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999 타고 대금굴 속 우주로!

[강의식 교육과 현장 답사를 병행한 자연유산 공부] ⑤ 대금굴

등록 2008.08.07 11:29수정 2008.08.0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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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모형이 인사하는 대이리 동굴지대(천연기념물 제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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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모양의 안내소 겸 매표소 ⓒ 이상기


준경묘까지 갔던 길을 되돌아 버스로 온다. 비는 조금 그쳐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걸을 만하다. 차를 타고 이제는 신기면 대이리에 있는 대금굴로 간다. 대금굴은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소재지에서 오십천의 지류인 무릉천을 따라 오른쪽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골짜기가 대단히 길다. 대이리 동굴지대까지 구불구불 10㎞는 되는 것 같다.


주차장에 이르니 오후 4시 40분이다. 우리 팀은 5시 30분에 모노레일을 타고 대금굴로 들어가도록 예약되어 있다. 약 50분의 시간 여유가 있다. 그렇지만 이곳 주차장에서 대금굴까지는 10여 분 걸리니 30~40분 정도 시간이 있는 셈이다. 주차장에서 매표소 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박쥐 모양의 건물이 우리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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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리 관광안내도 ⓒ 이상기


동굴에 관박쥐들이 많이 살아 건물의 지붕을 박쥐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아래 대금굴 환선굴이라고 써놓아 이곳이 매표소 겸 안내소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대금굴과 환선굴 안내 팸플릿을 하나 받는다. 지도를 보니 환선굴은 길을 따라 똑바로 올라가게 되어 있고 대금굴은 가다 왼쪽으로 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가도록 되어 있다. 환선굴 쪽으로 똑바로 올라가면 너와집과 굴피집, 통방아와 물레방아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보러 갈 정도의 시간 여유는 없다.

자료를 보니 환선굴에는 관박쥐가 살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39종의 서식생물이 있고 길이도 6.2㎞나 된다고 한다. 환선굴은 또 태고의 신비로움과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란다. 1997년에 개방되었으니 우리에게 속 모습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건 10년 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러나 1662년에 쓰여진 미수 허목의 <척주지>에 이미 석굴(石窟)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의 동굴 발견은 그보다 더 오래 전일 것으로 추정된다.    

환상의 촛대바위와 대금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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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에 휩싸인 환상적인 촛대바위 ⓒ 이상기


우리는 대금굴 쪽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전 개울을 따라 위로 펼쳐지는 계곡과 운해에 휩싸인 산자락을 멀리서 살펴본다. 가지 않는 길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고 할까? 그런데 구름 속에 뾰족한 바위가 보인다. 그게 바로 촛대바위란다. 구름에 살짝 가린 촛대바위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나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그 뾰족한 끝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아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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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굴로 가는 다리와 소나무 군락 ⓒ 이상기


촛대바위를 보며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 위에도 역시 박쥐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강의를 들을 때 이곳 대금굴에는 박쥐가 없다고 했는데 환상적인 분위기를 위해 그렇게 만든 모양이다. 다리를 건너자 이제는 통나무 길을 따라 양쪽으로 침엽수와 활엽수들이 울창하다. 침엽수 중에 꽃이 핀 것처럼 보이는 구상나무 종류가 눈에 띤다. 사실 이게 무슨 나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이들 나무를 지나 계류를 따라 올라가니 왼쪽으로 대금굴 관광센터가 나온다. 시간은 보니 5시다. 모노레일을 타려면 아직 30분이나 남았다. 우리는 주변을 한 바퀴 돈다. 먼저 대금굴을 소개하는 안내석에 적힌 내용을 읽어본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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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굴 안내석 ⓒ 이상기


"대금굴은 신기면 대이리 산 117번지 물골에 있다. 2003년 2월 25일 발견되었으며 2007년 6월 5일 개장하였다. 내부가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 대금굴이라 부르게 되었다. 대금굴의 역사는 5억 3천만년 전 캄브리아기에서 오르도스기에 이르는 고생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금굴은 우리나라 동굴 중 물이 가장 많이 흐르는 동굴로 유명하다. 안에 폭포와 소(沼) 그리고 담(潭)이 있으며 동굴 생성물이 최적의 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다 공부한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복습을 한다. 그리고 모노레일을 따라 산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앞에 바위 절벽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모노레일이 이어진다. 대금굴은 덕항산(1072m) 자락 해발 400m에 형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계곡 왼쪽에 인공적으로 만든 폭포에서는 물이 떨어지고 물레방아가 돌아간다. 무료하지만 이것들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주변에 금계국이 보이고 나리꽃도 보인다.

