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보다 큰 쓰레기섬, 뭐가 살고 있나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싱가포르③] 울창한 숲과 마른 풀, 매립장의 두 생태계

등록 2008.08.19 15:46수정 2008.08.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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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도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이번엔 깨끗한 나라로 알려진 싱가포르를 찾아가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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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일본과 함께 바다 매립장을 갖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에 있는세마카우 매립장. 현재 절반 정도 매립한 상태다. ⓒ 김대홍


2007년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는 쓰레기 인공섬 건설이 담긴 '2007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땅에서도 침출수 문제가 불거지는데, 감시가 불가능한 섬에 쓰레기를 버리면 관리 부실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었다.

그런 비판에 정부는 일본과 싱가포르에 이미 바다 쓰레기 매립장이 있다면서 반박했다. 일본은 1977년 이후 오사카만에 고베·니사키·오사카·이즈미오쓰 등 네 개 매립장을, 싱가포르는 1999년 쓰레기 매립섬을 만들었다.

싱가포르가 만든 쓰레기섬은 350ha(350만㎡) 크기 바다에 만들어졌으며, 수용량은 630만㎥다. 여의도(298ha)보다 크다. 일본 쓰레기섬의 수용량은 1398만~3080㎥로 싱가포르보다 더 크다.

쓰레기섬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는 침출수 문제와 이로 인한 바다오염 때문이다. 바다는 땅과 달라 한 번 흘러나오면 걷잡을 수가 없다. 마침 싱가포르에 갔을 때 운좋게 섬쓰레기장을 볼 수 있었다.

[매립] 매립장까지 배를 타고 30분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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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르 판장 터미널. 세마카우 매립장으로 가려면 여기서 배를 타야 한다. ⓒ 김대홍



싱가포르 시내에서 해상터미널인 파시르 판장 터미널(PASIR PANJANG) 근처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입구에서 터미널까지 30분 가까이 헤맸다. 근처에 해상터미널로 들어가는 변변한 표지판 하나 보이지 않았고, 보이는 건 온통 다세대주택 뿐.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뚜렷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곳저곳 길을 헤매다 겨우 해상터미널을 찾았다. 안내를 맡기로 한 싱가포르 국립환경청 선임행정관(Senior Executive)인 마리 친(Mary Chin)이 잠시 뒤 도착했다.

해상터미널에서 매립장까지 거리가 8㎞. 배를 타고 30분을 달렸다. 바다엔 화물선이 가득했다. 싱가포르는 섬나라지만 해수욕장이 거의 없다. 무역업으로 먹고 사는 이 나라에서 해변은 화물선이 들고나는 목적으로 쓰이는 게 가장 이득이다.

마침 매립장에 재를 싣고 온 배가 머물러 있었다. 하역장으로 갔다. 매립장 담당자는 "냄새가 없다, 오염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 호언장담과 달리 하역장에선 냄새가 많이 났다. 미세 먼지도 많을 것 같다.

세마카우매립장에서 매일 처리하는 평균 쓰레기 소각재는 1500톤. 배가 하루에 두 번 다녀간다. 배에서 내려진 소각재를 매립장에 붓고 그 위에 흙을 붓는다. 식물을 심은 뒤 다시 한 번 흙을 덮는다. 그러면 끝이다.

"수질 검사, 대기 측정 하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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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장 하역장. ⓒ 김대홍



자동차를 타고 매립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둘레는 7㎞. 이미 매립을 끝낸, 절반 정도 되는 땅엔 각종 풀을 심었고,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바닷물 상태다. 매립을 끝낸 땅에 자란 식물들은 대부분 잎이 마른 상태다.

보기에도 누렇게 뜬 게 잘 자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직사광선 때문인지, 흙이 모자라서인지 아니면 쓰레기 성분에 영양가가 부족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세마카우 매립장은 작은 섬 두 개를 이어서 만들었다. 작은 섬 두 개가 있던 곳 생태계는 아주 울창하다. 매립장 지역과 눈에 띄게 비교가 된다. 매립장 관계자는 울창한 숲의 생태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궁금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이 조금씩 빗나간다.

- 수질 검사는 정기적으로 하나? 대기측정은?
"수질 검사는 한다. 기간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하진 않는다. 대기측정 또한 하지만 언제 하는지는 모른다."

- 매립장 주변은 3중으로 완벽하게 막았다고 들었다. 만에 하나 틈이 생겨 쓰레기가 바다로 나온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에 대한 대책이 있나?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외벽에 틈이 생겨서 오염물질이 바다쪽으로 빠져나온다면 철로 단단히 막을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나라 최초의 해상매립장에 대해 나쁜 인상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 이 곳에선 각종 여가행위가 이뤄진다. 낚시·갯벌체험·조류관람·산호구경·달과 별 보기 등이 대표적이다. 2007년 방문객이 8000명. 그 중 교육목적이 6500명, 휴양목적이 1500명이었다. 마라톤 대회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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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카우 매립장 바깥쪽에서 이뤄지고 있는 갯벌 체험. 매립장에서 이뤄지는 여가활동이라고 해서 CNN이 보도한 적 있다. ⓒ 김대홍

정기 유람선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각자 배를 구해서 타고 들어온다. 인근 바다에선 돌고래와 철새도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놀러오는 해상매립지'인 세마카우는 CNN 등 외국언론에도 소개됐다. 둘러본 바에 따르면 원래 있던 작은 섬쪽 생태계는 훌륭했지만, 매립지 쪽 생태계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유를 결국 들을 순 없었다.

- 세마카우를 제대로 관광지로 만들 계획은 없나?
"아직 매립이 진행 중이라 상업용도로 개발할 계획은 없다. 물론 편의시설 설치 계획도 없다."

-싱가포르는 땅이 부족한 나라다. 세마카우 매립장 건설을 계기로 매립장 설치 방향이 땅에서 바다(또는 섬)로 바뀌는 것인가?
"그 얘기는 우리가 해 줄 수 없다. 땅은 건설부(URA) 소관이다. 결정은 URA가 한다. 개발계획은 그 쪽에서 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싱가포르 #쓰레기 #매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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