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을 뻔한 학교,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제주도 저정초·중학교, '학교살리기 운동'으로 다시 태어나

등록 2008.05.01 17:02수정 2008.05.0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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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전경 (오름 아래 아늑한 학교 전경이 실경산수화이다.) ⓒ 장영주

▲ 학교전경 (오름 아래 아늑한 학교 전경이 실경산수화이다.) ⓒ 장영주

'학교 살리기 운동' 모범 답안을 가지고 있는 학교가 있다. 숲 속에 꽁꽁 숨어 잘 보이지 않지만 삶과 영혼을 문화로 살찌우는 학교가 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과 제주현대미술관, 분재예술원에서 흘러나오는 문화의 향취로 가득찬 산 아래 위치한 그곳, 학교 앞을 지나면서 한번쯤 차에서 내려 자연의 냄새를 맡아 보고 싶은 곳.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저청초∙중학교(통합 학교, 교장 고신택)가 주인공이다.

 

저청초∙중학교는 통합학교이다. 길 하나를 가운데 두고 초등학교 교사가 중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중학교 교사가 초등학교 학생들을 오가며 가르친다. 소풍도 같이 가고 운동회도 같이한다.

 

학교 주변은 곶자왈(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 또는 지형을 일컫는 말)로 이루어져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을 둘러보는 현장 체험 활동을 하며 1년 내내 '우리고장 숨은 보물찾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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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살리기운동기념탑 (학교 살리기 운동에 협조해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 장영주

▲ 학교살리기운동기념탑 (학교 살리기 운동에 협조해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 장영주

저청초등학교는 전형적인 농산촌 소규모 학교다. 1970년 12학급, 1984년 10학급에서 1997년 100명 이하로 떨어지며 학교 살리기 운동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998년 7월 16일 청수·저지리민이 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학교 살리기 운동이 시작되었으며 세대당 130만원씩 기금을  모금하였고 동창회, 북제주군, 제주도 등에서 지원금 3억2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지원금으로 낡은 집을 수리해 주거 공간을 마련하고, 급식비 등을 제공하여 1998년과 1999년 사이 초등학생 48명, 중학생 25명이 유입되었다.

 

2000년 155명, 2001년 159명, 2002년 151명으로 꾸준히 150명 선을 유지하다, 2006년 101명, 2007년 82명, 2008년 현재 78명으로 감소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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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앞 (싱싱한 자연의 멋이 풍긴다.) ⓒ 장영주

▲ 현관앞 (싱싱한 자연의 멋이 풍긴다.) ⓒ 장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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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환경 (운동장 뿐 아니라 실내에도 자연의 물결이 흐른다.) ⓒ 장영주

▲ 복도환경 (운동장 뿐 아니라 실내에도 자연의 물결이 흐른다.) ⓒ 장영주

늘 푸르고 싱싱한 동백을 학교 나무로, 어려움을 견딜 줄 아는 깨끗한 춘란을 학교 꽃으로 정해 환경과 어울림은 대자연의 깊고 아늑함이 한 눈에 들어오며 주변은 모두 분재로 단장 되었다.

 

이는 주변의 분재예술원 영향이 컸다. 분재예술원은 국가원수급 인사들이 방문으로 유명한 곳이다. 개원 16주년을 맞는 분재예술원은 세계의 수많은 언론에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정원'으로 소개되면서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방문하여 "중∙한 우호 관계가 이 소나무처럼 높고 푸르게 발전하기를 기원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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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향취 (사진 위 : 분재예술원, 국가원수급 인사들이 많이 다녀 간 곳이다. 사진아래 왼쪽 :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농촌지역 개발 모델로 인기가 많다. -사진제공 :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사진 아래 오른쪽 : 제주현대미술관, 작년 개관 된 미술관 - 모두 저청통합학교 옆에 자리 잡고 있다.) ⓒ 장영주

▲ 문화의향취 (사진 위 : 분재예술원, 국가원수급 인사들이 많이 다녀 간 곳이다. 사진아래 왼쪽 :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농촌지역 개발 모델로 인기가 많다. -사진제공 :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사진 아래 오른쪽 : 제주현대미술관, 작년 개관 된 미술관 - 모두 저청통합학교 옆에 자리 잡고 있다.) ⓒ 장영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창작활동, 지역주민 및 예술가의 재교육, 문화예술의 대중화 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작업장과 작품전시공간 및 관광객들의 여가 생활을 즐기며 문화예술인이 한 데 모여 문화를 즐기는 곳으로 도내 7명, 도외 41명의 예술인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 제주현대미술관이 2007년 개관하여 국제조각심포지엄 야외공원을 신설하고 1000여명이 한꺼번에 관람 할 수 있는 복합 기능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관, 광장, 진입광장, 공동작업장, 야외전시관, 산책로, 전통문화공간, 연못, 정자, 돌담, 개인작업장이 한 폭의 그림처럼 모여 있는 문화촌이다.

