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의 '전도' 활동, 어찌해야 할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친구, 흠집이 생겨버린 오랜 우정

등록 2008.04.11 13:46수정 2008.04.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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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아. 나 너한테 부탁할 것 하나 있어"

 

몇일 전, 친한 친구인 00이가 내게 갑작스런 말을 건넸다. 부탁할 일이 하나 있다며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조금 의아했다. 그 친구는 평소 남한테 무엇을 부탁할 그런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탁하고자 하는 내용이 뭔지 궁금했다. 호기심 어린 마음에 난 그 친구에게 먼저 묻게 되었다.

 

"응, 무슨 부탁? 소개팅 해달라는 거 아니야? 하하하"

 

처음에 나는 친구가 소개팅을 해달라거나, 아니면 과제 자료 찾는 것을 도와달라는 그런 가벼운(?) 부탁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흔쾌히 알았다고 할 작정이었다. 까짓거 소개팅 부탁하면 소개팅 시켜주고, 과제 도와달라면 시간 내서 과제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럴만큼 우리는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걸, 친구의 부탁은 그런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난감한 내용이었다. 

 

"응, 진성아.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한번 같이 미사를 드려보는 게 어떨까? 내 소원이야"

 

세상에, 친구의 부탁 내용은 소개팅이나 과제 찾기가 아니었다. 그보다 백배는 더 부담되 '전도'였던 것이다. 지금 친구는 내게 자기 교회로 와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친구의 갑작스런 전도 활동에 난 할말을 잃고 말았다. 실망과 황당함이 더해진 기분이었다. 친한 친구의 입에서 종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믿었던 친구에 대한 아쉬움도 커졌다. 중학교 때부터 친한 사이였던 그 친구는 내가 다른 종교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름의 가치관을 지니고 사는 사람인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믿는 바를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여튼 그런 부탁이라면 들어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친구가 실망하지 않게 말을 빙빙돌려 거절했다.

 

"아, 미안, 조금 어려울 것 같아. 나 학교 다니기 바쁘고 요새 교회는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나의 대답에 친구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친구가 던진 다음 말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생채기 내버렸다.

 

"야, 난 어렵게 던진 말인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거절할 수 가 있어? 친한 친구니깐 믿고 한 말이란 말이야. 교회에 다니라는 게 아니라 딱 한번만 같이 가보자는 거잖아."

 

나는 친구가 조금은 짜증섞인 어투로 한 그말에 대해 달리 할말이 없었다. 난 그저 '미안, 미안해'만을 계속 외쳤다. 물론 마음속으로 하고 픈 말은 꾹 참은 채 말이다.

 

'만약 내가 친구인 너한테 내 '가치관'을 강요한다면 넌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본 적 있니? 아마도 지금 내 기분을 조금은 이해 할 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하여튼 친한친구의 갑작스런 부탁(?)은 나의 마음을 혼란 스럽게 만들어버렸다. 결국 오랜 동안 스스럼 없이 우정을 이어가던 우리 사이에 작은 균열이 하나 생겨버렸다. 친한 친구의 '전도' 활동, 어찌해야 할까? 난감하다. 내가 너무 과민 반응한 것일까? 아니면 친구가 내 가치관을 무시하는 실수를 한 것일까?

 

속으로 계속 푸념을 했다. 만약 '가치관'을 바꾸는 그런 부탁이 아니라, 다른 부탁이었다면 백번도 더 들어줬을텐데 라고 말이다. 하여튼 난 친한 친구의 부탁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못된 친구인 것 같다. 덕분에 중학교때부터 유지해온 오랜 우정에 작은 흠집이 생겨버린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2008.04.11 13:46 ⓒ 2008 OhmyNews
#친구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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