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잠자리의 오묘한 사랑

가슴을 활짝 열고 현실을 인정하게 되면 새로운 길이 열려

등록 2008.06.20 21:11수정 2008.06.2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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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잠자리 가느다란 ⓒ 정기상

▲ 실잠자리 가느다란 ⓒ 정기상

“야! 색깔이 정말 곱네.”

 

처음에는 제대로 구분할 수가 없었다. 몸통이 너무나 가늘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연 잎 위에 앉으니, 선명하게 드러난다. 초록의 이파리 위에서 날고 있는 실잠자리의 모습은 그렇게 앙증맞을 수가 없다. 빨간 색을 하고 있는 잠자리는 많이 보았는데, 하늘색을 하고 있는 것은 처음이다. 색깔이 그렇게 우뚝할 수가 없다.

 

실잠자리가 비행을 하고 있는 우주는 온통 초록세상이다. 넓적넓적한 연 이파리 위에서 날 고 있어 식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이 그들의 삶을 유지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은폐를 통해서 적의 공격을 피하는 지혜라는 생각도 든다. 실잠자리가 날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실잠자리는 몸은 빈약하여 볼품이 없지만 육식성 곤충이다. 그것도 살아 있는 것만을 먹는다. 물 속에서 보내는 유충 시절에는 달팽이를 잡아먹고 날개를 달고 난 뒤에는 초파리나 모기를 사냥하여 먹는다. 그러니 약하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생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실잠자리는 실잠자릿과의 잠자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전체 몸의 길이가 4cm 정도이며 배와 날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좁다. 날개가 한정되어 있어서 멀리 날 수가 없다. 비행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정지할 때에는 날개를 곧게 세우는 습성이 있다. 그때 몸통의 고운 색깔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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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오묘한 ⓒ 정기상

▲ 사랑 오묘한 ⓒ 정기상

우는 습성이 있다. 이렇게 작은 실잠자리도 영역 확보를 위하여 혼신의 힘을 쏟는다. 드물기는 하지만 성충으로 동면하는 종도 있다. 대부분의 실잠자리는 알로서 월동을 한다. 가을에 수생 식물의 줄기나 잎에 산란관을 꽂고 산란한다. 그렇게 월동을 하고 봄이 되면 유충이 되고 변태를 통해서 날개를 가지게 된다.

 

보일락 말락 작은 몸을 하고 있는 실잠자리 두 마리가 사랑을 하고 있었다. 긴 몸통을 상대방의 배에 밀착시켜 사랑을 하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이들의 오묘한 사랑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진한지,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떠올리게 된다.

 

고통을 겪지 않고는 평범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였던가? 참아내기 어려운 아픔이 극복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천박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고통은 힘들게 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랑을 위하는 필연적인 존재인 것이다. 고통을 벗으로 여기고 늘 함께할 수 있을 때 삶이 빛날 수 있게 된다.

 

실잠자리의 사랑을 보면서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틋함이 가중된다. 이생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 하여 실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비록 사랑을 현생에서 이루지 못하였지만, 그 사랑이 절실하고 진실하다면 다음 생이라도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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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내일의 ⓒ 정기상

▲ 희망 내일의 ⓒ 정기상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상처투성이인 영혼일지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참담해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가슴을 활짝 열고 현실을 인정하게 되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7전 8기 하게 되면 인생 역전은 시간문제가 아닌가? 한낱 미물인 잠자리도 오묘한 사랑을 하는데, 만물의 영장은 무엇인들 하지 못할 것이 있을까?

 

초록 나라에서 오묘한 사랑을 하고 있는 실잠자리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무슨 일이 잘 되었다고 방방 뜰 이유도 없고 반대로 일이 되지 않는다고 낙심할 까닭도 없다. 일이 이루어지면 마음으로 즐거워하고,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음을 기약하는 되는 일이 아닌가? 잠자리의 사랑이 눈부시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김제 청운사에서

2008.06.20 21:1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사진은 김제 청운사에서
#실잠자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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