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밭두렁 널려 있는 시-4> 이제 나는

등록 2008.02.20 18:51수정 2008.02.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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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이제 나는 제 2의 청춘을 살아간다

오래전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걸어갔던 길

고향 어른들, 노시인들, 교육자들 걸어갔던 그 길을 따라

그러나 또한 아무도 걷지 않은 나의 길을 따라 이제 제 2의 청춘의 삶을 시작한다

 

젊은 세대에겐 젊은이들이 가야할 길이 있고

나는 열심히 그 길을 따라 걸어왔으니

새롭게 펼쳐지는 미지의 길, 모험 있고 흥미로운 풍경 가득한

그 길을 따라 이제 내 걸음걸이로 걸어갈 것이다

 

더러는 낯선 풍경에 당황도 하리라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황홀한 순간도 만날 것이다  

만면에 웃음 띤 농부의 기쁨을 얻기도 하고

은은한 단풍 빛깔의 사랑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햇빛 순하게 내리는 가을 풍경도 닮아갈 것이다

젊은 시절 범한 모든 실수와 잘못을 떠올리기도 하며

나의 일을 찾아 즐겁게 하고 세상일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으리라  

삶은 아직도 많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음을 실천해 가리라

나는 이제 제 2의 청춘으로 들어서고 있다
젊었을 적 바라보면 초라하고 희망 없어 보였던 세대
아무런 꿈도 없이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사람들로만 생각했지

인생은 오로지 젊음을 위해서만 있는 것으로 알았지


젊은이들에게 훈계나 하고 대접이나 받으려 하고

자식들이 용돈 주기나 바라는 궁색한 사람들로 생각했지

융통성 없고 고집불통의 할일 없는 사람들로만 생각했지

노인들에게도 청춘이 있었고 첫사랑의 추억이 있다는 걸 까마득히 몰랐지

 

나이 먹으면 노욕도 있다는데 초라해 지기도 한다는데

세상이 바뀌어 그런가 나이를 먹어도 나이 먹은 거 같지가 않다

육신의 노쇠와 더불어 무르익는 원숙한 경지가 또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노년의 타이틀 저 앞으로 밀어놓고 싶을 뿐이다  

 

-최일화

 

시작노트

지난해까지 나는 스스로 중년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제 2의 청춘기를 맞고 보니 어디 가서 어떻게 중년이라고 얼른 말을 해보겠는가. 이젠 꼼짝없이 제 2의 청춘이라 말해야 하니 듣는 이는 얼른 나를 늙은이로 보아 넘길 것이 아닌가. 아무리 젊다고 혼자 고집을 부려 봐도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이제 나이에 걸맞게 사는 법을 또 배워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일화 기자는 시인이며 수필가다.
현재 인천에서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에 <우리사랑이 성숙하는 날까지>(1985)
           <어머니>(1998)
에세이집에 <태양의 계절>(2005)이 있다.

2008.02.20 18:5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최일화 기자는 시인이며 수필가다.
현재 인천에서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에 <우리사랑이 성숙하는 날까지>(1985)
           <어머니>(1998)
에세이집에 <태양의 계절>(2005)이 있다.
#노년 #제 2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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