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인사들, 감쌀 수도 없고 내칠 수도 없고"

'장관검증' 딜레마의 한나라당... 안상수 "도덕성 강조하면 유능한 인물 못 구해"

등록 2008.02.26 12:21수정 2008.02.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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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방호 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방호 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여당이 된 한나라당이 '장관 검증'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10년 야당'에서 벗어나 집권당이 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업은 야당의 공세를 '여소야대' 정국에서 막아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장관들의 도덕성 문제가 차기 총선의 쟁점으로 비화할 경우 원내 안정의석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가 남주홍 통일부·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재검증에 들어간 가운데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단 두 사람을 방어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노무현 시절엔 언론 믿더니... "언론이 국무위원 선임할 건가"

 

안상수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환경부 장관의 경우 절대농지를 취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농지를 취득할 당시 아무런 불법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외지인들도 농지의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외지인들도 작은 평수의 농지는 취득할 수 있게 하고 다만 영농계획서를 제출토록 돼 있었다. 그래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영농계획서를 작성해 내고 적법하게 농지를 취득한 것이다. 불법도 아니고, 사서 되팔고 하는 전형적인 투기와도 다르다."

 

안 원내대표는 "이해찬 국무총리 청문회에서도 대부도 땅에 영농계획서에 따라 농사를 지었는지를 따졌지만, (인준안을) 부결시키지는 않았다"며 "이해찬은 되고 우리 환경부 장관은 안 되냐"고 항변했다.

 

그는 "우리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에 대해 극도의 친북좌파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청문회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다"며 "우리(남주홍 장관)의 경우 지금까지 어떠한 불법 행위를 한 정황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남 후보자에 대해 자녀 이중국적과 부동산 투기, 재산 축소 신고, 교육비 이중공제 등 숱한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남 후보자의 이념 성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민주당이 엉뚱한 핑계를 대고 있다는 뉘앙스다.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과거에도 정권교체 초기 6개월 정도는 언론에서도 많이 봐주고 다른 당에서도 협조적으로 일 처리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꼭 그렇게 해달라는 말이 아니지만 새 야당의 경우 너무 심하게 하는 게 아니냐 하는 심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이 "언론보도로 부적절하다고 검증된 인사들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안 원내대표는 상반된 생각을 밝혔다.

 

"이런 게 언론에 보도됐으니 청문회도 하지 않고 사퇴하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이 틀린 적이 얼마나 많았나? 이런 식이면 언론이 국무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언론을 100% 다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우리는 인사청문회를 열어서 국민들이 판단할 기회를 주고, 그 사람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럼 기회를 줘야지, 기회도 주지 않고 사퇴하라는 것은 총선을 앞둔 정치공세로 밖에 볼 수 없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 시절 친이명박 성향 일간지들의 권력층에 대한 의혹 보도가 나오면 이를 곧바로 정부 공격의 소재로 삼았던 것을 생각하면, 집권한 뒤 언론의 권력 비판을 바라보는 당 지도부의 생각도 많이 바뀐 셈이다.

 

한나라당, 10년 전엔 김종필 총리 인준 반년이나 늦춰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명박 당선인 특검' 무혐의 판정에 대해 통합민주당이 특검에 소요된 비용을 모두 국고에 납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명박 당선인 특검' 무혐의 판정에 대해 통합민주당이 특검에 소요된 비용을 모두 국고에 납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안 원내대표는 오후로 예정된 한승수 총리후보자 인준 표결에 대해서도 "한 후보자는 겸손하고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과 자원외교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추켜올리며 야당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안 원내대표는 "역대 정권의 초기에는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관례"라며 "총리 인준을 안 해주면 총선을 의식한 정치공세형 발목잡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10년 전 '여소야대' 시절에는 김대중 정부의 첫 총리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인준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 인준을 반년이나 늦췄다는 점에서 안 원내대표의 얘기는 자기모순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종필 총리 인준안은 98년 8월에야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었다.

 

안 원내대표는 또한 야당의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총선 전략'이라고 비난하며 "두 사람에 대해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정병국 미디어홍보본부장도 "한나라당이 야당이었을 때의 청문회 기준과 원칙이 여당이 됐다고 해서 바뀔 수 없다"며 "야당의 청문회 보이콧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에 대해 '문제없다'고 공언했던 안상수 원내대표도 회의가 끝날 즈음에는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앞으로 청문회 제도를 여러가지 개선할 점이 있지만 도덕성만 너무너무 강조하면 능력 있는 인사들을 구하기 힘든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국민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도덕적으로 완벽하고 국정능력도 탁월한 인물을 고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이해해달라."

 

한 당직자도 "좌파정권 10년 동안 공직자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많이 까다로워졌고, 내각에 임용할 의원들은 전부 총선에 나가겠다고 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며 "문제인사들을 감쌀 수도 내칠 수도 없다는 게 우리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부동산 과다 보유'로 물의를 빚은 뒤 사퇴한 이춘호 여성장관 후보자의 후임으로 이계경 의원이 거론되는 것도 "첫 내각에는 어느 정도 검증된 인사를 세워야 한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원희룡 "몇 사람 낙마돼도, 철저히 검증해야"

 

원희룡 의원의 경우 '민심 악화'를 명분으로 부적절한 인선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원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과의 인터뷰에서 "민심이 아주 험악하다"며 "여러 가지 돌출적 문제로 국민들을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존중한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언론을 통해서 많은 문제점들이 공개가 됐지 않습니까? 청문회를 통해서 거기에 대해서 사실관계에 입각하고 그 다음 본인들의 진정한 사고방식이 어떤지 현재로 봐서는 '땅을 사랑한다'든지 '30억 모은 건 양반이다' 이런 정말 평생을 모아도 1억도 못 모으는 서민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일을 말씀하시기 때문에 참 난감합니다만 어차피 철저한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 의원은 "몇 사람이 낙마되더라도 철저히 검증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으면 (장관 인명에) 찬성해 주는 거고 아니면 아닌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2008.02.26 12:21 ⓒ 2008 OhmyNews
#남주홍 #안상수 #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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