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칙칙폭폭' 친자연 관광지로

[세상 톺아보기] 철도와 국도 그리고 강이 나란히 흐르는 한폭의 수채화

등록 2008.04.21 09:48수정 2008.04.21 09:58
0
원고료로 응원
a

19번 국도변의 벚꽃 풍경 곡성-구례를 잇는 섬진강변을 달리는 17번, 19번 국도는 지금 '꽃비'가 한창이다. ⓒ 김당


'골짝나라'로 통하는 전남의 오지(奧地) 곡성이 '친자연관광'과 '친환경농업' 1번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곡성군은 15일 '섬진강 기차마을'의 종착역인 가정역에서 조형래 곡성군수 등 공무원과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섬진강 기차마을 '신장개업' 행사를 했다.


군이 24억원을 들여 조성한 가정역의 펜션은 두 가지 유형. '기차펜션'은 실제 옛 통일호 기차 4량을 개조해 7개의 방으로 만들었다. 28㎡(8.6평) 정도의 각 방마다 주방과 세면·난방시설을 완비했고, 4인 가족이 쉴 수 있는 규모의 침실도 갖췄다. 일반 목조펜션은 36㎡(11평)짜리 3개동, 40㎡(12평)짜리 5개동, 50㎡(15평)짜리 1개동 등 9개동이 들어섰다.

15일 '기차펜션' 등 가족단위 숙박시설 완비

a

섬진강기차마을의 가정역사 . ⓒ 김당


이로써 철도 전라선과 국도 17호선, 그리고 섬진강이 나란히 흐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이곳에 '화룡점정'이 이뤄진 셈이다. '칙칙폭폭' 강변 기차여행을 즐기거나, 그 기찻길과 나란히 달리는 국도 17호선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거나, 혹은 그 철길과 국도를 끼고 도는 섬진강에서 래프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이 비로소 완비되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나 '러브호텔' 천지인 나라에서 가족단위로 오붓하게 친자연관광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이제 가족모텔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에서 간단히 '섬진강 기차마을 펜션'을 치거나, 펜션 관리사무소(061-362-5600)에 전화해 뚝딱 예약할 수 있다.

곡성군은 기차마을이 있는 가정리와 인근 두계리 마을에서 계절에 맞는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요즘은 '딸기 따기와 기차여행'을 결합한 농촌체험 관광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은 '예비가족'인 연인끼리라면 낮에는 섬진강을 끼고 도는 강 건너 도로에서 자전거 하이킹을 즐길 수 있고, 휘날리는 벚꽃의 '꽃비'를 맞으며 걸을 수도 있다. 또 밤에는 기차마을 펜션의 강 건너편에 자리한 곡성섬진강천문대에서 9시부터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낭만적인 데이트가 더 어디에 있으랴 싶다.

2005년 3월에 첫 개장... 연간 33만명이 찾는 '친자연 관광지'

a

가정역의 기차펜션 실제 옛 통일호 기차 4량을 개조해 7개의 방으로 만들었는데 28㎡(8.6평) 정도의 각 방마다 주방과 세면?난방시설을 완비했고, 4인 가족이 쉴 수 있는 규모의 침실도 갖췄다. ⓒ 곡성군


섬진강기차마을은 이제 곡성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되었지만, 기차마을이 처음 개장된 것은 2005년 3월 31일이다. 1998년 전라선을 개량(직선화)하면서 섬진강변에 폐선로 17.9㎞가 나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고현석 곡성군수가 직접 폐선로를 관광자원화하자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고 군수는 전라선과 증기기관차가 일제 때부터 서민의 애환이 담긴 '생활박물관'의 역할을 할 수 있고 특히 폐선지역(곡성역~압록)의 경관이 좋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폐철도의 관광상품화를 추진했다.

곡성군은 196억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아 사업단을 꾸려 철도청으로부터 폐선로를 매입하고 관광객을 태울 증기기관차와 전시용 증기기관차, 기차카페 2량, 철로 자전거, 어린이 놀이시설을 갖추는 등 6년간 준비 작업 끝에 기차마을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본격 운영 3년만에 기차마을은 '추억 속의 친자연 관광지'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곡성군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기차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101만2000여 명. 하루 평균 900명, 연간 33만명의 관광객이 기차마을을 찾아왔다. 이들은 1933년에 지어진 옛 곡성역사와 창고시설 등이 그대로 보존된 철도공원에서 곡성군이 자체 시험개발한 '철로 자전거'를 타거나 50년대 거리를 재현해 놓은 영화 <아이스케키> 촬영 세트장을 관람하고 곡성역과 가정역을 잇는 관광증기기관차(왕복 5천원, 1시간 코스)를 탔다.

