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배우니 뭔가 다르긴 다르군

[강의식 교육과 현장 답사를 병행한 자연유산 공부 ②] 숲과 동식물 그리고 동굴

등록 2008.08.01 11:16수정 2008.08.01 12:00
0
원고료로 응원
숲은 인간의 원초적 고향이다

a

영광 법성포의 마을숲 숲쟁이 ⓒ 이상기


두 번째 시간에는 김학범 교수(한경대학교)의 '마을숲과 문화' 교육이 있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마을 앞에 조성된 숲이 인간생활과 문화에 끼치는 영향이다. 숲이 있음으로 해서 인간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태학적으로도 숲은 자연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의 글을 아주 문학적으로 시작한다. 그가 교재의 처음에 인용한 글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숲은 인간의 원초적 고향이다. 숲은 경이의 세계이다. 숲은 고향의 세계이다. (중략) 숲 속의 삶은 고요하다. 맑고 깨끗하다.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가 있어 좋은 곳이다. 숲은 시이며 노래이며 그림이다. 숲은 곧 고향이다."

a

마귀할멈이 사는 숲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핸젤과 그레텔 ⓒ 이상기


한 마디로 숲은 고향이고 인간은 늘 그곳을 그리워하며 산다는 내용이다. 표현이 조금은 서정적이고 숲을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우리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서양 사람들에게 있어서 숲은 고독과 두려움의 대상이 다. 숲 속에 들어간 사람은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가 많으며, 숲 속에 사는 사람들은 혼자서 아주 외롭게 살아간다. 그림(Grimm) 동화집에 나오는 '헨젤과 그레텔'에서 주인공 자매는 숲을 빠져나오기 위해 애를 쓰며, 아이헨도로프(J. Eichendorff)의 시 '숲속의 대화'에서는 숲속 여인이 남자에게 복수하려 한다.

김 교수는 먼저 '마을숲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다음 세 가지 사실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마을숲은 토착신앙, 풍수, 유교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단군신화에 보면 "환웅이 무리 3000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마루턱에 있는 신단수(神檀樹) 밑에 내려왔다. 이곳을 신시(神市)라 하고 이 분을 환웅천왕이라고 부른다"고 되어 있다. 신단수는 신성한 박달나무를 말하고 신시는 박달나무가 있는 신성한 마을을 말한다. 그러므로 신단수 숲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신성한 매개체라는 것이다. 단군신화를 통해 우리는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과 같은 토착신앙을 확인할 수 있다.

풍수와 관련해서는 숲이 수구막이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수구란 마을에서 밖으로 흘러나가는 출구로 대개 마을의 입구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수구가 너무 열려 있으면 복이 나가고 외부의 좋지 않은 기운이 너무 쉽게 들어올 수 있다. 그러므로 이곳을 가로 막아 들고나는 것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숲은 수구막이로 풍수지리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마을숲은 비보(裨補)의 의미가 가장 크다.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는 뜻으로 풍수지리의 으뜸가는 개념이다.


a

담양 소쇄원의 정자들 ⓒ 이상기


마을숲이 유교문화와 관련을 가지는 것은 우리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숲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사람이 숲을 활용할 때 더 가치가 있는 법이다. 숲에다 정자를 짓고 그곳에서 쉬기도 하고 시를 주고받으며 풍류를 즐기기도 한다.

대부분 마을숲에는 정자나 쉼터가 있고 마을 사람들이 공동의 문제를 논의하는 마을회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담양의 소쇄원, 강진의 다산 초당, 보길도의 부용동 정원처럼 선비들이 마련한 숲과 정자 그리고 정원도 숲과 유교문화의 관계를 보여준다. 김 교수는 그 예로 함양군 병곡면 도천리에 있는 세한정의 편액을 인용한다. 이 시에는 숲과 정자에서 유유자적하는 선비들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가지를 길게 뻗은 소나무 사이 물과 정자 가까우니    落落松間近水椽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마음이 숲과 함께 늙어가는구나. 歲寒心事老林泉
푸른 산 좋은 자리에 처음 뜻을 이루어서                 靑山有地遂初服
백일을 일 년같이 즐겁고 편안하게 쉰다.                 白日如年愜晏眠
훌륭한 나무가 사람들과 더불어 동고동락하고          嘉樹如人同臭味
이름난 정자가 주인을 얻어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    名亭得主訂夤緣
알고자 욕심을 부리다 보면 한도 끝도 없으니           慾識箇中無限意
보통의 물고기와 새처럼 구름과 물을 즐기리다.        一般漁鳥樂雲川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 둘러보기

