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일드' 최연소 총리에게 배울 점

일본 최연소 총리의 파격적인 정치 드라마 <체인지>

등록 2008.06.05 12:00수정 2008.06.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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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지TV 드라마 <체인지> 홈페이지 ⓒ 후지TV

일본 후지TV 드라마 <체인지> 홈페이지 ⓒ 후지TV

일본 후지TV는 2008년 2분기 조금 특별한 정치 드라마를 방영 중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기 배우 키무라 타쿠야 주연의 <체인지>가 그것이다.

 

일본 총리 된 키무라 타쿠야 <체인지> 

 

별 보기를 좋아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놀림 받을 정도로 순진하기만 한 초등학교 교사 아사쿠라 게이타(키무라 타쿠야 분)는 어느 날 정치인 아버지의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보궐선거에 나선다. 어쩔 수 없이 나선 선거이기에 져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뛰었고 지지율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대방 경쟁 후보는 유력 정치가였던 아버지의 오래 전 정치자금 스캔들을 슬쩍 건드리며 아사쿠라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차가워진 유권자들 앞에서 마지막 연설을 하던 아사쿠라 후보는 십여 년 전 그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아버지에게 사실이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자신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고 자신은 그것으로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판단하고 집을 나와 의절하여 교사로 지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을 향해 지난 날 아버지의 잘못을 자식으로서 대신 사과했다. 유권자들은 진심어린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국회로 보냈다.

 

아사쿠라가 정치를 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정치가는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조차도 그리 믿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도쿄 국회의사당의 노회한 의원들은 그의 등장이 반갑지 않지만 일약 전 일본의 신인 스타 정치인으로 등원한 아사쿠라를 이용하려 한다. 총선거 한 달을 앞둔 상황에서 추락한 집권당의 인기를 몰아주는 얼굴마담 총리로 선출한 것이다.

 

전 국민에게 방송되는 토론회에서 경제 용어나 정치 용어도 익숙하지 않아 바보 취급 당하지만 그만의 솔직한 정치력(?)을 국민들은 신뢰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집권당 총재 선거 연설에서 아사쿠라 의원은 총리대신은 누구보다도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할 의무와 책임을 진 사람이고 선거 때만 머리를 숙이고 당선되자마자 특권계급인양 행동하는 사람은 진정한 정치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자신은 정치 프로가 되고 싶지 않고 국민과 같은 눈으로 지금 이뤄지고 있는 정치의 문제점을 찾아 그것을 바로잡을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이제 겨우 4화를 방영한 이 드라마는 아사쿠라 의원의 총리대신으로서의 첫 집무를 보여주었다. 자신을 꼭두각시로 취급하는 관방장관의 계략을 알지 못하고 관료들의 두꺼운 벽에 포위되어 첫날부터 서명만 하는 총리로 전락할 상황에서 아사쿠라 총리는 자신이 국민과 약속한 바를 실천한다. 이전 총리 시절 진행된 일중 어느 지역의 댐 건설로 인해 30가구의 주민들이 해파리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관료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국가가 진행하는 일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다면 앞으로 그런 일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고 국가의 체면이 안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사쿠라 총리는 관료들이 골탕 먹이듯 던져준 그 많은 박스의 서류들을 며칠 밤을 철야해 검토하고는 잘못된 부분을 알아냈다. 그런 후 관료들의 반대에도 자신이 약속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수장으로서 피해주민들에게 사과하고 보상을 시행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회견 이후 총리는 피해 지역을 찾아 물고기를 구워 파는 어민들 만나 익은 고기를 사먹으며 진심어린 사과를 하였다. 그 주민들의 행복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국민에게 고개 숙일 수 있는 용기

 

보통 '일드(일본 드라마)'가 11부작 정도로 진행되는데 이제 4부가 지났다. 이 신출내기 아사쿠라 총리가 앞으로 어떤 사고를 칠지 몹시 궁금해진다.

 

픽션 드라마지만, 더구나 일본 드라마이지만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꼭 권하고 싶다. 정치 지도자가 구현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마음으로 느끼게 해줄 것으로 확신한다. 자신의 실정(失政)을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할 수 있는 용기도 정치인의 훌륭한 덕목으로 대통령이라면 기꺼이 국민에게 져도 괜찮지 않은가.

 

취임 당시 절대 다수가 이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지지했지만 지금은 그의 섬기는 리더십이 사실은 섬김을 강요하는 리더십임을 알고 연일 촛불을 들고 청와대 앞으로 나와 당당히 국민들을 만나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 국민들이 어디서 초를 공급받았는지 그 배후를 찾으라고 다그치고 아무런 대답 없이 외국순방만 할 뿐이다. 돌아와서 하는 일이 고작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장마가 빨리 오기를 기원만 하고 있고 말이다.

 

아사쿠라 의원은 총리 선거 연설의 말미에서 "여러분과 같은 귀로 약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진지하게 들을 것을 전 약속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물론 이 말은 우리 대통령도 누누이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아사쿠라는 초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정치의 실천을 향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더 말해 무엇하랴.

 

아사쿠라 의원의 연설문

전 지금까지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고 그 정점에 서있는 총리대신은 국민들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 여러분들을 위해 봉사할 것을 약속하고 선거를 통해 여러분에게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총리대신은 누구보다도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할 의무와 책임을 진 사람이지 선거 때만 머리를 숙이고 당선되자마자 특권계급인양 행동하는 사람은 진정한 정치가가 아닙니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진정한 정치가가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의 행복보다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진정한 정치가가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 여러분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믿고 싶은지 그걸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총리대신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본 정치세계는 그런 사람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정치프로가 된다는 것이 그들의 규칙에 따르는 것이라면 전 프로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전 약속드리겠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눈으로 지금 이뤄지고 있는 정치의 문제점을 찾아 그것을 바로잡을 것을 전 약속드리겠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귀로 약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진지하게 들을 것을 전 약속드리겠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다리로 문제가 일어난 곳에  망설임 없이 달려갈 것을 전 약속드리겠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손으로 저도 땀범벅이 되도록 일하고 이 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로 이끌 것을 제 모든 것은, 제 모든 것은, 여러분과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드라마 한 편 보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우습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는 드라마 주인공의 화려한 모습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드라마 내용에서 교훈을 찾아보길 바란다. 

2008.06.05 12:0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드라마 한 편 보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우습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는 드라마 주인공의 화려한 모습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드라마 내용에서 교훈을 찾아보길 바란다. 
#기무라 다쿠야 #국회의원 #이명박 #일드 #총리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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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평화의 도시, 일본 히로시마에 유학을 와서 우물쭈물하다가 일본과 한국을 함께 바라보는 경계인이 되었다. 현재 한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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