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앞에 몰려가 '국가는 월남파병 고엽제 환자 책임져라'는 구호가 적힌 LPG가스통을 승합차앞에 묶은 채 'MBC PD수첩 박살내자'는 피켓을 출입문에 꽂아 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내가 아는 정예 특수요원 출신들은 별별 경험의 산전수전을 다 겪으신 분들이다. 물론 국가로부터도 버림받듯 응분의 대접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사적 이익에 흔들리거나 얄팍한 정치권력에 이용당해 함부로 행동하는 분들이 아니다. 절대 다수의 특수직 수행요원들은 요란스레 떠들며 나서지 않는다. 매사에 신중하고 말없이 조용하다. 인간적 도리를 생각하며 사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다.
어찌 그런 분들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적 권리를 실현하는 촛불 시위를 방해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정당의 당사에 무단 난입해 당직자를 구타하는 이성 잃은 추태를 보일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원분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베트남에 가서 싸우다 안타깝게 병을 얻었다.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했지만,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분들이다. 그 분들이 정당한 보상과 권리를 요구해야 할 곳은 국가이지 방송국이 아니다. 그런데 정권이 마치 전리품인 양 방송을 장악하려는 흉계를 막기 위해 모인 시민들 앞에서 가스통을 굴리다니, 답답할 뿐이다.
그들에게 당부한다. 군을 아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앞으로는 제발 군 출신임을 내세우지 마라. 특수임무를 수행하다 전사한 선배 전우들을 진실로 생각한다면 다시는 특수요원이었다고 입 밖에 내어 떠들지 마라. 그런 행동들이 선배들의 명예를 더럽히고 군을 욕되게 할 수 있음을 똑똑히 알라.
국민의 정당한 의사 표시를 폭력으로 방해하고 언론의 자유와 정당 정치를 위협하는 작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부정이자 도전행위다. 이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국가체제'에 대한 중대 도전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군의 명예가 더 이상 손상 받지 않도록 당국에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군 당국의 솔직함과 당당함을 기대한다그렇지 않아도 현대사에서 우리 군은 이승만과 친일세력의 정치적인 목적에 동원된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제주 4·3항쟁에서부터 5·16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항쟁, 그리고 12·12 군사반란 등에 이용된 탓에 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매우 부정적으로 형성되어왔다.
우리 군은 불행했던 역사적 경험을 딛고 일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몰지각한 군 출신들이 역사 발전과 국민 정서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을 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군 당국은 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더 이상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치 않도록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현 정국에 촛불 예비군들이 등장해 신선한 충격의 좋은 이미지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내가 기억하기에는 군복이 국민들로부터 이토록 애정 어린 찬사를 받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 군 당국은 군의 명예를 드높인 이들을 격려하고 감사하는 솔직함과 당당함도 아울러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표명열 기자는 육군 정훈감을 역임한 예비역 준장으로 현재는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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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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