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신선이 노니는 곳이 따로 없네!

[여름의 시원함 만끽할 거창의 명소를 찾아서] 금원산 자연휴양림과 월성계곡

등록 2008.06.20 11:48수정 2008.06.20 13:00
0
원고료로 응원
a

유안청 제1폭포의 수려한 풍경 유안청계곡에서 만나는 유안청 제1,2폭포 중 1폭포는 가장 위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 문일식

▲ 유안청 제1폭포의 수려한 풍경 유안청계곡에서 만나는 유안청 제1,2폭포 중 1폭포는 가장 위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 문일식

경남 거창을 향해 내려가는 고속도로는 오늘 따라 유난히 여유롭습니다. 대전을 지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 접어 들어 금산휴게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인삼의 고장 금산에서 만든 인삼설렁탕을 한 그릇 먹고, 다시 여정에 오릅니다. 소백산을 지나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끼고, 무주를 지나 육십령터널을 지나면 경상남도 함양 땅으로 들어섭니다.

 

지곡IC에서 내려 24번 국도에 오르면 안의에서 26번 국도를 만납니다. 함양에서 장수로 향하는 26번 국도상에는 화림동 계곡을 따라 농월정(지난 2003년에 화재로 소실됨),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 등 정자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오늘(10일)은 거창으로 가기에 아쉬운 마음만 화림동 계곡에 잠시 던져두기로 했습니다.

 

a

유안청계곡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등산객들 유안청 계곡의 맑은 풍경 속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풍경은 보기에도 흐뭇합니다. ⓒ 문일식

▲ 유안청계곡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등산객들 유안청 계곡의 맑은 풍경 속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풍경은 보기에도 흐뭇합니다. ⓒ 문일식

남덕유산에서 내리뻗은 한줄기 산자락은 남령과 월봉산을 지나 금원산에 큰 봉우리를 만들고 기백산으로 뻗어 내려갑니다. 금원산은 원래 '검은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이 검게 보인다는 데서 유래하는데, 흐린 날씨 속에서 얼핏 보이는 산세가 무척 듬직하고 장중해 보였습니다. '검은산' 금원산에는 금원산 자연휴양림이 포근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a

유안청계곡을 따라 세워진 텐트 금원산 자연휴양림에는 유안청계곡을 따라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와 방갈로가 들어서 있습니다. ⓒ 문일식

▲ 유안청계곡을 따라 세워진 텐트 금원산 자연휴양림에는 유안청계곡을 따라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와 방갈로가 들어서 있습니다. ⓒ 문일식

지재미골과 유안청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은 상천에서 합수되어 위천천으로 흐릅니다. 휴양림의 여러 시설들은 유안청계곡을 따라 숲속에 위치해 있어 여느 휴양림처럼 차분한 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12개의 콘도식 복합산막과 12동의 방갈로 일반산막시설을 갖추고, 단체를 위한 숲속 수련장과 가장 가까이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데크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금원산 자연휴양림은 관리사무소를 기준으로 지재미골 코스와 자운폭포, 유안청계곡 코스로 나뉩니다. 히말라야시다의 그림 같은 숲이 펼쳐집니다. 맑은 계류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산림욕과 금원산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유안청계곡에는 자운폭포와 유안청 1, 2폭포가 있는데 매표소에서 2km 남짓 떨어져 있어 가벼운 산책코스로도 좋습니다.

 

a

유안청 계곡의 아침 풍경 계곡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과 함께한 아침 풍경이 그윽하기만 합니다. ⓒ 문일식

▲ 유안청 계곡의 아침 풍경 계곡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과 함께한 아침 풍경이 그윽하기만 합니다. ⓒ 문일식

유안청폭포는 원래 이곳에 있던 가섭사로부터 유래하여 가섭도폭이라 불렀는데, 조선시대에 들어와 지방에서 치르는 향시 준비를 위해 유생들이 공부하던 유안청이 들어서서 유안청계곡이라 불렀고, 폭포 이름도 유안청 폭포로 바뀌었습니다. 물의 발원지가 멀지 않아 계곡의 수량은 제법 많고, 물도 차고 깨끗하여 다가오는 여름을 즐기기에는 제법입니다.

