 봄의 맛인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2008.01.30 19:5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봄 #옥룡 #백운산 #매화 #손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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