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집 광우병 쇠고기 반대? 현수막 안 떼?"

서울 관악구청, 지역 서점에 현수막 철거 계도장 발부

등록 2008.06.26 19:43수정 2008.06.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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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터 '그날이 오면' 현수막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 김이구

▲ 책터 '그날이 오면' 현수막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 김이구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관악구청 도시디자인 추진반의 윤아무개씨 외 5명이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 '그날이 오면(대표 김동운)'에 들이닥쳤다. 서점에 들어선 공무원들이 내민 서류는 서점 벽면에 붙은 광우병 반대 현수막의 철거를 명령하는 계도장이었다.

 

구청 측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20조를 위반했다면서 현수막 철거를 요구하였으며,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를 하겠다고 현장에서 밝혔다.

 

이에 김동운 서점 대표는 강력하게 항의하는 한편 "합법적으로 의사를 표한 현수막 게시 행위에 대해서 관악구청의 불법적이고 고압적인 강제철거 지시는 있을 수 없는 공권력의 과잉"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강제철거를 할 경우에는 법적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구청의 이런 초법적인 행위에 대해 항의하고자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광우병 반대 현수막 단속 관악구청 규탄 기자회견'을 26일 오전 11시 관악구청 광장에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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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청 규탄 시위 '그날이 오면' 김동운 대표 등이 26일 관악구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이구

▲ 관악구청 규탄 시위 '그날이 오면' 김동운 대표 등이 26일 관악구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이구

이들의 항의방문 소식에 담당부서장인 박현식 도시관리국장은 이미 구 청사를 빠져나간 상태였으며, 결국 행정관리국장실에서 항의 서한을 전달하였다. 이 자리에는 김경오 행정관리국장과 실무담당자인 도시디자인 추진반의 이만석 과장이 배석하였다.

 

김경오 국장은 김동운 대표의 항의에 대해 "구청 측에서 잘못한 부분은 없으며, 법적인 하자가 있을 경우에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또한 "단속을 하게 된 것이 민원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상부기관의 지시나 기타 정치적인 외압은 없었다"고 말했다.

 

26일은 미국산 쇠고기의 관보 게재와 함께 묶여있던 쇠고기 유통이 개시되는 의미있는 날 이어서 한 지자체의 광우병 반대 현수막 철거 명령이 지역시민단체들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서울지역의 경우 지자체장은 물론 지방의회마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이 대다수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관악구청의 사례를 바탕으로 유사한 행위가 타 지역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나왔다.

 

나경채 '미친소·미친교육 반대를 위한 관악연대' 집행위원은 "구청의 무례하고 폭압적인 계도장 발부를 규탄하고 김효겸 관악구청장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는 날까지 구청에 대한 투쟁을 놓지 않겠다"고 주장하였다.

 

김동운 대표는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다양한 현수막과 알림장을 내걸었지만 한 번도 철거명령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받은 이번 계도장이 처음있는 일이며, 이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라 개탄했다.

 

그는 또 "김효겸 구청장의 사과 없이는 이 폭압에 대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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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낭독 광우병 반대 현수막 단속 관악구청 규탄 기자회견(26일 11시) ⓒ 김이구

▲ 기자회견문 낭독 광우병 반대 현수막 단속 관악구청 규탄 기자회견(26일 11시) ⓒ 김이구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한 달 전에 경기도 과천에서 출발한 이 현수막 달기 운동은 이미 전국화된 상태이며, 지금도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광우병 반대의 소박한 의사 표현이다. 이런 시민들의 자발적인 반대운동에 대해 계도장까지 발부하며 철거를 명령하는 관악구청의 태도와 이에 반발하는 지역시민단체의 공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궁 속에 있다.

 

지역 시민의 인터넷 민원으로 발생한 광우병 반대 현수막 철거 명령 사건이 관악지역을 넘어 타 지역까지 확산될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구청의 독자적인 판단에서 결정된 것인지 어떤 외압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도 지역 주민들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우병 #현수막 #관악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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