a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 ⓒ 이상기


점심을 먹고 천연기념물센터 밖을 잠시 둘러본다. 정원에 평소 보기 어려운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함께 한 분들이 큰 꿩의비름, 범부채, 초롱꽃, 붕어마름, 으름 열매라고 설명해준다. 붕어마름은 수질을 정화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덧붙인다. 시간이 되어 우리는 천연기념물센터 1층에 있는 전시관 앞으로 모인다. 40여분동안 우리를 안내할 김소영 연구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중앙의 로비에서 왼쪽으로 한 바퀴 돌면서 천연기념물과 명승 그리고 천연보호구역의 모든 것을 실물과 사진 그리고 영상을 통해 공부하는 시간이다.

입구 왼쪽에 보니 부엉이와 수달의 박제가 보인다. 그런데 이것을 만져보란다. 전시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만지지 마세요'가 일반적인데, 만져보라니 참 신선한 발상이다. 애들이 참 좋아한다. 부엉이와 수달의 그 부드러운 털을 만져볼 수 있다니. 전시관 내부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노거수가 우리를 맞이하고 나무에서는 온갖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이 나무가 바로 천연기념물 제425호로 문경시 산양면에 있던 존도리 소나무이다. 그런데 이 나무가 죽어 2006년 8월 7일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되었다. 그래서 그 죽은 나무를 이곳 전시관에 옮겨 교육용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a

연천 은대리 물거미 ⓒ 문화재청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연천군 전곡읍에 있는 은대리 물거미 서식지(천연기념물 제412호)다. 아니 거미는 땅 위에 사는데 이 물거미는 물속에서 산다는 것이다. 물속에 있는 물풀이나 조그만 돌에 공기주머니(집)를 붙여놓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독특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니. 물거미는 전 세계에 오직 한 종만 있으며, 한국, 일본, 중국, 유럽의 온대지방, 시베리아 및 중앙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고 한다. 물거미는 특이한 생활방식 때문에 학술적으로 그 가치가 매우 크단다. 연천 은대리 물거미 서식지는 세계적 희귀종인 물거미의 국내 서식지로는 유일한 곳이라고 하는데 지난 7월 1일 전곡에 가서 선사유적만 보고 왔으니 아쉽다.

그 외에도 숲속의 천연기념물인 조류, 강과 바다의 천연기념물인 어류와 포유류, 천연기념물로서의 지질과 광물이 있다. 가장 많이 전시된 조류로는 올빼미와 부엉이가 있고, 색깔과 자태가 아름다운 조류로는 원앙과 팔색조가 있다. 어류로는 황쏘가리가 있고 무태장어가 있다. 포유류로는 산양, 수달, 물범 등이 있다. 이들 중 산양의 머리 화석이 인상적이다. 흰색을 띠고 있고 뿔 부분에는 흑갈색의 실제 뿔이 놓여 있다. 그 외에 흥미 있는 것은 공룡알 화석이라든지 새와 사람들의 발자국 화석이다. 이들 화석은 수 십 만년에서 수 십 억년의 역사를 가진 정말 태고적 유물들이다.

천연동굴이 이렇게 흥미 있을 줄이야

a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 ⓒ 이상기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 관람을 마치고 강의실로 돌아오니 한국동굴연구소 김련 부소장이 기다리고 있다. 대학을 나온 후 지금까지 동굴탐사와 연구에 몸 바친 진짜 동굴전문가이다. 바로 이런 전문가들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강의실에 앉아서 동굴의 생태와 동굴이 지닌 가치를 체험하고 또 알 수 있는 것이다.

