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성향이 서울시 교육감의 중요 자질인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 관련 보도 유감...좌우 이념 아닌 '중심'이 확고한 사람이어야

등록 2008.06.15 10:08수정 2008.07.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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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6월 14일자 사회면에서, 오는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서울시교육감 선거 아세요?'라는 이경원 기자의 취재 기사를 보도하였다.

 

이 기자는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에 비해 유권자들의 낮은 선거 인지도가 걱정된다면서, 선관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낮은 투표율로 뽑힐 새 교육감의 대표성을 우려하였다. 또한 "교육계에서는 이번 선거가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공 교육감과 사실상 진보세력의 단일후보인 주 교수의 양자대결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있기나 한 것일까? 교사들이, 학부모들이,학생들이 이번 교육감 선거에 대해 낮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 직선제로 바뀐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교육감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대선, 총선에 이은 잦은 투표에 따른 피로감이 쌓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교육계에서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후보가 누구이고, 진보세력의 사실상 단일 후보가 누구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보도는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유권자들인 서울시민들이 교육감 후보가 누가 나왔는지도 잘 모른다고 하면서, 언론에서 보수니 진보니 각 진영의 대표 후보가 누구누구일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출마 선언 앞둔 공정택 교육감은 보수 후보인가?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아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공정택 교육감은 개인 홈페이지에서 '학생들의 학력신장과 바른 인성함양', '학교선택권 확대', '교육격차해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조성' 등을 이루어 내겠다고 말한다.

 

또한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교육 활성화', '독서, 논술교육 및 학교도서관 활성화', '방과후학교로 사교육비 경감', '안전한 학교만들기', '과학영재교육강화', '좋은학교만들기 자원학교' 등 이외에 '유치원 교육과정 내실화', '서울특수교육 진흥', '평생학습 기회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가 '현실에 안주하고 전통적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행태'라면, 학교선택권 확대는 평준화 해체로, 교육격차 해소는 교육복지 확대로, 방과후학교로 사교육비 경감 등은 행정력을 동원한 반시장주의 경향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정택 교육감이 내건 교육정책은 학생, 학부모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현실 개혁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며, 학교 교육을 내실화하겠다는 여러 정책 등은 보수인지, 진보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듯 공정택 교육감의 교육정책이 보수인지, 진보인지도 구분하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택 교육감이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수 단체들이 앞다투어 공정택 교육감에 대한 지지 선언을 밝힌 것도 전혀 없고, 공 교육감 스스로도 보수 세력의 대표라는 꼬리표를 쉽게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어떤 측면에서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정품(正品)교육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영만 후보나, 불교계 종립학교 교장 출신의 박장옥 후보 등이 보수 세력의 대표 후보에 가깝지 않을까?.

 

출마 선언을 한 주경복 교수는 진보 후보인가? 

 

주 교수는 지난 2일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서울시교육의 변혁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출마선언을 발표하였다.

 

주 교수는 한국의 교육이 '국제적 종속성', '계급적 구조성', '부문적 왜곡성', '신자유주의도입에 따른 교육의 공공성 포기' 등의 모순에 빠져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여 평등하면서도 창조적이고, 즐거우면서도 생산적인 서울교육을 구현시키겠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모든 시민들에게 성장교육과 보통교육의 기회를 골고루 제공하면서 교육 기간 동안 모든 학생들이 경제적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학생들이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고, 각자 개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고양시키며, 행복한 진로에 따라 대학으로 진입하여 궁극적으로 본인과 가족, 사회가 모두 만족하는 시민들로 양성하겠다고 강조하였다.

 

진보가 '정치, 경제, 사회의 개혁을 주장하는 가치'라면 주 후보는 개혁적인 후보임에는 틀림없어 보이지만, 교육감의 권한과 책무가 서울시 초·중·고 교육 전반에 대한 집행기관일 뿐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주 교수가 사실상의 진보 세력의 단일 후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주 교수를 교육감 후보로 추대한 단체는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대학교수 3단체이며, 시민사회단체와 교육단체에게 연대를 제의한 사실이 있을 뿐이다.

 

이들 3단체는 '주경복 교수를 교육감으로 추대하며'라는 공동 발표문에서 "교육정책이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교육대중들의 꿈을 짓밟는 '미친교육'으로 패러디되고 있는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치명적 문제점들을 적시하며 '평등한 공교육 활성화와 창조적 세계인 양성'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교육운동에 헌신하는 주경복 교수를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추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육감의 이념 성향보다 학교 정책에 대한 실천 의지가 더 중요

 

교육감 후보를 고를 때, 유권자들은 후보가 서울시 교육을 책임있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인가를 판단할 것이다. 인물의 됨됨이를 보고, 실천 가능한 공약을 내놓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교육감 예비 후보들의 공약은 아직 유권자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누가 보수 세력을 대표한다느니, 진보세력의 사실상의 단일후보라는 등의 예단은 후보자들의 올바른 투표권 행사를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이 근거없는 사실로 드러나거나, 후보 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때, 당사자들의 불만을 야기할 것이고, 주민 직선의 참뜻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누가 나왔는지, 몇 명이 등록했는지, 어떤 공약을 내놓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수 세력의 대표 후보니, 진보세력의 단일후보니 하는 평가는 가뜩이나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민 직선에 의한 민선 교육감 선거의 의미를 반감시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서울시 교육 이끌 교육감은 보수와 진보 아우를 수 있어야

 

때로는 보수층으로부터 격려를 받고, 때로는 진보층으로부터 성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교육 지도자를 뽑았으면 좋겠다. 교육은 생활정치이다.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 학부모이며 유권자이고, 동시에 교육전문가이다.

 

교육 현안에 따라 유권자들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런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교육감으로 당선되어야 한다. 좌(左)도 아니고 우(右)도 아닌 중심(中心)이 확고한 사람, 학부모, 학생, 교사 입장을 끝까지 고민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교육감이 돠어야 한다.

 

교육감 간선제 당시의 줄세우기, 나눠먹기, 불법부정선거 등의 폐해를 끝장내기 위해서라도 새롭게 뽑힐 서울시 교육감은 '한국교육에 대한 정확한 인식', '이념지향성을 초월한 통합의 리더십', '다양하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철학', '교육의 사회적 역할 인식',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의 교육투자 마인드' 등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서울시 교육감은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행정을 개방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의사 결정시 민주주의 절차를 꼭 거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을, 교사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교육청의 문턱을 낮춰 학부모, 학생, 교사들에게 봉사, 헌신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서울시 학부모들은, 유권자들은 7월 30일 새로운 서울시 교육감 선출을 위해,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손에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첫 주민 직선에 의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학부모,학생,교사들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그런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합니다.

박관호 기자는 이인규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8.06.15 10:0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첫 주민 직선에 의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학부모,학생,교사들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그런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합니다.

박관호 기자는 이인규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 #학부모 #공정택 #주경복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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