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을 때 안 쓰면 딱 좋은데!

[오마이뉴스 환경 지수는 몇 점?-②나무젓가락] 재활용 안돼, 모두 소각 또는 매립

등록 2008.07.22 09:37수정 2008.07.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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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오마이뉴스 사무실 안에서 쓰레기 줄이기 실험을 한 결과를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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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평 이상 음식점, 1999년 이후 모든 음식점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은 사용 금지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선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많이 쓰인다. ⓒ 조호진


"이화인들의 주된 점심식사인 김밥을 먹기 위해 사용하는 나무젓가락도 대표적인 일회용품이다. 생활협동조합(생협) 한 곳에서 한 달간 학생들이 사용하는 나무젓가락은 약 1천~1천5백 개에 달한다. 생협 관계자는 '김밥에 끼워져 있는 나무젓가락까지 합하면 한 달 3천개 정도의 나무젓가락이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이대학보>(2008년 5월 19일)

1994년 10월부터 10평 이상 음식점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1999년부터는 모든 음식점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못쓰게 했다. 그렇다고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사라진 건 아니다. 김밥도시락을 먹을 때,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때, 자장면을 먹을 때 나무젓가락을 쓴다. 위에서 소개된 예처럼 말이다.

1990년대 당시 66억개이던 연간 일회용 나무젓가락 사용량이 25억개 수준으로 줄긴 했지만(녹색연합, 2004년) 여전히 만만치 않은 숫자가 쓰이고 있다. 한국행정학회가 환경부 용역을 받아 2003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115개 업소 중에서 72.2%가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 나무젓가락은 현재 분리수거 대상이다. 일반쓰레기 봉투에 담겨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재활용되지 않고 고스란히 버려지는 쓰레기인 셈이다.

2000년 무렵 중국제에 밀려 국내 나무젓가락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국내에서 쓰고 있는 나무젓가락은 대부분 중국제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해마다 450억개의 나무젓가락을 생산해, 세계 최대 나무젓가락 생산국인 중국이 태도를 바꿔 나무젓가락 규제에 나섰다.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만들기 위해 중국에서 벌목하는 나무는 대략 2500만 그루. 이로 인해 사막화가 빨라지고 황사까지 심해지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일회용 나무젓가락에 5% 세금을 매긴 뒤, 다시 12월에 일회용 나무젓가락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인근 대만 또한 올해 6월 프레지던트 체인(대만 전역 4800여개 세븐일레븐 매장 소유)을 비롯해 체인점 4개 회사가 포장용 음식을 판매할 때 소비자가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요구할 때만 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0년 자란 나무 한 그루로 3000-4000개의 나무젓가락을 만들 수 있다. 중국에서 매년 생산되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1000만 박스이니 매년 2500만 그루의 나무가 벌목되는 셈이다.…현재 중국에는 나무젓가락 생산업체만 약 1000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매년 400-500만㎡의 삼림을 훼손하고 있으며, 나무젓가락 사용량이 총 목재 소비량의 10.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실정을 보다 못해 전국 人大 대표인 남순희 지린 석현제지유한책임회사의 이사장이 나무젓가락 생산 중단을 건의하고 나섰다. 남 대표의 조사에 의하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나무젓가락 중 매년 600만 박스가 한국과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동북저널>(20005년 3월 28일-4월 3일)

세상이 이러하니 오마이뉴스 또한 가만히 지켜볼 순 없다.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대상으로 한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 2주차 과제는 '일회용 나무젓가락 안쓰기'다. 7월 14일(월)부터 7월 20일(일)까지가 실험 주간. 안 쓰기에 들어가면서 회사에 공용 나무젓가락 다섯 짝을 놔두었다.

첫날 일회용 나무젓가락 사용 '0'...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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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사무실에서 나온 나무젓가락들. ⓒ 김대홍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많이 나왔을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지난 14일(월) 쓰레기 양을 확인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 버린 쓰레기가 나오는 월요일은 1주일 중 쓰레기 양이 가장 많은 날이다.

