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의회,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결의안' 취소 결정

"53만 관악구 주민들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시나요?"

등록 2008.08.05 16:54수정 2008.08.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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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다수인 서울시 관악구의회에서는 주민들의 환호를 자아낸 기쁜 소식이 있었다. 관악구의회 이동영 의원(민주노동당)이 대표 발의한 '관악구 공공급식 식재료 사용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사용 금지 결의안 통과에 대해 지역 주민은 물론 각 언론에서도 정치적 판단이 아닌 지역 주민을 위한 소중한 결단이었다고 환영하면서 표결에 참가한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한나라당 관악구의원 규탄 기자회견 8월 5일 11시 관악구의회 청사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 모습
한나라당 관악구의원 규탄 기자회견8월 5일 11시 관악구의회 청사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 모습김이구
▲ 한나라당 관악구의원 규탄 기자회견 8월 5일 11시 관악구의회 청사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 모습 ⓒ 김이구

 

정확히 보름이 지난 8월 4일, 이 역사적인 관악구의회의 결의안은 한낱 휴짓조각으로 변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해 소집된 관악구 임시회의를 통해 '관악구 공공급식 식재료 사용 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결의안'이 취소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표결에는 관악구의원 22명 중 한 명이 빠진 재적의원 21명 가운데 13명(한나라당 소속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8명(민주당 및 민주노동당 소속의원)이 반대를 해 기존 결의안에 대한 취소안이 통과되었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및 진보신당에서는 8월 5일 관악구의회 청사 앞에서 결의안 취소 사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이수정 서울시의원(민주노동당) "아무리 정치가 코미디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한 처사다"
이수정 서울시의원(민주노동당)"아무리 정치가 코미디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한 처사다"김이구
▲ 이수정 서울시의원(민주노동당) "아무리 정치가 코미디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한 처사다" ⓒ 김이구

 

이 자리에 참석한 서울시의회 이수정  의원(민주노동당)은 "아무리 정치가 코미디라고 하지만 이번 사건은 참으로 황당하고 있을 수 없는 처사"라고 목청을 높였으며, 관악동작 학교운영위 협의회 이빈파 공동대표도 "결의안 취소에 대해 관악구 주민들의 분명하고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이후 모든 선거에서 해당 의원들에 대한 불신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53만명의 먹거리 문제를 결국 정치적인 문제로 돌린 한나라당 소속 지방의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고된 가운데,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에 따른 당 차원의 판단이 크게 작용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음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친소-미친교육 반대를 위한 관악연대'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관악구의회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7월 18일(금) 이동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관악구 공공급식 식재료 사용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결의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날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모든 관악구 의원들이 구민들의 건강권 문제는 정치적 입장보다 우선한다는 마음으로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에 대해 관악구 주민들은 관악구의회에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관악구의회에서는 8월 4일 임시회를 소집하여 한나라당 의원들만의 발의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구의원들의 반대토론과 반대표결에도 불구하고 불과 2주 전에 통과시켰던 '관악구 공공급식 식재료 사용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사용금지 결의안'을 철회시키는 사건을 저지르고 말았다.

관악구 주민들을 위해 4년간 봉사하겠다는 구의원들이 주민들의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해 광우병 위험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관악구 공공급식에서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지방의회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저리르고 만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이어서 그랬는지 관악구청은 말도 안되는 정부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면서 관악구의회 결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나라당 중앙당의 압력을 받아서인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은 이미 포기한 이명박 대통령의 호통 정치에 기죽어서인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요하는 부시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부시대통령에게 바치려는 선물인가? 구민들을 대표해서 봉사하겠다는 일군들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 바꾸기를 한 것이다. 한나라당 관악구의원들은 이번 결의안 철회 사건이 중앙당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지구당과 국회의원의 압력에 의해서 벌어진 것인지에 대해서 53만 관악주민들에게 낱낱이 그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관악구의회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들이 관악구 주민들을 우롱하고 기만한 이러한 작태에 대하여 미친소-미친교육 반대를 위한 관악연대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2년 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그 정치적 책임을 똑똑히 물을 것임을 명백히 밝혀두는 바이다.

1. 주민건강 팽개치고 당리당략에 빠져있는 한나라당 관악구의원을 규탄한다.

1. 결의안 철회사건 책임지고 한나라당 관악구의원 전원 사퇴하라.

1. 관악구청과 관악구의회는 공공급식에서 광우병 안전대책을 당장 수립하라.

1.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강요하는 부시 방한 반대한다.

2008년 8월 5일

미친소-미친교육 반대를 위한 관악연대

덧붙이는 글 | 김이구 기자는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에서 자원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8.08.05 16:54ⓒ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이구 기자는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에서 자원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악구의회 #미국산 쇠고기 #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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