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체육시설 '불야성'... 에너지 절약 뒷전

대낮같이 조명 밝힌 채 운동 삼매경… '고유가 파고 넘자' 시책 무색

등록 2008.07.23 09:14수정 2008.07.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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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같이 조명을 밝힌 만안여성회관 테니스장 ⓒ 최병렬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에너지 대책이 지난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가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자가용 승용차 2부제가 시작됐으며 공공기관에서는 실내온도가 27℃를 넘어설 때 에어컨이 가동되고 4층 이하에는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또 가로등 격등제에다 공공기설물의 경관 조명도 중단됐다. 이는 민간부분의 에너지 절약 유도를 위해 공공부문과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 낭비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나 공공시설 일각에서는 여전히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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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 하이라이트 조명이 켜진 타워 ⓒ 최병렬


지난 18일 저녁, 안양시 안양8동에 위치한 만안여성회관 부설 테니스장에서는 M 테니스 동호회원들이 운동에 푹 빠져있다. 문제는 고유가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대낮같이 조명을 밝히고 있다는 것.

이 테니스장은 안양시 만안여성회관이 직영하고 있는 시설로 시가 밝혀온 에너지 절약 추진 대책과는 상반되게 오후 8시부터 밤 10시가 다 될 무렵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있어 민간부분으로 확대하려는 에너지 시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현장을 취재한 결과, 이 테니스장에서는 하루 평균 7-8명 동호인 회원들이 이용하고 날이 어두워질 무렵인 오후 8시께 켜진 조명은 9시 30분까지 1개 타워당 6개에서 8개의 고압 하이라이트로 불을 밝혀 마치 대낮을 방불케 했다.

이곳에는 4개의 조명타워가 세워져 있으며 1개 타워당 8개의 조명 전구가 설치되어 모두 32개다. 이들 조명 전구는 1개당 소비전력이 1kwh 에 달하는 고압라이트 24개를 비롯 400W 조명전구가 8개로 시간당 소비전력은 무려 28kwh 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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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운동을 즐기는 테니스 동호회원들 ⓒ 최병렬


주민 한모씨(47.안양4동)는 "수리산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던 길에 대낮같이 켜진 불빛이 궁금해 칸막이 너머로 보다 몇몇이 테니스를 치고 있더라"며 "고유가로 온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난리인 판에 관공서에서 전력을 낭비해도 되느냐"고 질타했다.


또다른 이웃 주민은(여) "운동도 시기와 때를 봐가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나도 비싼 전기요금을 절약하느라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를 끌어안고 살지만 대낮같이 밝혀놓은 불빛을 보니 오히려 열을 받아 마치 열대야를 조장하고 있는 형국이다"고 지적했다.

"곧바로 동호회에 통보해서 전체 라이트를 켜지말고 6개만 켤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 공공기관들과 공직자들이 솔선수범 에너지 절약을 하는 마당에 전기 사용료를 받고 테니스장을 대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력 낭비를 막는 것이 급선무 아닌가요?

"고유가로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는 시점에서 야간에 라이트를 밝히고 테니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단해야 한다는 말이 맞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테니스 코치와 상의해서 야간 테니스장 운영시간을 조정토록 검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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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에 테니스장이 마련된 만안여성회관 전경 ⓒ 최병렬


만안여성회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테니스장 관리를 동호회에 맡기고 전기 사용료만 사용량을 체크해 받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전 에너지 절약을 해달라고 동호회에 전달했는데 듣고 보니 테니스장의 야간 운영에 대해 재검토해 볼 문제다"고 말했다.

안양시에 확인한 결과 야간 조명등이 설치된 테니스장은 모두 8개로 종합운동장, 호계공원, 중앙공원, 자유공원, 시청 테니스장은 위탁 관리하고 있으며, 만안여성회관을 비롯 청계정수장 등 3곳에 설치된 부설 테니스장은 자체 관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2일 저녁 안양시 비산동에 위치한 안양 인라인롤러스케이트장도 밤 10시가 넘도록 조명타워의 고압 하이라이트 조명이 경기장을 대낮같이 비추고 있어 에너지 절약 추진대책과 관련 체육시설의 야간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안양시 김상문 체육청소년과장은 "고유가로 인한 대책을 우리시가 마련하면서 테니스장 위탁 단체 및 기관에는 에너지 절약 공문을 보냈으나 공공기관 부설 테니스장은 자체 관리하다 보니 소홀한 것 같다"며 "사실 확인후 별도 대책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과장은 "안양시가 운영하는 체육시설의 야간 운영에 대한 실태 조사와 에너지 절약 대책을 보완해 낭비요소를 최대한 억제하고 절약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이 고유가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다'는 말처럼 누가 뭐라 해서 하는 절약보다 스스로 아끼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나눠야 할 시기다.
#안양 #고유가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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