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나무심기, 오른손으로는 산림훼손?

대전시-시의회, 녹지개발 제한 완화 추진논란

등록 2008.03.04 09:50수정 2008.03.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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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3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한편 산림개발행위를 대폭 완화하는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식목일을 맞아 나무심기를 하고 있는 모습. ⓒ 대전광역시



대전시와 대전시의회가 '3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 자연녹지와 산림의 개발행위를 대폭 완화하는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4일 대전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심준홍 의원 등 9명의 의원은 의원발의를 통해 현재 나무가 들어선 밀도(입목본수도) 30% 이하인 임야나 자연녹지에 한해 개발이 가능하도록 한 도시계획 조례를 '50% 이하'(녹지지역 40%미만)로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안은 지난 달 21일 상정돼 지난 주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상태로  오는 11일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나무가 들어선 밀도'는 3천평 숲의 가슴높이에서 나무를 볼 때 나무가 충분히 서있을 때의 밀도를 100%로 하고 있다. 현행 조례에서는 나무 밀도가 30% 이하일 때만 개발 허가를 내주고 있으나 의원 발의안으로 조례가 바뀌면 나무 밀도가 50%이하일 때까지도 개발 허가가 가능하다.

따라서 조례가 개정될 경우 대전시내 임야나 자연녹지에 대한 개발이 가능해져 대규모 산림훼손과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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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이 없어지는 면적만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유성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 ⓒ 오마이뉴스 심규상





조례 개정시 대전시 외곽 40만㎡  산림훼손


실제 대전시가 조례개정(임목본수도 50%이하)시 개발 가능지역에 대한 검토 자료에 따르면 대덕구 와동 한국수자원공사 인근지역 등 11곳에서 40만 6400㎡(12만여평)에 대한 추가 개발이 가능하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전시와 시의회가 개발 제한조건을 완화하는 것은 일부 건설사들의 이해와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 박월훈 도시주택국장은 지난 1월 시의회에 출석해 '(조례를 개정하면) 건설경기도
부양시킬 수 있고 토지주들의 요구를 개선해 줄 수 있다'는 시의원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일단 완화하는 쪽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일부 시의원들은 '건설경기 부양'을 이유로 노골적으로 조례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심준홍 의원은 이날 "토지소유자들이 나무밀도를 30% 이하로 낮추기 위해 불법으로 벌채 또는 산불 등으로 산림을 훼손한 행위가 상당히 많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산업발전 또는 경제성장을 위해 조례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범 의원도 "결국 (조례를 개정하지않으면) 불법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
조례완화)는 건설경기도 부양시킬 수 있고 토지주들의 민원도 해결해 줄 수 있는 발전적인것"이라고 주장했다.

3000만 그루 심고 있으니 훼손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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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8월 유성구 봉산동 소재 한 아파트건설예정부지의 산림 무단 훼손장면. 이 건설사는 두 차례에 걸쳐 산림을 무단 훼손했으나 검찰은 벌금형에 그쳤다. ⓒ 유성구청



박 의원은 또 "박성효 시장이 3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잘 하고 있다"며 "때문에 조례를 완
화해도 도시의 허파 구실은 3000만 그루 나무심기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하고 있으니 자연녹지 등을 더 훼손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대전시와 시의원들의 조례완화 주장이 건설업자들의 이해와 맞닿아 있는 실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 유성구 봉산동 산 39번지 일원. 이곳은 (주)우림건영이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 추진
하고 있다. 우림건영은 지난 해 8월, 대전시에 해당부지(연면적 13만㎡)에 14개 동 854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를 건립신청서를 제출했다가 같은 해 9월 돌연 취하원을 제출했다.

아파트 건립신청서 제출 후 한 달 만에 취하원을 제출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와 관련 유성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대전시의 의뢰로 해당 부지에 대한 허가기준을 검토
한 결과 임목본수도가 30%를 초과해 '법적 기준'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고 밝
혔다.

임목본수도가 30%를 초과해 개발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자 다시 취하서를 제출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두 차례 산림훼손한 건설사... 조례개정되면 법적 문제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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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훼손의 잔해. 유성구 봉산동 소재 아파트 건립예정지. ⓒ 오마이뉴스 심규상


그렇다면 우림건영은 아파트 건립계획을 완전 포기한 것일까?

대전시 관계자는 "이후 건립신청서가 들어 오지는 않았지만 현재도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정대로 시의회에서 조례개정(임목본수도 50%이하)이 이루어질 경우 아파트 건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해당부지는 지난 해 두 차례에 걸쳐 산림이 크게 훼손됐다.

해당부지에 아파트건립을 추진했던 (주)K사 등은 지난 해 5월 부지내에 자라고 있던 소나무와 참나무 등 30-40년 생 나무 250그루(7800㎡)를 무단 벌목했다. 이들은 이로인해 사법기관에 고발돼 복구명령과 함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해 8월 또 다시 30-40년생 나무 270그루(7000㎡)를 무단 벌채했다. 나무밀도를 30%이하로 낮춰기 위해 산림을 훼손했음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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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훼손지역에 수 십년생 나무대신 어린 묘목들이 자라고 있다. 유성구 봉산동 아파트 건립예정지 ⓒ 오마이뉴스 심규상



그런데도 검찰은 거듭된 산림훼손에도 복구명령과 함께 벌금형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최근 확인한 현장은 수 십 년생 나무대신 검찰의 복구명령으로 마지못해 심어 놓은 어린 잣나무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곳곳에는 잘려나간 나무 밑둥이 낙엽이나 흙 등으로 가려져 있었다.

대전환경연합 "전시행정 표본... 의회 본회의 처리 저지할 것"

대전환경운동연합 고은아 국장은 "녹지공간이 그나마 남아 있는 곳이 도심 외곽지역"이라며 "녹지대안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를 완화시키는 것은 난개발은 물론 산림훼손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시의 조례완화 움직임은 3000만 그루 나무심기가 전시행정의 표본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국장은 "이처럼 대전시민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를 대전시와 시의회가 전혀 여론수렴없이 통과시키는 것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의회 본회의 처리를 막겠다"고 덧붙였다.
#입목본수도 #3000만 그루 #박성효 대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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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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