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마을 밥상머리에서 뉴스가 업데이트 된다"

[세명 저널리즘스쿨 특강①] 오연호 대표 "오마이뉴스는 초기 저널리즘의 복원"

등록 2008.03.10 13:45수정 2008.03.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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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는 민주화 이후 오히려 담론이 사라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아예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거나 간혹 논쟁이 벌어지더라도 갈등만 증폭되는 현상도 보입니다. 담론의 복원을 위해 어느 때보다 건전하고 창의적인 언론활동이 요청되는 시기입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은 매체창업 또는 칼럼과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우리사회의 건전한 담론형성과 의사소통에 크게 기여해온 분들이 진행하는 <저널리즘 특강>을 마련했습니다. 강의를 들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쓴 기사를 이번 학기에는 <오마이뉴스>에 연재합니다. 한국언론의 새로운 표준과 가치를 모색해보려는 작은 시도에, 독자 여러분, 특히 언론인과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특강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분은 사전에 연락해주시면(043-649-1148) 제한적이나마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특강일정표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홈페이지(http://journalism.semyung.ac.kr)에 게시돼 있습니다. <기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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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대표 오마이뉴스 창간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오연호 대표. 모든 시민이 뉴스 생산의 주인공이 되는 게 그의 꿈이었다. ⓒ 김소영

▲ 오연호 대표 오마이뉴스 창간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오연호 대표. 모든 시민이 뉴스 생산의 주인공이 되는 게 그의 꿈이었다. ⓒ 김소영

 

“오마이뉴스는 발명품이 아니라 초기 저널리즘의 복원일 뿐입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주최한 <저널리즘 특강> 첫 번째 강연자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초대되었다. 강연에서 그는,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꿈의 시작을 고향마을의 기억에서 찾았다. 창간 당시 뉴스의 개념을 바꾸었던 혁명의 진원지 치고는 소박하다.

 

"고향마을의 밥상머리에는 스트레이트, 해설 등 온갖 종류의 뉴스들이 수시로 업데이트 되었는데 이런 뉴스를 전해주는 이는 다름 아닌 이웃집 아주머니, 아저씨들이었습니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지 않는 뉴미디어

 

그곳에서 그는 뉴스를 생산하는 자와 소비하는 자가 분리되지 않는 21세기 뉴 미디어의 원시적인 형태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강연이 이루어진 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의 오마이뉴스 사무실은 따뜻하고 편안했다. “너무 아늑해서 기자들이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오 대표의 말이 이해가 갔다. 오 대표는 강의실 한 쪽에 “오마이뉴스 공식 파이”라는 '오XX'와 음료수를 마련해 놓고, 그의 저서인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도 한 권씩 선물하면서 먼 길을 찾아온 언론인 지망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기자론’에 대한 언급과 함께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다. 소설가처럼 글로써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꿈으로 택한 그의 첫 직장은 월간 말지. 85년 창간 이후 줄곧 ‘말다운 말’을 위해 분투했지만 언론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비주류에 불과했다. 매체 영향력에 따라 기사의 영향력이 결정되고, 취재원의 태도가 달라지는 현실을 목격하며 그는 대안언론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 95년 경 갑자기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때 그는 미련 없이 미국으로 떠났다. “막 대두되기 시작한 세계화와 정보화는 나를 재무장하라는 사인처럼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미국 속 미국을 알고 싶어 택한 워싱턴 특파원의 길. 그리고 돌아온 그가 택한 언론운동의 방식은 기존의 언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언론으로 기존의 언론 지형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것은 곧 인터넷 매체의 창간으로 이어졌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져온 변화를 이야기하던 오 대표가 갑자기 잡지 표지사진을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오마이뉴스> 명예 시민기자 김혜원씨가 아이를 안고 있는 일상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그림이다. 알고 보니 2007년 말, 올해의 인물로 "YOU"를 선정한 타임지의 표지를 <오마이뉴스> 버전으로 패러디한 사진이다. 그것은 <오마이뉴스>가 시민들에게 선사한 가장 큰 선물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말을 함으로써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세상.

 

직업기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 의제설정에 앞장서야

 

시민참여 저널리즘의 가치에 동의하면서도 직업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그에게서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왕 직업기자가 되기로 작정했으니 아마추어 기자들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아마추어 기자들 사이에서 프로 저널리스트의 자리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간절한 물음에 답하듯 오 대표가 말했다.

