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미만 먹을래, 30개월 이상 먹을래?

전수검사된 20개월 미만의 소고기를 수입하라

등록 2008.06.15 17:13수정 2008.06.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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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과오를 따라하는 통합민주당

 

누가 30개월에 우리의 구호를 묶어두려 하는가? 쇠고기 협상과 관련하여 수입 가능한 쇠고기 연령을 30개월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냐 이하냐를 쟁점으로 삼고 있는 집단은 누구인가? 30개월을 기준으로 삼는 이들은 정부와 통합민주당이다. 정부는 30개월 이상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수락했고 <가축전염병예방법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통합민주당은 30개월 미만이라는 목소리를 들고 나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광우병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30개월 기준안을 통합민주당이 줏대 없이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법률안의 기준을 만들어낸 광우병대책위의 기준에 가까운 것은 민주노동당의 법률안이다. 물론 광우병대책위조차 20개월 미만이라는 수입 기준 연령을 쟁점화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는 사이 어처구니없게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30개월만 남고 20개월 미만의 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통합민주당은 흥정도 하기 전에 30개월이라는 정부 기준안에 휘말려 버렸다. 20개월 기준안 폐기는 통합민주당이 저질러온 역사적 과오를 씻고 진보적 성향을 회복하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애초 한국정부 협상단이 미국과의 흥정에서 범했던 과오를 반복하는 것과 같다. 정의로운 국민과의 통합을 저버리고 그릇된 길을 걷는 정부와의 통합으로 가는 길이 정녕 통합민주당이 말하는 통합인가?

 

행복할 권리, 가난한 사람과 힘없는 나라에게도

 

에누리 없는 할인가로 판매를 시작하는 어리석은 상인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한국 정부와 통합민주당은 우둔한 길을 선택하고야 말았다. 쇠고기는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 식량이 아니다. 식량폭동이 일어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얻으려는 것은 밀과 옥수수와 같은 곡류이지 쇠고기가 아니다. 한국이 소를 사야 하는 이유가 미국이 소를 팔아야 하는 이유보다 더욱 절실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축산협회장도 20개월 미만의 소를 수출하는 것은 물론 전수검사를 수용할 의사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서 목동 부시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이라는 깜짝 놀랄 선물을 주고 온 것이다. 국민건강권을 담보로 그들은 송아지 고기에 축배를 들었다. 우리 국가와 국민의 권익이 아니라 남의 나라의 이득을 먼저 돌보는 사람을 한국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하여 급기야 정권 퇴진의 구호까지 낳게 되었다. 그가 캠프데이비드에서 먹었던 소가 20개월 이상 된 스테이크는 당연히 아니었다.

 

한 보수 일간지의 실력자가 강연에서 말하기를 미국 국민들이 먹는 쇠고기의 90% 이상은 20개월 이하며 20개월 이상은 극히 일부 식당과 햄버거 등 가공육으로 공급된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싸구려 식당에서나 2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취급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뼈와 부산물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남미 이민자 출신의 가난한 사람들의 식단이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더욱 높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0개월 이상, 나아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유통되어지는 경로는 크게 두 방향인데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공급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유한 육류가공업 자본가가 더 큰 판매이익을 챙기기 위해 수매한다.

 

전수검사와 20개월, 모든 주권국가의 동등한 기준

 

미국 애틀랜타 한인회는 그들이 미국에서 먹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미국 축산업자들이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한국으로 수출하기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렇듯 미국에서 합리적 시위를 펼쳐내는 교포들 덕분에 타임지는 한국인들이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수입하길 희망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게 되었다. 한국 언론이 정부 대 민주당의 대립안인 30개월 기준설을 지배적 여론으로 기정사실화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축산협회장의 발언을 특종이라 자랑했던 신문사마저도 쟁점을 30개월에서 20개월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20개월 미만의 소만을 수입하도록 재협상의 방향을 촉구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전수검사를 통해서 24개월 이하의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병한다는 결과를 얻어낸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소고기만을 수입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도 일본처럼 엄격한 20개월의 잣대를 요구해야 한다. 미국 국민보다 한국 국민이 더 싸구려 취급받을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미국 쇠고기 수입국가들 모두에게 <20개월 미만>이라는 협상카드를 나눠가지고 미국의 배려 없는 늑약에 맞서는 외교적 연대가 필요하다.

 

한미 양국 정부도 국회도 촛불에 귀 기울여라

 

우리는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유통시키고 한 마리 한 마리씩 전수검사를 하도록 엄중히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 측에게 이표(耳標)를 활용한 생산이력제로 정확한 월령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일본식의 전수검사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것은 한국 국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미국 쇠고기를 수입해서 먹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다. 결코 한미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이는 미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이 안전하고 행복한 길을 걷는데 미국 정부가 앞장설 수 있도록 영예로운 기회를 선사하는 것이다.

 

통합민주당은 이제라도 광우병 대책위와 민주노동당의 <20개월 미만 소 수입안>에 뜻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기나긴 시간 국민들이 촛불로 일궈낸 소중한 민주주의 열매의 단물만 빨아먹는 기회주의자로 전락할 것이다. 또한 <20개월>을 쟁점화하지 않는 언론들은 모두 보수일간지와의 변별력을 잃게 된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면 또 다시...

 

덧붙여 한국 정부는 가축전염병 방역 시스템의 총체적이고 실질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전수 검사 설비와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검역주권 수호를 위한 선결과제이다. 아울러 대통령이 호언했던 한우고급화는 축산농가가 다 죽고 난 다음에는 소용이 없다.

 

예고 없는 정부의 쇠고기 협상으로 피해를 본 축산 농가와 종사자들을 위해 구체적 방안을 세우고 즉시 시행해야 한다. 소를 헐값으로 투매했던 농민들에게 가격폭락 이전 시점인 작년 수준을 기준으로 매매차액을 보상해야 한다. 축산업을 지속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경제적 지원은 물론 관련 연구원들의 기술지원과 농축산경영컨설팅을 위한 인력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축산업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현장경험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재교육하여 국내의 전수검사 설비 구축에 필요한 인력자원으로 수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이득이 되는 방안이다.

 

축산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은 많다. 중요한 것은 지원시기를 내년으로 후년으로 미루지 말고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이 공무원 인력 감축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인력충원을 요구하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워낙 많으니 그 사이에 말 되는 일 좀 하시기를 권고한다.

 

농가 사정을 모르는 낙하산 인사나 책상물림이 아니라 농정과 농경을 일치시키는 농축산 현장실용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언제라도 돈 보따리를 챙겨들고 이 나라를 떠날 다중국적자인 재벌가 지원에 앞장서는 것이 이제는 결코 한국의 미래경쟁력이 될 수 없다. 식량난과 식량무기화가 현실이 된 오늘날, 미래 경쟁력의 뿌리인 농업은 반도체보다 귀중하단 사실을 위정자들은 깨닫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도표의 내용은 광우병 감시단의 자료 일부를 인용합니다. 

2008.06.15 17:13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도표의 내용은 광우병 감시단의 자료 일부를 인용합니다. 
#광우병 쇠고기 #20개월 미만 #전수검사 #민주당의 과오 #축산농가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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