은하철도999를 타고 은하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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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굴로 가는 은하철도 999 ⓒ 이상기


5시 25분이 되어 우리는 모노레일에 오른다. 42명이 탈 수 있는 작은 기차로 앞에는 'Daegeumgul Cave'라고 썼고, 옆에는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대금호'라고 썼다. 기차에 올라 해설사의 안내를 통해 알게 된 얘기인데, 대금굴 안이 우주처럼 어둡고 그 어둠을 뚫고 가는 기차라서 이 노선을 은하철도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정말 굴을 지날 때 인공적으로 불을 반짝이게 해서 우리가 마치 우주의 별들을 지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하는 역 이름이 은하역이다. 은하철도와 은하역, 괜찮은 발상이다. 대금굴을 개발하는 데 삼척시가 투자한 돈이 200억 정도 된다고 했던 것 같고,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20년은 걸린다고 들은 것 같다. 삼척시가 관광을 위해 대단한 돈을 투자한 셈이다. 은하역에서 내려 우리는 동굴 광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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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과 폭포지역에서 종유석 지역을 지나 호수지역까지 ⓒ 이상기


이곳에서 해설사는 우리가 진행하게 될 대금굴 코스를 간단하게 설명해 준다. 현재 지점인 광장 지역에서 종류석 지역을 지나 호수 지역으로 갔다 오게 된다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비룡폭포, 커튼광장, 휴석소 계곡, 만물상 광장을 지나 생명의 문에 이르고, 용소부잔교와 천지연까지 갔다가 다시 입구의 광장지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사진을 절대 찍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늘 부닥치는 주의사항이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으면 되련만 어디 가나 가진 자들이 부리는 횡포다.

비룡폭포에서 생명의 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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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폭포 ⓒ 이상기


은하역에서 조금 들어가니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까이 가보니 폭포다. 이름이 비룡폭포란다. 높이는 대단치 않지만(8m) 수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수량이 더 많다고 한다. 굴속에서 만나는 폭포라니 이번 답사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폭포를 왼쪽으로 돌아 위로 올라가니 구불구불 철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한참을 가니 커튼 광장이 나온다. 종유석이 흘러내려 커튼 모양을 만들었다. 이 지역에는 종유석, 석순, 베이컨시트, 에그플라이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이 보인다. 사실 이 중에서 신비하게 느껴지는 것이 에그플라이다. 또 휴석소가 있는데, 휴석소란 흐르는 물에 방해석이 침전되어 형성된 계단식 논 모양이란다. 막대형 석순도 특이한데, 가늘고 길면서 똑바르지 않은 지팡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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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유석 ⓒ 이상기


이곳을 지나 생명의 문 지점에 이르니 해설사가 설명을 좀 어렵게 한다. 어렵다기보다는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 같다. 이것을 풀어서 말하면 아이가 나오는 곳이 되고 한자식으로 표현하면 자궁이 된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유사한 것 같다. 이런 것을 찾아낸 사람의 상상력 또한 대단하다. 그 앞으로 흘러내리는 모양의 덩어리까지 있으니 아이가 태어나는 장면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생명의 문이라고 이름붙인 모양이다.     

말 그대로 물골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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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연 ⓒ 삼척시

생명의 문을 지나 우리는 용소로 간다. 용소란 용이 사는 못이라는 뜻이다. 이곳에 설치된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시퍼런 물이 꽤나 깊어 보인다. 용소,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이곳을 지나 안으로 더 들어가니 천지연이라고 명명한 또 다른 못이 나타난다. 이름을 그대로 풀이하면 하늘 아래 못이 된다. 이곳이 우리가 탐사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다. 우리에게 강의를 했던 김련 한국 동굴연구소 부소장은 이곳 천지연에서 안으로 200m를 더 들어가 탐사를 했다고 한다.

200m 안에 다시 호수가 있고 그곳에서 탐사를 마치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다시 들어가 탐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엊그제 말한 게 기억난다. 우리도 이곳 천지연에서 발길을 돌린다. 이 좋은 구경을 하면서 기록도 남기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나올 때는 내리막길이고 보았던 것들을 지나게 되어서 비교적 빠르게 나온다. 그래도 그 신비한 것들에 한 번 더 눈길을 준다. 정말 명품 종유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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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굴 관광센터 ⓒ 이상기


다시 비룡폭포 지역으로 돌아오니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폭포는 굴 안에 있어 겨울철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구경을 다 마치고 은하역에 도착하니 999가 우리를 기다린다. 시간이 벌써 6시 25분이다. 모노레일 출발지인 대금굴 관광센터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하면 대금굴 관광에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기차에서 내리니 사방으로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비속을 뚫고 다닌 하루가 저물어간다.

그러나 차를 타고 태백산 민박촌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정말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달려야 했다. 삼척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통리협곡을 지나 태백시 황지의 송이재를 넘어 태백산 아래 당골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탄 차는 물길을 헤치고 지나가야 했다. 하늘이고 땅이고 굴이고 할 것 없이 물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하루를 산 느낌이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말했던가.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는 만물의 근원을 찾아 떠난 탐사여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23일부터 25일까지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자연유산 다시보기>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강원도 삼척 대금굴은 24일 다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7월 23일부터 25일까지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자연유산 다시보기>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강원도 삼척 대금굴은 24일 다녀왔습니다.
#대금굴 #대이리 동굴지대 #환선굴과 촛대바위 #종유석과 석순 #비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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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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