 

1, 2폭포로 나뉘는 유안청폭포는 커다란 암반을 따라 떨어지는 경사 완만한 와폭과 직폭으로 무려 190m에 이릅니다. 유안청계곡을 따라가며 만들어진 소와 담, 폭포가 숲과 어울려 산행이나 산책의 발걸음이 여유로워집니다. 유안청 계곡은 덕유산에서 집결한 남부군이 지리산으로 향할 때 500여 명이나 되는 빨치산들이 목욕을 했다 전해지기도 합니다.

 

관리사무소 오른편으로 문바위와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을 지나 지재미를 거쳐 금원산으로 오를 수 있는데 가섭암지 마애삼존불까지만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부터는 외나무다리와 돌다리를 통해 작은 개울을 건넙니다. 생각 같아서는 신발을 벗어들고 텀벙거리며 지나고 싶었지만, 신발을 신고 벗는 번거로움이 고개를 치켜드는 바람에 외나무다리와 돌다리를 건너고 맙니다.

 

a

맑은 개울을 따라 저편에 문바위가 보입니다. 우리나라 단일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는 작은 개울을 몇 번 건너야 만날 수 있습니다. ⓒ 문일식

▲ 맑은 개울을 따라 저편에 문바위가 보입니다. 우리나라 단일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는 작은 개울을 몇 번 건너야 만날 수 있습니다. ⓒ 문일식

몇 번 작은 개울을 건너면 우리 나라에서 단일 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가 시야에 가득 들어옵니다. 문바위는 옛 가섭사의 일주문에 해당된다고 하는데 문바위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 가섭사라는 사찰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수많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호신암, 금달암, 두문암, 지우암, 기은암, 가섭암 등 많은 이름이 지어졌다 사라지고, 또 다시 지어졌다가 문바위에 이른 모양입니다. 아마도 수많은 시간이 흘러가면 또 다른 이름으로 바뀌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문바위 아랫부분에는 달암 이선생 순절동(達巖 李先生 殉節洞)이라는 여덟개의 글씨가 또박또박 새겨져 있습니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선 이듬해인 1393년 달암 이원달 선생과 사위인 유환 선생이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 하여 이곳에서 순절한 곳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a

가섭암지 마애삼존불 전경 문바위를 지나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은 보물 530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문일식

▲ 가섭암지 마애삼존불 전경 문바위를 지나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은 보물 530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문일식

마애삼존불을 뵈러 가려면 바위 사이로 난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어찌나 가파른지 뒤를 돌아보면 아찔할 지경입니다.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은 자연스레 만들어진 커다란 암석 사이 넓은 공간 안쪽 바위에 새긴 삼존불입니다. 스페이드 모양으로 새겨진 안쪽으로 삼존불을 나란히 돋을새김으로 새겼습니다.

 

양쪽 보살의 둥근 두광과는 달리 본존불의 하트를 뒤집어 놓은 듯한 두광의 모습과 눈비가 흘러 훼손되지 않도록 삼존불 위쪽으로 지붕 모양처럼 홈을 파 놓은 게 인상적입니다.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은 보물 530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덕유산 동쪽자락에서 시작되는 월성계곡은 수승대와 금원산 일원과 함께 여름 최대의 피서지입니다. 북상면에서 서상으로 이어지는 37번 군도는 우람한 덕유산 자락을 바라보며 달리는 길입니다. 거창을 둘러본 후 고속도로에 오르기 위해 서상IC로 가야한다면 37번 군도야말로 아늑하고 편안한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울울한 숲과 물길따라 제 멋대로 이어진 계곡은 차와 함께 나란히 달립니다.

 

a

숲과 함께 하는 월성계곡의 투명한 물빛 굵은 돌 사이를 휘감아 흐르기도 하고, 숲을 끼고 흐르기도 하는 월성계곡 ⓒ 문일식

▲ 숲과 함께 하는 월성계곡의 투명한 물빛 굵은 돌 사이를 휘감아 흐르기도 하고, 숲을 끼고 흐르기도 하는 월성계곡 ⓒ 문일식

산수리와 병곡리의 깊은 곳으로부터 산수계곡과 병곡계곡이 이어져 내려오고, 산수계곡과 병곡계곡이 만나 합수되는 지점부터 비로소 월성계곡이 시작됩니다. 월성계곡은 5km가 넘게 이어지는 계곡으로 주변 산세가 크고, 암반이 많아 물놀이 하기에 적당한 곳입니다.