 

주변에는 골프장(라온, 블랙스톤), 평화박물관, 방림원(야생식물원), 오설록, 2007년 가장 아름다운 숲길 대상을 받은 저지오름 등 다양한 생활문화 콘텐츠가 있다. 평화박물관, 방림원, 생각하는 정원 등에 학생들은 무료입장을 할 수 있으며, 라온골프장 관계자는 학교운동장 잔디 깎기를 해 주는 등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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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향상논의 (연구원, 정보원, 교육청, 학교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학력향상 방안을 논의 하고 있다.) ⓒ 장영주

▲ 학력향상논의 (연구원, 정보원, 교육청, 학교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학력향상 방안을 논의 하고 있다.) ⓒ 장영주

지난 3월 전국적으로 실시한 학력진단 결과에서 부진 학생이 있음을 확인, 학교살리기운동에 모았던 기량을 학력 향상에 쏟아 붇기로 하여 사이버학교를 개설하였다.

 

제주국제교육정보원의 e-스터디 시스템을 활용하고 방과 후 학습 방을 구성하여 멘토링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출석, 성적 등을 관리하며 학부모에게 문자 메시지로 학생의 학력 향상 정도를 알려 주고 있다. 

 

학원과 사교육비란 말이 온통 세상을 덮지만 여기는 저쪽 나라 이야기다. 문화학교의 여유로운 마음이 있어서인지, 도시의 경쟁을 아직은 몸으로 느껴지지 않는 농산촌 학교의 푸근한 정 때문인지, 주변 자연환경의 넉넉함 때문인지는 모르나, 사이버학교를 운영하면서 현재 학원에 다니는 중학생은 두 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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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한번 쯤 걸터앉아 보고 싶은 평균대,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 장영주

▲ 정문 (한번 쯤 걸터앉아 보고 싶은 평균대,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 장영주

초등학교는 정낭을 본뜬 돌기둥 정문, 중학교는 돌하르방을 세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학교 특색활동으로 '고장의 숨은 보물찾기'는 자연과 문화의 직접 체험을 통하여 제주인으로의 자부심과 애향심을 기르고 세계자연유산과 전통문화 보전 계승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곶자왈, 생명의 숨결 지키기'는 곶자왈의 가치인식, 환경문제에 생태탐방, 견학, 실험적 실천적 환경교육을 통하여 곶자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교육과정으로 짜여 있다. 학구 주변의  곶자왈로 '조수 곶자왈'·'청수 곶자왈'·'저지 곶자왈'·'저지 오름' 등을 끼고 있다.

 

곶자왈은 제주의 허파로 불린다. 제주의 땅속 암석이 높은 지열에 녹아 분출되다가 크고 작은 암괴로 쪼개지며 요철 지형처럼 쌓여 있어 지하수를 만드는 입구 역할을 한다. 이곳은 보온, 보습 효과가 커 열대식물과 한대식물이 공존하는 세계유일의 독특한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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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가 (숲 속의 수돗가 물은 자연수 그대로이다.) ⓒ 장영주

▲ 수돗가 (숲 속의 수돗가 물은 자연수 그대로이다.) ⓒ 장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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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학습장 (늘 푸른 인정을 자연에서 배운다.) ⓒ 장영주

▲ 야외학습장 (늘 푸른 인정을 자연에서 배운다.) ⓒ 장영주

어딜 가나 친환경적이다. 수북이 싸인 낙엽도 치우지 않는다.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한 편의 시상을 떠 올린다.

 

정수기가 필요 없는 수돗물(자연수)을 마시고 학교 텃밭, 비닐하우스 재배로 친환경적 농산물로 친환경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한창 푸른빛을 내며 곱게 자라는 천연잔디가 운동장을 메우고 행여 비가 올랴 바람 불랴 통학로를 만들어 등하교를 편하게 돕고 있다.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며 한 때 폐교 위기 몰렸다. 하지만 학교 살리기 운동에 힘입어 체육관과 도서관을 갖춘 반듯한 학교로 다시 태어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인터넷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01 17:0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주인터넷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학교살리기운동 #문화학교 #저청초?중학교 #분재예술원 #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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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통일교육위원, 한국녹색교육협회이사,교육부교육월보편집위원역임,제주교육편집위원역임,제주작가부회장역임,제주대학교강사,지역사회단체강사,저서 해뜨는초록별지구 등 100권으로 신지인인증,순수문학문학평론상,한국아동문학창작상 등을 수상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음(특히 제주지역 환경,통일소식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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