 

“모든 시민이 기자가 되는 세상에도 여전히 상근기자(직업기자)는 할 일이 많습니다.”

 

그는 전문적 언론인이 필요한 이유로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을 들었다. 시민기자는 자신의 관심사에만 집중한다. 수많은 사안들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일도 여전히 직업 기자의 영역이다. 직업 언론인으로 살아갈 학생들에게 그는 “각 사안의 구체적인 연관성 속에서 심층적인 자기만의 시각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매체 환경이 급변하는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한 건 신뢰성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오마이뉴스>에는 상근기자가 60여명 근무하고 있다. 시민기자들이 문화나 미디어비평, ‘사는 이야기’ 등을 많이 다룬다면,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필요로 하는 정치, 경제, 국제 기사 등은 상근기자들의 몫이다.

 

예비언론인에게 그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기자로서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오 대표는 그 비결로 ‘방전이 아닌 충전의 삶’을 제시했다. 월간지 기자 12년차에 사표를 던지고 불쑥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한 것도 충전을 위해서였다. 급변하는 뉴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지혜로 그는 먼저 찾고, 먼저 느끼고, 먼저 쓰라고 말한다. 월간지 기자 시절에도 1년의 기획을 미리 세울 만큼 열정적인 기자였던 그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계획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것은 곧 가장 절실하게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이기도 했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의 가슴 속에 끓어 넘치는 말들이 있는 한, 한국 언론의 미래에는 희망이 있지 않을까? 

 

민주화 시대, 과녁은 사라졌는가?
 
한 시간 반 동안 강연을 들은 학생들은 <오마이뉴스>가 이룩한 성과에 놀라면서도, 자신의 진로와 한국언론의 과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하는 표정이 남아 있었다. 전문기자를 꿈꾸는 윤파란씨는 “시민참여 저널리즘의 가치를 알고 나니 직업 기자로서 어떻게 나의 영역을 확보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평소 자신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 자극을 많이 받았다”는 강성명씨는 “한국 언론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매체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뉴미디어 시대 뉴스 콘텐츠의 주체가 되는 일, <오마이뉴스>를 뛰어넘는 새로운 매체를 만드는 일은 상당부분 예비언론인들에게 남겨진 몫이다. 그 대목에서, 오 대표가 들려준 한 책의 인용구가 아프게 묻는다.

 

 ‘처음 기자시험에 합격했을 때는 많이 기뻤다. 내가 젊은이라면 지금도 기자를 하고자 할까? 아니다. 지금은 내가 바꾸고 싶어 하던 독재시대가 지나가고 민주화 시대가 되었다. 과녁이 거의 사라져 버린 것이다. 기자직도 변질되어 개인의 신념을 지키기는 어려워지고, 세상의 지배자에 봉사하는 처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저널리스트, 박래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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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저널리즘스쿨 학생들 오연호 대표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닮고 싶다는 학생들. 그들이 펼쳐가려는 한국언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 김소영

▲ 세명저널리즘스쿨 학생들 오연호 대표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닮고 싶다는 학생들. 그들이 펼쳐가려는 한국언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 김소영


못 다한 이야기

 

강연이 끝나고도 오 대표 방으로 몰려간 학생들이 질문공세를 이어갔다. 개인적인 질문에서부터 날카로운 현안에 이르기까지 질문은 다양했다. 


- 인터넷 매체는 독자들의 충성도가 낮을 것 같은데, 어떻게 독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을까?
"플랫폼 자체에 매력을 계속 줘야 한다. 원고료를 차등화 하고, 댓글을 통한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기자들로 하여금 ‘우리 식구’라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오마이뉴스>에 몸담고 있으며 권태를 느낄 때는 없는가?
"현재 사장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전문 경영인이 오면 좋겠다. 경영인과 저널리스트는 다른 측면이 많다. 다시 심층취재 전문기자로 돌아가고 싶다."


- 한국의 첫 실무언론인 양성기관인 세명 저널리즘스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세명 저널리즘스쿨이 언론인 입사만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었으면 한다. 실무뿐 아니라 정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학생들이 기자론을 정립할 수 있는 ‘학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2008.03.10 13:4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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