결과는 '0'. 이럴 수가…. 주말에 근무를 하면 틀림없이 음식을 시켜먹었을 텐데, 안 나왔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결과가 '0'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돌리다가 결국 제보를 받았다.

"토요일 음식을 시켜먹었어요. 아마 일회용 나무젓가락 네 개를 썼을 거예요. 증거인멸하려고 분질러서 몰래 버렸어요."

그랬다. '0'이었던 이유는 증거 인멸이었다. 그렇다면 월요일 젓가락 사용 갯수는 '4'로 해야겠다. 이튿날인 15일은 9개(안 쓴 젓가락 두 개)가 나왔다. 월요일마다 간부 회의를 하면서 점심을 시켜먹는다. 샌드위치나 김밥 등을 시켜먹는데, 김밥을 먹을 때 젓가락을 쓰게 된다. 그 때 나온 것으로 보인다.

16일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17일엔 2개. 전날 회사에서 혼자 김밥을 먹은 누군가가 젓가락을 썼다고 고백했다. 그 뒤 18일엔 '0'이었고, 이틀을 건너 뛰어, 21일에도 '0'개였다. 주말에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하나도 안 썼다는 말이다.

주말 근무를 쓰면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쓸 뻔한 적은 있었다. 그날 저녁 내가 식당에 음식을 주문하러 갔다. 그 때 주문음식에 종업원이 습관처럼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넣었지만, 빼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사무실에 공용 나무젓가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엔 점심을 싸갖고 오는 도시락파와 외식파가 있는데, 외식파 몇 명을 붙잡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쓴 적이 있는지 물었다. 식당에서 나무젓가락이 나온 적은 없다고 한다. 단 직원 M씨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을 때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쓴다"고 털어놓았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먹을 때는 대체용품이 없다. 젓가락을 들고 다니지 않는 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안 쓸 도리가 없다.

이 문제는 일주일 사이에 당장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사무실 내부에서 안 쓰도록 하는 게 먼저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팀장은 "주문할 때 나무젓가락을 빼달라고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으니, 한 달 뒤 다시 확인해볼 예정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젓가락 재활용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이물질이 묻지 않은 폐목재는 재활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정에서 쓰는 양에 비해 분리수거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선 별도 재활용 봉투가 필요하다. 별도 분리수거를 해야 하며, 지자체에 따로 보관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세척비와 재생 비용을 포함하면 재활용 비용이 꽤 든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관련 시설이 전혀 없다. 국내에서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재활용을 하는 업체가 없다. 환경부에 관련 내용으로 의뢰를 한 곳도 없다. 아직 업체 쪽에서는 나무젓가락 재활용은 관심 밖인 셈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화장지로 만들고 있다. 일본은 연간 나무젓가락 사용량이 262억개이다. 우리나라(25억개)의 열 배가 넘는다.

한국종이팩재활용협회 권혁찬 팀장은 "나무젓가락으로 화장지를 만들긴 사실상 어렵다"며 재활용이 어렵다는 뜻을 비쳤다. 폐목재전문 처리업체인 동화기업의 유성진 차장은 "나무젓가락 재활용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굳이 쓴다면 나무젓가락 에너지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은 가능하다. 만약 나무젓가락 재활용과 관련해서 의지가 있는 업체가 문의를 한다면 고려해볼 순 있다"고 답했다.

아무튼 일회용 나무젓가락 재활용 방법이 지금으로선 없는 법이니, 한 번 쓰고 버릴 수밖에 없다. 수입단가가 5원에 불과하다고 하니, 매일 하나씩 쓴다고 해도 채 2000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때문에 사막화와 황사에 영향을 미친다면, 값싸다고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참고로 녹색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1년 동안 쓰는 일회용 나무젓가락 25억개를 나무로 세우면 남산 26개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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