동굴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하의 빈 공간이다. 동굴은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15m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동굴이 국내에 몇 개나 있는지 정확히 파악은 되지 않고 있으나, 석회동굴만 1000여개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굴이 전국에 24개 있다. 지역적으로 보면 강원도에 가장 많아 모두 10개가 있다.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천연기념물 제178호)에 7개, 영월 고씨굴(제219호), 삼척 초당굴(제226호), 평창 백룡동굴(제260호).

다음으로 많은 곳이 제주도이다. 모두 9개가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98호인 만장굴과 김녕굴, 제385호인 당처물동굴과 제466호인 용천동굴 등이 대표적이다. 충북에는 세 개가 있는데 모두 단양군에 위치하고 있다. 그것은 단양군이 석회석 지대로 물의 침식을 받아 동굴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고수동굴(제256호), 온달동굴(제261호), 노동동굴(제262호)이 그것이다. 그리고 경북과 전북에 하나씩 있는데 그것이 울진의 성류굴(제155호)과 익산의 천호동굴(제177호)이다.

a

종유석과 석순 ⓒ 문화재청


 
김 부소장은 이런 내용을 간단하게 언급하고는, 동굴 탐사 체험을 이야기하면서 동굴에서 본 것 위주로 시청각 교육을 한다. 동굴 공부에서는 뭐니뭐니해도 동굴생성물이 가장 흥미롭다. 이 중 우리가 잘 아는 것이 종유관과 종유석 그리고 석순과 석주이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관 즉 대롱을 이루면 종유관이 되고, 안이 꽉 찬 돌처럼 밑으로 길게 늘어뜨려지면 종유관이 된다.

석순은 종유석으로부터 물방울이 떨어지는 지점에서 위로 성장하는 돌기형의 물체이다. 석순 중 특이한 것이 달걀 노른자 모양으로 형성되는 에그프라이다. 그 외에도 유석, 커튼, 베이컨시트, 석화, 곡석, 산호, 진주 등이 있는데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a

몸의 색깔이 하얗게 변한 동굴 새우 ⓒ 이상기


그리고 동굴 생물로는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관박쥐가 있고, 수상생물로 새우, 습지생물로 노래기와 딱정벌레가 있다. 그리고 김련 부소장의 표현에 의하면 동굴을 드나드는 동물이 또 하나 있는데 그 친구가 가장 고약하다는 것이다. 이 친구가 바로 사람으로 동굴을 파괴하기도 하고 또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란다. 호기심에 의해 동굴생성물을 훼손시키기도 하고 글씨나 물건으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또 일부 도굴꾼들은 동굴 내 생성물을 전문적으로 반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를 강조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24일 우리가 탐사하게 될 대금굴 현장을 자세히 보여준다. 대금굴은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물골에 있어 원래 이름이 물골굴이었다. 그런데 2002년 산척 동굴엑스포를 개최하면서 그 이름이 대금굴로 바뀌었다고 한다. 대금굴은 수평통로와 수직통로가 잘 발달해 있으며, 동굴 내에 4개의 폭포와 다양한 동굴 생성물이 있어 학술적·문화재적 가치가 크다.

a

대금굴 지형도 ⓒ 삼척시


대금굴은 4구역으로 나뉘는데 이들의 길이가 각각 255m, 100m, 145m, 230m이다. 이들 주굴의 길이는 약 730m이다. 그리고 주굴에서 뻗어나간 지굴의 길이는 880m이므로 탐사를 마친 대금굴의 총 길이는 1610m이다. 그러나 천지연으로 알려진 연못으로부터 다시 200m 수로로 연결되고 그곳에서도 호수가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대금굴은 훨씬 더 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이틀간 현장에서 이루어질 이번 자연유산 탐사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이 대금굴과 준경묘 그리고 미인폭포이다. 왜냐하면 이들 자연유산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을숲 #풍수지리 #천연기념물센터 전시관 #천연동굴 #대금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모임서 눈총 받던 우리 부부, 요즘엔 '인싸' 됐습니다
  2. 2 카페 문 닫는 이상순, 언론도 외면한 제주도 '연세'의 실체
  3. 3 생생하게 부활한 노무현의 진면모...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4. 4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