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간접광고 너무 심하더라"

노골적인 드라마 속 간접광고... 지상파 방송국들, 경고·징계에도 계속돼

등록 2008.05.28 18:07수정 2008.05.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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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집에서 모두가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자연스레 요즘에 방영되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갑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야, 요즘 드라마 보는데 광고 너무 심하더라, 드라마 중간에 갑자기 물건 파는 것도 아니고, 배우가 장황하게 설명해서 어이 없었어."

"맞어, 맞어 완전 어이없지?"

 

같은 드라마를 즐겨 본다던 친구도 맞장구를 쳤다.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는 드라마 속 간접광고

 

며칠 전 나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SBS 아침드라마 <물병자리> 5월 26일(지난 월요일)분 방송을 보고 있었다. 드라마 중반부 쯤이었다. 부잣집의 며느리인 극중 명은영이 아침상을 차리다가 난데 없이 조연인 가정부에게 핀잔을 줬다.

 

"아주머니, 음식물 쓰레기를 또 이렇게 놔두셨어요? 이렇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씀드려요."

 

그러면서 배우들 뒤에 소품이라기엔 너무 잘보이게 배치되어 있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통 쪽으로 다가갔다.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면 여기에 바로바로 넣어서…"라며 음식물 처리기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설명해주었다. 극 중 내용 전개와 전혀 상관없는 대화장면이 3분 정도 나갔다.

 

아이디 guwon1202는 <물병자리> 시청자 게시판에 '대놓고 음식물 처리기 광고를 하는군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드라마 내용과 관련 없는 음식물 처리기에 대해 광고를 하는 데 어처구니가 없네요"라며 "민우네 집(회장댁)은 아예 대놓고 사용방법 까지 다 나오던데 굳이 이 내용이 왜 필요로 하는지 공감이 가지 않으니 화가 납니다"라고 적었다.

 

또 sooin1213 씨는 "간접광고를 아예 드러내 놓고 하니 눈에 매우 거슬린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노골적인 간접광고는 비단 한 제품만이 아니다. 극중 의약품 광고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갑자기 손을 베는 장면에서 "웬만한 약보다 메디터치(밴드)가 더 나아요"라는 어색한 대사를 넣어 밴드 광고를 하고 있었다.   

 

평균 시청률 30%인 SBS 주말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다. 지난 25일 방영분에서 <물병자리>와 마찬가지로 음식물처리기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물론 극중 전개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SBS는 2005년 드라마 <루루공주> 때도 지나친 간접광고 금지 위반으로 사과방송을 한 적도 있다. 또 2006년 12월에도 간접광고 비리에 연루된 PD들을 해고하는 등 이에 따른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다.

 

다른 지상파 방송국들도 간접광고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BC <무한도전>은 간접광고로 2번의 경고조치를 받은 상태다. 공영방송인 KBS 상황도 마찬가지다. 방송위가 2007년 <경제포커스>의 간접광고를 제재한 사례를 비롯해 <소문난 칠공주> <황진이> 도 간접광고로 경고를 받았다.

 

간접광고가 도대체 뭐길래?

 

'product in placement'의 약자인 'PPL'로 불리는 간접광고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 특정 제품을 노출시켜 광고효과를 노린다. 극중 소품을 특정 제품으로 대체함으로 제품 회사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제작사에서는 소품을 협찬받거나, 협찬금을 받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제품을 마음에 들어하여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부담스러워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또한 요즘 신제품들의 PPL 경쟁이 과도해져서 적나라하게 간접광고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음식물 처리기가 대표적인 예다.

 

수위를 아슬아슬 줄타기 하고 있는 간접광고가 시청자의 눈에 좋게 보일 리 없다. 과도한 간접광고는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보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이다. 특히나 지상파 방송국들이 이 경계를 무너뜨린다면 모든 미디어 산업의 PPL기준은 급속도로 허물어질 것이 뻔한 일이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의 부인 메릴이 어색한 간접광고로 트루먼의 의심을 샀던 장면이 떠오른다. 

2008.05.28 18:07 ⓒ 2008 OhmyNews
#간접광고 #물병자리 #조강지처클럽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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