 

넓은 암반지대가 나타나기도 하며, 숲과 바로 붙어 오밀조밀한 계곡을 만들기도 합니다. 덕유산에 다가갈수록 계곡은 점점 깊어지고, 그 맑은 기운은 구슬보다 더 투명해집니다.깨끗한 물줄기가 돌덩이 사이를 비집고 흐르니 청명한 물소리가 귓전을 여지없이 맴돕니다.

 

a

한결고운 갤러리 내부 전시공간 한결고운 갤러리에서는 전시공간과 함께 통유리로 되어 있는 창을 통해 월성계곡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문일식

▲ 한결고운 갤러리 내부 전시공간 한결고운 갤러리에서는 전시공간과 함께 통유리로 되어 있는 창을 통해 월성계곡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문일식

월성계곡을 지나다 보면 계곡과 어울리지 않는 단아한 흰색 건물이 눈에 띕니다. 한결고운 갤러리라는, 이름도 고운 전시공간입니다. 이곳 거창에서 태어나 거창여고 교장으로 퇴임한 정무길 선생의 작품 전시공간입니다. 갤러리 건물도 직접 설계하고, 축대도 손수 돌 하나하나를 쌓아가며 만든, 정성과 인내가 가득 묻어나는 갤러리입니다.

 

a

한결고운 갤러리의 외부 휴식 공간 이곳에서는 발을 담그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물장구를 칠 수도 있습니다. ⓒ 문일식

▲ 한결고운 갤러리의 외부 휴식 공간 이곳에서는 발을 담그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물장구를 칠 수도 있습니다. ⓒ 문일식

넓지 않은 마당에  조성된 깔끔한 잔디마당에는 길을 따라 선생의 여러 작품들이 요소 곳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달맞이꽃, 인동초, 패랭이꽃 등 동서양의 조화로움이 묻어나는 꽃들의 색감도 다소곳합니다.

 

물속에 얼룩말처럼 무늬를 만들어 넣어 물이 흔들릴 때마다 오묘한 시각을 선사하는 수조가 있습니다. 신을 벗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 원두막과 테이블의 결합형인 퓨전 원두막도 월성계곡을 굽어보며 앉아 있습니다. 수조는 발을 담그며 쉬거나, 아이들의 작은 물놀이 장소로 적합합니다.

 

a

한결고운 갤러리에서 차를 마시며 월성계곡을 바라봅니다. 한결고운 갤러리는 무료로 운영되고, 차는 일정금액을 받고 있습니다. ⓒ 문일식

▲ 한결고운 갤러리에서 차를 마시며 월성계곡을 바라봅니다. 한결고운 갤러리는 무료로 운영되고, 차는 일정금액을 받고 있습니다. ⓒ 문일식

2층 규모의 갤러리 내부는 월성계곡 쪽을 향해 모두 통유리로 만들어 경관이 무척 뛰어납니다. 전시된 작품을 둘러도 보고, 통유리를 통해 월성계곡의 수려한 경관을 눈에 담고, 차를 마시며 넉넉한 여유를 부려볼 수도 있습니다. 한결고운 갤러리는 입장료는 없고, 차값만 따로 내면 됩니다.

 

하루 해가 넘어가고 어둑어둑해질 즈음 청소년 수련원에 이르렀습니다. 금원산 자연휴양림에 숙소를 잡아놓은 터라 다시 북상으로 차를 돌려야 했습니다. 흐린 날씨와 늦은 시간으로 인해 월성계곡의 진면목을 볼 수는 없었지만, 여름 한철 더위를 피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명소입니다.

 

하지만, 월성계곡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 거창뿐 아니라 가까운 대구쪽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하니 아무래도 한여름 휴가철보다는 휴가철을 전후해서 찾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20 11:4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금원산자연휴양림 #유안청폭포 #월성계곡 #한결고운갤러리 #가섭암지마애삼존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