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학교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중단되고 영리학교는 등장

등록 2008.08.05 14:40수정 2008.08.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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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했다. 한 나라의 교육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자국민을 위한 교육(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더 많은 국민들에게 교육의 혜택을 주기 위해 많은 국가 재정을 투입해 의무교육기간을 늘려왔으며, 교육여건의 개선에 박차를 가해 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헌법이나 교육관련 법령을 통하여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에 따른 7월 31일 입법예고를 보면 이런 기본적인 교육에 대한 관점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현재 우리나라 조기유학이 급증해서 국부가 유출되니 이를 국내에서 흡수하기 위해 영어교육도시를 세워 국제학교를 설립하겠다고 한다. 이는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보지 않고 얼치기로 처방을 내리는 꼴이다. 초중학생의 조기유학은 우리나라 국외유학규정에 비추어 엄연히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유학이 급증하는 원인은 영어 하나라도 배워보자는 심리와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살벌한 경쟁구도 속에 몰입해 있는 현실 때문이다. 그러면 이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마땅하다. 

 

많은 교육학자들이 영어조기 교육의 도입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전에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이 도입됐다. 요즘은 초등학교 1, 2학년까지 영어교육을 도입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일년 학비가 1500만원 이상되는 영어전용유치원이 생겨날 지경이다.

 

무엇 때문에, 얼마나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아직까지 합의된 것이 없다.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 등에서 영어에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니 무작정 영어를 조금이라도 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배워보려고 집착을 하면서 학교교육에서 영어를 배우는 연령을 계속하여 내려가고 있다. 덩달아서 사교육시장은 부모의 불안심리를 이용하여 더 일찍 배우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영어 광풍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학교교육 여건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도 없이 학생들은 점수경쟁으로 내몰리면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다녀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학생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영어교육의 수준과 양에 대하여 정확히 합의하고, 입시구조의 대폭적인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교육에 대한 재정적 투입을 늘려 나가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대통령선거 때마다 GDP 6%니 7%니 하면서 교육재정의 공약을 내놓는 것은 그 정도의 예산 지원이 이루어져야 어느 정도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국민적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교육의 현실이 조기유학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국부유출방지를 내세우며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어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제학교를 설립하겠다고 한다. 영어몰입교육을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따라 영어몰입교육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공언한 것이 지난 3월의 일이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국제학교의 설립자격을 영리법인에게까지 허용하겠다고 입법예고에서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교육을 영리법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 공교육을 포기하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은 폭거라고 생각한다. 영리법인의 병원설립 시도가 전국민적 반대여론과 전도민의 저항이 있었음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의료보다 더욱 더 사회의 공공성을 강조해야 할 학교교육에서 영리법인의 허용은 우리나라 헌법이나 법률에서 명시된 의무교육과도 상충되어 위헌 논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민족사관고의 일년 학비가 약 1500만원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2007년 제주국제고 용역결과에서도 일년 학비를 1500여만원 수준으로 제시하였다. 내년 9월에 개교예정인 비영리법인의 송도국제학교도 일년 2000만원에서 2500만원 정도 수준의 학비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입법예고에서 밝히고 있는 국제학교는 영리법인의 학교이다. 학생들이 부담하는 학비는 30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는 운영에서 위탁운영의 방법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임대 영업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학교가 교육 본연의 목적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럼 누가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있을까? 소수의 상류층의 자녀을 위한 귀족학교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보다 더 공공성을 강하게 띠고 있는 학교. 그래서 헌법이나 법률로서 국민의 의무, 권리,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영리법인의 학교 설립을 법률도 아닌 도조례를 제정하여 뒷받침하겠다고 한다.

 

이런 일이 지금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제주를 시발로 해서 경제자유구역, 교육특구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학교가 더 이상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자유시장체계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유통되어 돈많은 수요자에게는 더 좋은 교육상품(학교)을 공급하고, 돈없는 서민수요자에게는 초라한 교육상품(학교)이 제공될 날이 머지않아 도래한다는 것이다.

2008.08.05 14:40 ⓒ 2008 OhmyNews
#교육 #제주특별자치도 #영리학교 #국제학교 #영리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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