가족형 펜션단지 조성... '경유지'에서 '체류형 관광지'로

a

섬진강기차마을의 기차펜션과 목재펜션 열차 4량을 개조해 7개 방을 만든 '기차펜션'과 36㎡(11평)짜리 3개동, 40㎡(12평)짜리 5개동, 50㎡(15평)짜리 1개동 등 9개동이 들어선 목조펜션으로 구성돼 있다. ⓒ 김당



이곳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대구역과 장단역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기차마을은 그 '명성'에 비해 연관 관광상품의 부족으로 인근 관광지에 가는 길에 한두 시간 머물다가는 '경유지'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기차마을을 '체류형 관광지'로 바꾸는 게 급선무였다.

이를 위해 곡성군은 시발역인 곡성역에 소나무 300그루, 장미 1만 그루, 14만8천㎡의 유채밭이 어우러진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가정역 주변 잔여 폐철도 2.8㎞ 구간을 철로자전거 관광로로 만들고 직접 가족형 펜션단지를 조성해 민간에 위탁운영한 것이다.

곡성군청의 한 관계자는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관광객이 1박을 하면 기본적으로 1인당 4만원을 쓰고 가고, 하루 놀다가 가면 1만5천~2만원을 쓰고 간다"면서 "펜션단지 개장으로 2~3배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곡성군의 올해 재정규모는 1943억원(자립도 10.7%). 전남 22개 시·군 평균 자립도 16.5%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이에 비해 지난해 기차마을 운영 수익은 지방세 등 자체수입 147억원의 5.8%에 달하는 8억4800만원이나 된다. 또 지난 3년간 폐선로 구간 인근에 펜션 단지 3곳, 모텔 1곳, 민박 49곳이 들어서는 등 38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가져왔다.

6-6-6 재배법 실천... '친환경농업 인증면적' 전국 최고

a

곡성의 5일장에 친환경 농산물 . ⓒ 김당


이로써 '심청축제 사업'이 곡성군의 대표적 효녀상품이라면 기차마을은 대표적 효자상품이 되었다. 섬진강기차마을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체험형 국민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토대는 곡성군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친환경농업 1번지'라는 점이다.

전라남도는 현재 친환경농산물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집계한 '2007년 말 기준 전국 각 시·도 친환경농산물 인증통계'에 따르면, 전남의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은 6만5619㏊로 전국 12만2882㏊의 53%를 차지한다. 이는 전남도 내 총 경지면적 31만3408ha의 20.9%로, 비율면에서도 2위인 경북(5.5%)과 3위인 강원(4.8%)보다도 월등히 높다.

2004년까지만 해도 4057㏊에 불과했던 전남도 내 친환경 인증면적이 이처럼 급증세를 보인 것은 2005년부터 타 시·도와 차별화된 강력한 친환경농업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10㏊ 이상의 친환경 농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당 100만(저농약)~160만원(유기농)을 최장 5년 동안 지원하는 등 강력한 '친환경농업 드라이브'를 펼쳐왔다.

전남에서는 곡성군이 단연 친환경농업의 선두주자이다. 곡성군은 벼농사에서도 이른바 '6-6-6 재배법'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즉, 질소 사용량 300평당 6㎏ 이하, 모내기 6월중 실시, 평당 모내기 60주 이하 심기가 그것이다.

'범죄없는 고장' 곡성, '친환경농업 1번지' '구곡순담 벨트' 브랜드와 상승효과

a

섬진강기차마을 관광안내도 . ⓒ 곡성군


그 결과 앞서의 '친환경농산물 인증통계'에 따르면 전남도 내 22개 시·군 중에서 곡성군의 친환경비율(전체 경지 대비 친환경 인증면적)이 44.1%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은 구례군 41.9%, 담양군 37.2% 순이다.

공교롭게도 세 군은 한 선거구(민주당 김효석 의원)로 묶여 있다. 또 이 세 지역은 지난 2003년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가 전국 최고의 장수벨트로 발표한 '구곡순담(구례-곡성-순창-담양) 벨트'에 속해 있어 눈길을 끈다.

곡성군은 효를 상징하는 심청의 고장답게 '범죄없는 마을'에서도 전남 42개 마을 가운데 27개 마을(64%)이 선정되는 등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인간환경'도 으뜸인 웰빙 고장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친자연관광'과 '친환경농업' 그리고 '범죄없는 마을'의 으뜸 브랜드가 서로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a

기차마을 가는길 . ⓒ 곡성군


#섬진강기차마을 #곡성 #친환경농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3. 3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4. 4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5. 5 남자의 3분의1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