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머니도 오줌 싼 적 있어?"

7살 손자, 요에 지도 그려놓고 창피한가 보네

등록 2008.04.19 14:06수정 2008.04.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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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차갑겠다. 어서 일어나봐. 오줌이 새서 요가 젖었네.”


녀석은 창피한 지 얼른 일어나서 화장실로 가버린다. 그리곤 자기가 직접 기저귀를 빼고 속옷을 갈아입는다. 내가 요를 걷어 세탁기에 집어넣고 오자 “할머니 내가 오줌 싼 거지?”라고 해  “이젠 우진이가 너무 많이 커서 기저귀도 작은가보다” 했다.

“할머니, 할머니도 옛날에 오줌 싼 적 있어?”
“그럼 있고말고. 할머니 할아버지, 우진이네 아빠 엄마, 삼촌 모두 우진이 만했을 때는 자다가 오줌 싼 적이 많지”

그제야 녀석은 마음이 편해졌는지  얼굴에 웃음기가 돈다. 나름대로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웠나보다. 손자는 토요일이면 어린이집을 가지 않기에 금요일 저녁에 우리 집에 와서 놀다가 자곤 한다. '잠들면 아침'인 녀석은 낮에 너무 피곤할 것 같은 날에는 가끔 기저귀를 채워 재우곤 한다. 녀석은 금요일을 제일 좋아한다. 하여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놀기도 한다. 짧은 시간에 놀이터도 가고, 아파트단지 안에서 자전거도 탄다. 평소 그렇게 놀지 않다가 어쩌다 그렇게 노니 피곤할 수밖에.

녀석의 그런 질문에 나 어렸을 적 오줌 쌌던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쯤에는 가끔 오줌을 쌌던 일이 있었다. 낮에 아주 심하게 놀던 날은 영락없이 요에 실례를 하곤 했었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그날도 자다가 축축해서 일어나보니 아니나 다를까 요에 실례를 하고 말았다. 그 며칠 전에 실례를 해서 엄마한테 된통 혼날 것을 생각하니 겁이 났다.

엄마한테는 오줌 쌌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옷을 갈아입고 있는 나를 본 엄마가 “오늘은 네가 웬일이니. 이렇게 일찍 일어나고”했었다.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요를 반쯤 걷어놓고 학교로 얼른 가버리고 말았다. 학교에 있을 동안에는 그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집에 돌아올 쯤 그 생각이 다시 난 것이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면 혼날 것이 뻔했다.


그래서 그대로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친구들과 놀다 조금 늦게 집에 들어갔다. 늦게 들어간 나를 보고 엄마는 반갑기도 하고 밉기도 했었나보다. 나도 엄마가 되니 엄마의 그런 마음을 충분히 알 수있는 것이다. 들어서는 나를 보고 소리를 지르려다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너 어디 갔다 이제 들어오는 거야. 그리고 아침에  오줌을 쌌으면 쌌다고 말을 해야지.말도 않고 요를 그렇게 돌돌 말아놓고 나가면 어떻게 해. 엄마한테 말을 했어야지”한다. 그렇게 혼만 나고 다행히 매는 안 맞았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의 화도 조금은 수그러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요에 실례를 하면 가끔씩 키를 쓰고 이웃에 소금을 얻으러 간 기억도 난다.  그건 나뿐아니라 이웃에 사는 다른 친구들도 오줌을 싸면 키를 쓰고 우리 집으로  소금을 얻으러 오곤 했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주눅이 들거나 놀리지는 않았던 같다. 내 자신이 좀 창피해서 그렇지.


요에 오줌을 싸는 것은  내가 우리아이들을 기를 때도  마찬가지로 있었다. 그런 것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라가는 과정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에 따라 조금 심한 아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렇지만 내가 어린 시절에 했었던 키 쓰고 소금을 얻으러 보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웃친구들이 알까봐 쉬쉬 했었다.  행여, 그런 소문이 나면 아이가 창피해 할까봐. 세월이 많이 변했으니 말이다.

예전에 오줌을 싸면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보낸 이유는 이렇다고 한다. 키는 곡식에 있는 돌이나 쭉정이를 골라내는 도구이듯이 좋은 건만 골라내는 키처럼, 좋은 곡식을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잘 자라서 다시는 오줌을 싸지 말라는 뜻이란다. 소금을 얻어오라고 한 것은 예전에는 소금이 매우 귀한 물건이었고, 소금은 부패를 막아주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땐 키 쓰고 소금 얻으러 갔던 일이 무척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정말 싫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웃을 수있는 추억이 된 것이다. 난 손자에게 “우진이 오늘(19일) 저녁에는 어떻게 할 거야? 기저귀를 차고 잘까? 아님 할머니가 깨워서 오줌을 눌까? 한번만 일어나면 되는데” “알았어. 나 이젠 기저귀 안차고 잘 거야. 할머니가 깨워줘”한다.
#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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