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외투자법인 연수생의 산재사망사고

대우조선해양, 중국 출신 서건씨 사망... 노조·외국인노동자상담소 등 대책 촉구

등록 2008.02.20 22:47수정 2008.02.20 22:47
0
원고료로 응원
a

대우조선노동조합은 홈페이지를 통해 18일 산재사고로 사망한 중국 연수생 서건씨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 대우조선노동조합

대우조선노동조합은 홈페이지를 통해 18일 산재사고로 사망한 중국 연수생 서건씨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 대우조선노동조합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중국인 연수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우조선노동조합(위원장 이세종)과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소장 이철승)가 철저한 사고조사와 함께 해외투자법인 연수생(아래 해투연수생)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15분경 대우조선에서는 해양도장팀 소속 중국 연수생 서건(徐健, 중국명 ‘쉬찌엔’, 86년생)씨가 협착사고로 사망했다. 건조 중인 선박의 엘리베이트 트렁크 내부 벽면에서 작업하던 도중에 발생했다. 대우조선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첫 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고다.

 

서건씨의 사체는 현재 거제 대우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었다. 대우조선은 외교통상부와 주부산중국영사관 등을 통해 중국 유가족들에게 연락해 놓았다. 유가족들이 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대로 사체 인도 등 장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사측은 사고가 난 현장에 대해 곧바로 작업중지 조치를 내렸고, 20일까지 일부 시설은 가동이 중단되었다. 경찰과 노동부, 산업안전공단은 조사에 들어갔으며, 노조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위험작업을 하기 전 해양도장팀에서 해양HSE실천팀에 신고를 하고 작업승인서를 발급받아 다른 작업과 간섭되는 부분을 조정하여 작업을 해야 함에도 미승인 상태에서 작업을 하였다”고 밝혔다.

 

노조는 “언어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감독자가 미배치되어 발생한 사고로 인재에 해당한다”면서 “엘리베이터는 작업 승인서를 발급받았으나 안전관리자 배치 등 안전관리에 소홀한 점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세종 위원장을 의장으로 하는 ‘사망사고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우조선 사측 관계자는 “안전 장치가 철저하다고 자부해 왔는데 불가피하게 사고가 났다”면서 “유가족이 입국하는 대로 사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30일 만기로, 중국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a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지난 18일 오전 처음으로 이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위 2장은 중국 출신 연수생 서건씨가 사고를 당한 현장이며, 아래는 작업중지명령서. ⓒ 대우조선노동조합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지난 18일 오전 처음으로 이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위 2장은 중국 출신 연수생 서건씨가 사고를 당한 현장이며, 아래는 작업중지명령서. ⓒ 대우조선노동조합

이날 사망한 서건씨는 대우조선해양이 중국에 설립한 자회사인 산동유한공사 소속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대우조선에 파견되었다. 오는 4월 30일이 만기로 중국에 돌아가기 한 달 보름 전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것.

 

서씨는 해투연수생 신분이다. 대우조선 사측 관계자는 “서씨는 대우조선 월 3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았고, 중국 법인에서는 1400위안 정도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흔히 대기업은 노동력 확보 수단?”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서건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해외투자법인 연수생들의 노동 실태 파악에 나섰다. 대기업들은 해투연수생을 통해 어느 정도 노동력을 확보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담소는 2월 현재 대우조선에 루마니아와 중국 현지 법인 소속의 연수생 340여 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철승 소장은 “산업연수생 제도가 없어진 뒤 주로 대기업들이 해외투자법인을 설립해 연수생을 데려 오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조선․자동차 관련 대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해외투자법인 연수생을 상당수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대우조선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해투연수생의 경우 기술연수를 이유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노동력을 제공받는 형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연수생한테는 월 20~30만원 정도의 임금만 주면서 하루 10시간의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해투연수생을 쓸 경우 ‘해외투자법인연수생사증발급업무규정’에 따라 15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며 "실무실습(70%)과 비실무실습(30%)으로 나눠 기술연수 프로그램을 관계 기관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성실하게 짜여져  있지도 않고 감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기관에 프로그램 자료를 보자고 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해투연수생을 기업들이 노동력 보충 내지 착취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어, 연수 기간을 얼마로 할 것인지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면서 "인권단체에서는 6개월로 하자고 했지만 기업 등에서는 2~3년으로 하자고 해서 결국 1년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단순 반복 조립하는 기술이 무슨 1년 이상해야 하느냐. 보통 기술 연수라면 6개월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해투연수생을 노동력 보충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투연수생 제도에 있어 문제가 많아 실태파악을 하려고 했는데, 대우조선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더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노동력 보충 수단으로 보면 안돼"

 

대우조선 사측 관계자는 “해투연수생을 노동력 보충 수단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면서 "조선소는 현장에 들어 왔다고 해서 바로 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소 3년 정도는 있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다"라면서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제공받기 위한 수단으로 연수생을 쓰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해투연수생은 기술연수수당도 지급하고, 자국에서 받는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수당뿐만 아니라 기숙사 비용까지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02.20 22:47 ⓒ 2008 OhmyNews
#산업연수생 #대우조선해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4. 4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