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못말리는 '영어 사랑'

외빈 면담, 통역 없이... 당선인에 아침인사는 "굿 모닝!"

등록 2008.01.31 16:20수정 2008.02.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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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장실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비센테 곤살레스 로세르탈레스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기러기 아빠를 없애겠다"며 '영어 공교육 개편'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상 업무에서도 영어 사용 빈도를 점차 늘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31일 오전 11시 인수위원장실에서 비센테 곤살레스 로세르탈레스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어 통역 없이 면담을 진행했다.

이 위원장은 로세르탈레스 사무총장을 만나자 명함을 꺼내며 "굿 모닝, 웰컴(Good morning, welcome)"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 위원장은 이어 "영어로 할까요? 통역이… (하나요)"라고 물은 뒤 한국어 통역 없이 담소를 나눴다.

간단한 인사말이 오가며 5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언론 공개 면담이기는 했지만 인수위원장과 외빈과의 공식 면담에서 이 위원장은 한국어 통역을 받지 않았다.

이 위원장이 한국어로 말하면 통역사가 영어로 로세르탈레스 사무총장에게 말을 전달했고, 상대가 영어로 이야기하면, 이 위원장이 한국어 통역을 받지 않고 곧바로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이 자리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홍문표 경제2위원회 위원 등 일부 인수위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비공개 면담에서는 20여 분간 통역사의 도움으로 로세르탈레스 사무총장과 대화했다고 홍 의원이 전했다.

인수위의 대세... "안녕하세요" 대신 "굿 모닝"


31일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회의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 위원장은 자신이 주창하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어'를 실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간사단 회의에서도 이명박 당선인을 만나 "굿 모닝"이라고 인사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굿 모닝'은 초등학교 1학년이 하는 영어 아니냐"며 웃어넘겼다.

이 위원장은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개편안에 반대하는 이들을 의식한 듯 "영어 안 하겠다는 사람들 (영어) 배우기만 해봐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위원장의 '영어 생활화'에 인수위 내부에서는 한국어 인사 대신 "굿 모닝"이라는 인사말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부 위원들은 "오늘도 영어 얘기가 나오겠지"라며 서로 웃고는 "하우 아 유(How are you)?"라고 우스개 섞인 영어 인사말을 나눴다.

영어에 능숙한 박진 외교통일안보위 간사는 "요즘 영어 때문에 참…"이라며 쑥스럽게 한 마디 했다. 박 간사는 인수위 내부에서 영어가 '상종가'를 치면서 주목을 받는 인물.

전날(30일) 간사단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오늘 영어로 회의하는 줄 알고 (회의에) 빠졌나보다(백성운 행정실장, 최경환 경제2분과위 간사)"는 농담을 나누며 회의 시작 전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진수희 정무위 간사가 "그럼 (영어를 못해서) 가야 할 사람이 많은데…"라고 받아쳤고, 김형오 부위원장도 "나도 가야 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때 등장한 박 간사를 향해 진 간사는 "박진 의원만 남고 다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이어갔다.

'오렌지'아니고 '어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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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영어공교육 완성을 위한 실천방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천세영 자문위원, 이경숙 인수위원장, 이주호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 위원장은 30일 열린 '영어 공교육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도 토론자들의 질문과 제안에 직접 답변하는 등 발제자인 천세영 (충남대) 교수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 위원장은 공청회 말미에 영어 발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에서 '오렌지(orange)'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듣다가 '어륀지'라고 하니 알아듣더라"며 "국립국어연구원의 외래어 표기법부터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의 '원어발음 시범'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이귀영슉 위원좡뉨 화이튕"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인수위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 "앞으로 회의나 언론 브리핑도 영어로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오고 갔다. 이동관 대변인 또한 기자들에게 "이제 브리핑도 영어로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우스개를 건넨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내에 교육부와 예산처, 외교부 등이 모아 만들 영어 공교육 개편안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의 팀장도 직접 맡을 계획이다.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개편안을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이다.

"테솔 자격증, 숙대총장 출신 위원장이라서?"

하지만 적극적인 이 위원장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 위원장이 총장으로 있는 숙명여대가 국내에 처음 도입한 테솔(TESOL·Teaching english speaker of other languages)을 '영어전용교사'의 자격요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테솔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영어교수방법을 연구·개발하고 이 과정을 통해 영어전문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전날(30일) 인수위 내에서 공청회가 열리던 시각 인수위를 항의 방문한 영어과 임용고시 수험생 20여 명은 "테솔 수료자에게 교사 자격을 준다고 하는 것은 이 위원장이 총장으로 있는 숙대에서 테솔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며 "테솔을 강조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994년 숙명여대 총장에 취임한 이경숙 위원장은 영어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자체 영어 말하기·쓰기 시험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숙명여대가 테솔을 도입한 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도입, 사교육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고, 테솔 자격증은 학원 강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이 위원장이 영어교사 자격증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이 총장으로 재직 중인 숙명여대가 운영하고 있는 영어교사양성프로그램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오렌지 #이경숙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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