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심의는 허위·과장광고 막는 보루

[주장] 방송광고 사전 심의가 필요한 이유

등록 2008.06.20 16:30수정 2008.06.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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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04년 당시 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홍보처 방송광고 심의사례 자료를 들어보이며 질의하는 장면(자료사진) ⓒ 남소연

사진은 2004년 당시 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홍보처 방송광고 심의사례 자료를 들어보이며 질의하는 장면(자료사진) ⓒ 남소연

각종 규제를 풀고 기업가적 마인드로 나라를 운영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광고업계를 중심으로 사전심의 방식의 방송광고심의제도 폐지에 관한 논의가 방송관련 법제 개편을 앞두고 논란 가운데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광고는 현행 방송법 제 32조 2항의 "대통령이 정하는 방송광고에 대하여는 방송되기 전에 그 내용을 심의하여 방송여부를 심의 의결 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사전심의를 거쳐 방송되고 있다. 이러한 방송광고 사전심의 제도에 대해 광고업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로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지만 일부 언론학자들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은 광고업계는 방송광고 사전심의 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밀어붙이는 중이다. 실제로 새 정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첫 업무현황 보고자료에 방송광고의 사전심의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윤성천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팀장 역시 방송광고 사전심의 문제는 정책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방송광고 사전심의 제도의 폐지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공익광고를 제외한 대부분 방송광고의 주체인 광고주들은 경제적 이익 달성을 목표로 세워진 이익집단으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 극대화를 위해 방송광고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방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따라서 이들은 광고를 통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 증대에 유익하고 필요한 정보만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 이용 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라 할지라도 자신들의 이윤추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정보의 경우 은폐하거나 누락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와 함께, 광고방송이 일단 시청자들에게 노출될 경우 그 효과가 너무 커서 시청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감쇄시키기가 힘들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방송광고는 짧은 시간에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반복해서 제공하는 매체로, 한번 시청자들이 광고 정보에 노출되고 나면, 여간해서 그 이미지를 바꾸기가 힘들다.

 

만약 방송광고 심의를 사후심의 형태로 변경할 경우, 광고주들이 이를 악용해 비방광고, 과대/과장 광고, 선정성 광고 등 자극적이고 허위적인 광고를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심의당국에서 광고에 대한 사후심의를 진행하는 동안은 계속해서 광고를 내보낼 수 있고, 일단 허위, 과장, 선정성 광고에 한번 노출된 시청자들은 광고주에 의해 제공된 정보를 믿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설사 심의당국의 사후심의를 통해 허위, 과장광고로 판명된다 하더라도 광고주들은 광고방송을 그만 내보내면 된다. 문제는 이미 허위, 과장 광고에 노출된 시청자들에게 광고의 허위성과 과장성을 알려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후 심의의 맹점을 이용해 광고주들은 치고 빠지기 식의 허위·과장 광고를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현대 사회에서 광고는 단지 상품의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사회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고는 우리 사회의 패션과 식생활 문화, 그리고 주거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 영향을 미치며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의 가치관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따라서, 여성 모델을 성적 대상이나 상품에 비유하는 등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반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소년들의 가치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방송광고를 사후에 심의할 경우 이러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고로부터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보호할 장치가 사라지는 것이다.

 

광고업계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사전심의제도를 과도한 간섭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광고주들이 자신들의 영리 추구를 위해 일반 시청자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매체를 이용하는 광고의 경우, 그 표현의 자유가 시청자들과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반드시 제한되어야 한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 시청자들을 속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기사는 한겨레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20 16:3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기사는 한겨레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방송광고 #광고심의 #사전심의 #광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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