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 속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책으로 읽는 여행 23] 중국문화 전공 교수 이욱연의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등록 2008.06.10 16:42수정 2008.06.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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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 창비

가까우면서도 다른 나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항저우, 소주, 시아먼과 홍콩 등 벌써 이 나라의 여행을 네 차례나 다녀왔건만 다시 또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단연코 중국을 꼽고 싶다. 산뚱 반도를 비롯하여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중국의 다른 지방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처럼 중국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거대한 땅덩어리만큼이나 각 지방의 문화가 다르고 오랜 역사만큼이나 구석구석 가치를 지닌 나라. 현재의 정치적 문제점과 과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복잡한 곳. 봉건주의와 사회주의, 다문화 통합체제 등 중국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책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창비 펴냄)는 서강대 중국문화 전공 이욱연 교수의 중국에 대한 남다른 관찰이 엿보인다.

대중에게 쉽게 중국의 여러 지방색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 이야기를 빌어 전하는 것이 이 책의 특색이다. 한마디로 중국을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을 나누고 영화와 관련지어 접근하는 저자의 방식은 꽤 흥미롭다.

제일 먼저 소개하는 도시는 바로 베이징. 베이징 사람들을 대표하는 음식은 바로 술이라고 한다. 겨울에 워낙 추우니 중국 술은 적어도 50도는 넘어야 제맛이다. 중국인들은 술을 품평할 때 술이 맵다거나 힘이 있다고 말하는데, 워낙 도수 높은 술을 마시다 보니 생겨난 언어습관이 아닌가 싶다.

베이징을 대표하는 문화 중 하나는 경극 공연이다. 원래 봉건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전환을 맞으며 전통문화는 찬밥 신세가 되었는데, 최근 중국의 자국중심주의와 부합되면서 전통문화는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경극은 원래 베이징 지방의 극인데, 이제는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여기에는 영화 <패왕별희>의 국제적 성공도 한몫 했다.

베이징의 전통 주택 양식은 어떤 것일까? 영화 <북경 자전거>를 보면 전형적인 베이징 주택 양식인 사합원 사이로 자전거들이 누비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중국 주택은 공간 구성이 매우 폐쇄적이며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향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공간을 사각형으로 둘러싸서 외부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구조를 지닌 것이다.


"이러한 내부 지향의 구조는 외부의 간섭과 침입을 마고 독자적 영역을 확고하게 설정하는 방어적 성격을 지닌다. 너무도 넓은 땅에 살아서 역설적으로 이런 관념이 생겼고, 끊임없는 외부의 침략 - 국가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에 대비하기 위한 고려이기도 하다."

워낙 외부의 침략이 많으니 집 또한 폐쇄적인 형태로 자신을 보호하게 되었나 보다. 중국인들의 이런 문화는 타인에게 체면을 차리는 의식 구조에도 반영된다. 중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체면치레인데 이걸 잘 파악해야만 그네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책의 두 번째 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은 <완령옥>과 <색, 계>로 대표되는 도시 상하이다. 베이징이 청나라 시대의 고전적 전통을 담은 도시라고 한다면 상하이는 중국의 근대사를 반영하는 도시다.

상하이 문화를 크게 나누자면 아편 전쟁 이후 개방을 한 올드 상하이 시대를 맨 먼저 꼽을 수 있다. 영화 <색, 계>는 문화 개방 이후 자유로운 물결이 범람하다가 일본의 점령으로 쇠퇴기를 맞는 1940년대 즈음을 배경으로 한다. 이때부터 상하이는 암흑기를 맞고 친일 괴뢰 정부의 근거지가 되며 서양인들은 홍콩으로 철수한다.

그럼 현대 상하이는 어떨까?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가장 크게 떠오른 도시라고 한다면 아마 상하이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 무역을 기반으로 하여 금융과 무역, 산업의 도시로 급성장한 상하이는 이제 홍콩의 생활수준을 뛰어넘는 급성장 단계에 있다. 대신에 대륙으로 반환된 홍콩은 정체성의 혼란을 맞이하면서 오히려 성장이 더딘 상태에 달한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중국의 시골 중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을 소개한다. 충칭의 창강에 가서 배를 타자 옆자리에 앉은 10대 후반의 청년이 지속적으로 침을 뱉는 바람에 컵라면을 먹기 불쾌했다는 경험은 아직도 중국이 문화적으로 후진국 상태임을 보여준다. 현재 베이징에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침 뱉지 않기' '머리 자주 감기' '웃통 벗지 않기'와 같은 문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하니 시골의 상태의 열악함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중국인의 특징에는 '구경꾼 문화'라는 것도 있다. <아큐정전>의 작가 루쉰도 이런 중국 국민성을 지적했는데 "자기 집 앞 눈이나 치울 것이지, 남의 집 지붕 서리는 신경 쓰지 마라"는 속담만 봐도 얼마나 남의 일에 무관심한지를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길거리에서 누가 쓰러져도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구경만 할 뿐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관광지 같은 데서 시비가 붙어도 마찬가지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이런 일을 당하면 자신이 잘못했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루쉰은 이런 구경꾼이 사라지지 않는 한 중국에는 희망이 없다고, 새로운 중국이 탄생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런 구경꾼 심리는 마비된 국민성의 상징이라고 간주하고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루쉰의 대표작 <아큐정전>에도 이런 구경꾼들이 등장한다 아큐가 죽임을 당하는 데도 구경꾼들은 아큐가 왜 죽는지, 아큐가 죽임을 당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의 여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남의 일을 제일처럼 여기고 동정심 많고 정 많은 우리 민족과는 참 다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본다면 '쓸데없이 오지랖 넓은 민족'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중국과 한국이 얼마나 다른 문화에 속해 있는가를 깨닫게 된다. 그 차이를 파악하고 중국에 대응하지 않는 한 우리는 늘 '속국'과 같은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 땅덩이 넓고 자원 풍부하고 사람들이 많아 경제적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중국이지만, 그들에게 덤비는 우리도 단단히 준비를 하고 대한다면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 이욱연의 중국 문화기행

이욱연 지음,
창비, 2008


#여행서적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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