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 소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예산군청, 사직단 추정 터 송신탑 공사 허가 후 중단 조처 내려

등록 2008.07.15 14:13수정 2008.07.1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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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 대흥면 봉수산 정상에 사직단(혹은 사찰터)으로 추정되는 현장 예산군 유적관련 분포 지도에는 '사찰터'로 기록되어 있으나,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에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사직단'으로 추정하고 있는 곳. 이곳이 KT송신탑 건립 공사로 인해 모두 파헤쳐져 있는 현장. ⓒ 국은정

▲ 예산군 대흥면 봉수산 정상에 사직단(혹은 사찰터)으로 추정되는 현장 예산군 유적관련 분포 지도에는 '사찰터'로 기록되어 있으나,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에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사직단'으로 추정하고 있는 곳. 이곳이 KT송신탑 건립 공사로 인해 모두 파헤쳐져 있는 현장. ⓒ 국은정

지난 2월 우리는 보물 1호인 숭례문이 눈앞에서 활활 불타 허물어지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아야 했다. 이후 우리나라 문화재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비판했고 개탄하며,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그동안 소홀했던 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문화재 관리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불과 6개월 전의 일이다.


12일, 대전문화연대가 정기 하계답사로 떠난 답사 과정 중에 숭례문 사건을 떠올리는 또 하나의 문화재 관리 현장을 목도했다. 이날 문화연대는 지리학자인 권선정씨를 선두로 청양군과 예산군 일대에 위치한 과거 조선시대 읍치를 중심으로 ‘공간구성과 경관읽기’라는 주제로 답사를 하던 중 예산군 대흥면에 위치한 봉수산 정상에 있는 사직단으로 추정되는 곳이 파헤쳐져 있는 현장(송신탑 설치를 위한 작업 중인 것으로 추정)을 발견했다.


권선정씨는 “불과 며칠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원형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는데, 이런 현장을 보게 되니 말문이 막힌다. 우리나라에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대규모의 사직단이 이렇게 되어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며 개탄했고, 함께 답사에 나섰던 회원들 역시 눈앞에서 벌어진 사태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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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읍치 일대 돌무더기 조선시대 읍치 일대로 '낡은 사직'이라는 옛지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직단이 옮겨진 자리로 추정되는 현장이 송신탑 건립 공사로 인해 모두 파헤쳐져 버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 국은정

▲ 조선시대 읍치 일대 돌무더기 조선시대 읍치 일대로 '낡은 사직'이라는 옛지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직단이 옮겨진 자리로 추정되는 현장이 송신탑 건립 공사로 인해 모두 파헤쳐져 버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 국은정

 

이에 14일 오전 대전문화연대의 사무국장 안여종씨는 예산군청 문화재 담당 관리자인 소병희씨와 통화하여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묻고, 이에 대한 정확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대전문화연대의 권고를 받고 뒤늦게 자체 조사를 나섰던 예산군청 관계자는 이날 오후 전화로 “봉수산은 국유지로 현재 진행 중이던 공사는 KT의 송신탑 설치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조사해본 결과 2001년 초반에 문화 지표 관련 분포지도에 사찰터로 기록돼 있는 것을 발견”하여 “이에 대한 행정적 실수를 인정하고, 조속히 관련 공사 중단을 시켰으며 문화재는 원상 복귀시키기로 결정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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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사직단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되는 기와. 물고기뼈 모양의 빗살무늬가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 국은정

▲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사직단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되는 기와. 물고기뼈 모양의 빗살무늬가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 국은정

필자는 15일 오후 예산군청 문화재 담당 소병희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소병희씨는 “문화유적 분포지도에는 사직단으로 나와 있지 않고, 사찰터로 나와 있다.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문화재 지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산림청의 공사 허가 과정에서 특별한 조치가 행해지지 않은 것”이라며 “일단 공사를 중단시켰고, 문화재 위원들과 함께 사찰터인지 사직단인지에 대한 보다 정확한 고증을 거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문화연대 안여종 사무국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사를 할 때는 법적으로 문화재 지표 조사를 하게 되어 있다. 관련 서류 검토를 하게 되어 있는데 송신탑 같은 소규모 공사에는 검토 없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검토를 해야 하는 게 맞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답사가 아니었다면 되돌리기 힘들 뻔 했다. 송신탑이 완전히 자리 잡은 후에 발견되었다면 우리 문화유산이 그대로 파괴돼 복구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예산군청에서 자신들의 실수를 일부 인정하고 빠른 조치를 취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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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연대 지리학자 권선정 씨를 중심으로 모여 허술한 문화재 관리의 현장을 앞에 두고 개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국은정

▲ 대전문화연대 지리학자 권선정 씨를 중심으로 모여 허술한 문화재 관리의 현장을 앞에 두고 개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국은정

 

2008.07.15 14:13 ⓒ 2008 OhmyNews
# 대전문화연대 #사직단 #예산군청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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