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사태 300일...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현장] 장기투쟁,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노조원들

등록 2008.04.19 17:50수정 2008.04.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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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투쟁 300일... 기습 매장진입 시도 19일 오후 4시 20분 홈에버 월드컵경기장점. 대학생과 이랜드노조원 등 250여 명이 일제히 2층 매장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 김윤상

▲ 이랜드투쟁 300일... 기습 매장진입 시도 19일 오후 4시 20분 홈에버 월드컵경기장점. 대학생과 이랜드노조원 등 250여 명이 일제히 2층 매장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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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매장의 셔터문을 닫으려는 경찰 관계자와 이를 막으려는 노조원, 학생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이경태

2층 매장의 셔터문을 닫으려는 경찰 관계자와 이를 막으려는 노조원, 학생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이경태
 

[기사대체: 19일 10시 30분]

 

19일 오후 4시 20분 홈에버 월드컵경기장점. 대학생과 이랜드노조원 등 250여명이 일제히 2층 매장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애초 호송차 십여대와 경찰 1천여명을 동원해 노조원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방어하고 있던 경찰들은 뒤늦게야 다른 문을 통해 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한 발 늦었다. 노조원들과 학생들은 이미 2층 매장 입구 앞까지 들어서고 있었다. 노조원들과 학생들은 "박성수를 구속하라", "이랜드 자본 박살내자"고 구호를 외치며 경찰의 벽을 밀고 밀었다.

 

그러나 경찰의 흔들림은 일순간이었다. 노조원들의 앞에 선 경찰들은 헬멧을 고쳐쓰고 방패를 세웠고, 뒤늦게 올라온 경찰들은 사람들의 옆과 뒤를 막고 서 자진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잠시 실랑이. 약 20분 이후 사람들은 천천히 뒤로 물러 결의대회 장소로 내려왔다. 이미 학생 2명과 진보신당 당원 1명, 노조원 1명이 대오로부터 뜯겨져 나간 뒤였다.

 

그러나 그들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일로 300일을 넘긴 이랜드 투쟁의 저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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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노조원들과 학생들이 철수하자 2층 매장 안의 직원들이 셔터문을 닫고 카트로 진입을 막고 있다. ⓒ 이경태

이랜드 노조원들과 학생들이 철수하자 2층 매장 안의 직원들이 셔터문을 닫고 카트로 진입을 막고 있다. ⓒ 이경태

 

오랜 투쟁으로 알려낸 진실. 그러나 아직 문제 해결되지 않아

 

이날 오후 2시 30분 지하철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앞에는 이미 10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학생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더 이상 비정규직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학교 안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말고 현장에서, 홈에버 앞에서 행동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와 몸짓은 매장 입구를 둘러 싼 경찰의 호송차로 만들어진 차벽에 가려져 있었다. 매장을 오가는 시민들은 헬맷을 깔고 앉은 전경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매장으로 들어갔다. 매장 입구에는 양복을 빼 입은 홈에버 측 경호원 8명이 서 있었다.

 

이미 시민들은 이랜드 투쟁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다.

 

매장 안에서 만난 임훈수(40)씨는 "불편하긴 하지만 홈에버가 나쁜 기업이란 건 알겠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달 언론보도를 통해 홈에버가 무허가 술 도매상들과 탈세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임씨는 "집에서 걸어서 나올 수 있는 대형마트가 이곳 밖에 없어 장을 보러 오지만 찝찝하다"고 변명하듯 말했다.

 

임씨의 말처럼 홈에버의 부도덕성은 300일이 넘는 이랜드투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임씨가 알고 있는 불법 주류 유통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쌀 카드깡' 의혹까지 불거졌다.(홈에버, '주류 탈세' 이어 '쌀 카드깡' 의혹. <프레시안> 2월 25일) 신용불량자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받은 신용카드로 카드깡 업자가 홈에버에서 대량으로 쌀을 사들이고 도매업자가 그를 되사는 형태로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는 않았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대학생들이 18일 이랜드투쟁 300일 집중집회에 앞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이경태

대학생들이 18일 이랜드투쟁 300일 집중집회에 앞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 이경태

지쳐가는 노조원들, 그러나 희망은 여전히 품는다

 

장기 투쟁으로 지쳐가는 노조원들도 보인다.

 

정 아무개씨(47)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아들, 딸을 키우고 있다. 남편은 지방에서 일하고 있다. 자식들의 학원비를 낼 수 없어 결국 학원을 그만두게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50만원에서 150만원씩 지급된 민주노총의 생계지원금은 지난 12월에 끊겨 버렸다.

 

정씨는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을 이유로 벌금 1천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에도 오히려 뚫리지 않은 현실에 답답해 하는 듯 했다. 정씨는 "10개월이 넘도록 투쟁했는데 뒤로 숨어버리고 이제 앞에 나서서 대화로 풀 때가 되지 않았냐"고 호소했다.

 

이아무개(49)씨는 "이제 사람들이 많이 잊어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면 '아직 안 끝났냐'고 되묻는 사람이 있다"며 "아직까지 투쟁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들을 향해 뛰어가던 순간 다시 '투사'가 돼 있었다.

 

홍윤경 이랜드 일반노조 사무국장도 이 점을 지적하며 "평범한 주부, 소시민에 불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일어서고 연대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회사가 18개월 이상 근무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기는 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며 "300일이 지났지만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며 희망을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유승현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전국학생투쟁위원회 위원장)도 '희망'을 말했다.

 

유씨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진 않고 서민을 위한 정책 대신 재벌을 위한 정책만 생기는 것 같다"며 "이랜드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약간의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학생들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다짐했다.

 

18일 오후 이랜드투쟁 300일 집중집회. 대학생들의 사전마당을 지켜보고 있는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 ⓒ 이경태

18일 오후 이랜드투쟁 300일 집중집회. 대학생들의 사전마당을 지켜보고 있는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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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노조원들이 매장에 입장하려 하자 경찰들이 호송차로 노조원들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 이경태

이랜드 노조원들이 매장에 입장하려 하자 경찰들이 호송차로 노조원들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 이경태

18일 이랜드투쟁 300일 집중집회에 참여한 진보신당 당원들 ⓒ 이경태

18일 이랜드투쟁 300일 집중집회에 참여한 진보신당 당원들 ⓒ 이경태

홈에버의 마크 위에 붙여진 이랜드노조 스티커 '박성수를 구속하라' ⓒ 이경태

홈에버의 마크 위에 붙여진 이랜드노조 스티커 '박성수를 구속하라' ⓒ 이경태
 
2008.04.19 17:50 ⓒ 2008 OhmyNews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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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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