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니오'가 우리의 미래를 지킵니다

한반도 대운하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건설회사 임직원들께 부치는 글

등록 2008.04.27 12:49수정 2008.04.2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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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역사의 현장에 서 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의 열쇠를 여러분이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아니오' 하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없었던 것이 되고, '예' 하면 이 나라는 국론분열과 함께 극심한 혼란이 예견됩니다.

대운하의 결정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 여러분이 쥐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햄릿과 같이 "회사냐? 나라냐?"로 내면의 갈등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회사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해야 할 사업이고, 나라를 위해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갈등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명료합니다. 정직과 양심이 키워드입니다. 정직하게 사업성을 평가하고,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입니다.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있는 것은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라는 평범한 원칙만 고수하면 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추호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이 '예'를 택했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니오'인데도 보신을 위해 나라를 버리고 회사를 택한다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것은 나라를 팔아 내 이익을 취하는 매국행위입니다.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훗날 여러분의 자녀들에게, "이 운하를 내가 설계하고 건설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면 '예'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아니오'인데도 속된 말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자조하면서 '예'로 가공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의롭지 못합니다. 양심과 영혼을 파는 행위입니다.

운하의 핵심가치는 물류입니다. 30년 이상 운송물류를 관찰하고 연구해 온 제가 보는 운하의 물류효과는 거의 제로입니다. 경부운하는 전기료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경제성이 없습니다. 전문가인 여러분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입니다.

경부운하는 오직 금수강산을 토막낼 뿐 얻을 게 없는 최악의 프로젝트입니다. 아름다운 이 강산을 콘크리트 옹벽으로 토막내서는 안 됩니다. 경부운하의 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운하의 사업성은 매우 부정적일 것입니다. 프로페셔널로서 정직과 양심에 따라 당당하고 떳떳한 목소리를 내 주기 바랍니다.


지금 운하추진 측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그들에게 상처받지 않고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을 세워주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는 잠시 머무르는 곳이고, 이 강산은 여러분의 후손들이 대대손손 발을 딛고 살아가야 할 소중한 삶의 터전입니다.

경부운하가 강행되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으로 공사의 진행도 어려울 뿐더러 완공과 동시에 원망과 지탄이 쏟아질 것입니다. 비행기가 없는 양양공항, 울진공항 등과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운하에 배가 다니지 않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애시당초 반도의 종단운하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가칭 '운하주식회사'는 이익을 내지 못해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하는 물류가 핵심입니다. 관광, 수질개선, 지역개발을 위해 운하를 만든다는 말은 동서고금에 없는 궤변입니다. 무용지물의 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여 결국은 방치되다가 철거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정직, 양심, 용기는 수많은 국민들을 환호하게 하고,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명예를 크게 드높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석민 기사는 한신대학교 경상대학 교수입니다.


덧붙이는 글 임석민 기사는 한신대학교 경상대학 교수입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회사 #타당성 조사 #운송물류 #운하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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