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은 지난 세월 무엇을 배웠는가

학습효과와 시행착오

등록 2008.03.27 16:20수정 2008.03.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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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 매우 오랜 세월이 지난 느낌이 들어간다. 정권교체가 물리적으로 한 달여 남짓한데도 그렇게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난 국민의 정부와 특히 참여정부에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올라 지탄받았던 온갖 악재들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실용정부에서 그 진수의 맛을 본보기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시골에서 초롱초롱한 풋내기 대학생을 상대로 강의를 하면서 학습효과를 종종 생각하곤 한다. 그러면서 곧잘 수업시간에 나는 말하곤 한다. 나한테 배워가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지식을 통해서 여러분들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깨우치는 법을 배우라고 한다. 나를 통해서 알게 된 지식이, 교과서를 통해서 익힌 지식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여러분들은 그 덫에 빠져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하여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못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람은 왜 배우고 학습하는가. 나는 교육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어서 정확한 내용을 구사하긴 힘들지만, 상식적으로 학습의 목적은 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지식을 통해서 새로운 변화를 알게 되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동물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배운다. 배워서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다. 불필요하고 무익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지식과 경험을 통해서 간파해 내는 것이 학습의 효과라 본다.

 

인간이 동물들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차 이점도 클 것으로 생각된다. 생쥐가 미로의 길을 수없이 헤매고 반복하다가 탈출구를 찾아서 나가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점점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것과는 달리 인간은 시행착오를 굳이 하지 않아도 제대로 학습을 하면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고등동물로 분류되는 소위 지식인들은 더욱 그러하리라고 본다. 하물며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국가의 정권을 쥔 사람들은 과거의 학습효과를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를 다스리겠다고 하면서 국민을 겉보리 보듯이 무시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나라는 절단 나고 파탄의 늪 속에 빠져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국민의 절대적 지지로 선출된 권력이 보여주는 작금의 행태는 무엇인가. 이 정권은 서민들이 잘사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하더니 자신과 동종 분류기준에 속하는 대한민국 1%에 들어가는 ‘강부자’ 사람들 일색으로 장관을 임용하였다. 인사는 코드가 아닌 일 잘하는 사람으로 임명하겠다고 하더니 인사 파이프라인이 ‘고소영 에스라인’ 이라는 코미디 같은 기사가 줄이어 나왔다.

 

경제 살리기를 하겠다는 미명하에 그토록 참여정부에서 비난해왔던 도덕적으로 하자가 큰 사람들, 특히 자신의 부를 쌓기 위해서 탈법․불법을 가리지 않은 사람을 대통령의 측근 사람들로 대거 들이 밀었다. 심지어 여론의 질타를 받고 물러나는 장관 후보자들도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뻔뻔스러운 행태를 반복하는지...

 

이 정권은 지난 10년간 정권 교체를 준비해왔다고 호언하여 왔다. 준비된 정권으로 경제 살리기를 하겠다고 떵떵거렸다. 그런데 그 준비되었다는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 참여정부 등에서 질타 받았던 온갖 문제점을 그대로 반복하는 시행착오의 준비였다. 학습효과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학습을 통하여 잘못된 시행착오의 기술과 대통령 당선이라는 성취에 몰입하여 불필요한 ‘승부사의 오기’만을 반복하여 습득한 것이었다. 생쥐도 시행착오를 통하여 가장 효율적인 통로를 찾아내는데 그만도 못하다는 말인가. 이제 그 끝에는 ‘또 속았다’ 한숨과 절망으로 시퍼렇게 멍들어 가는 국민의 냉가슴이 있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희수 교수는 인권연대 운영위원과 전북대 교수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3.27 16:2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희수 교수는 인권연대 운영위원과 전북대 교수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교체 #실용정부 #학습효과 #시행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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