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무승부법

아이들은 권위적인 부모나 선생님을 원하지 않는다

등록 2008.08.24 11:42수정 2008.08.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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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고든의「아동·청소년, 그들의 세계」(이태영·황영자 옮김, 홍익제)란 책에 의하면, 어른들이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가 있다. 그 첫째 방법은 어른이 승리하는 방법이고, 둘째 방법으로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승리하는 방법이며, 셋째 방법은 무승부법이다.

첫째, 둘째 방법은 승리 아니면 패배로, 양자택일의 방법이다. 즉 양쪽 편이 저마다 자신들의 의견을 밀고나가 상대방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려고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에서는 승리하는 자는 상대방의 욕구를 존중하거나 고려하지 않아 패배자에게는 쓰디쓴 패배감을 준다.

그렇기에 패배한 쪽은 상대방에게 깊은 분노를 느끼게 된다. 첫째, 둘째의 방법은 모두가 권력의 싸움이다. 적대감을 가지는 동시에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힘을 사용할 것도 마다하지 않는 닫힌 구조로 답답한 인간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흔히 어른들은 청소년을 대할 때 첫째, 둘째 방법만이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 엄하게 하면 어른이 이기고 관대하게 하면 아이가 이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는 아이들과의 인간관계가 즐거움으로 연결될 수 없다. 어쩐지 사랑이 안 가고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것이 싫어지기조차 한다.

특히, 첫째 방법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위험한 권위주의적인 방법이다. 첫째 방법이 실시되었을 때 대개의 아이들은 부모나 어른이 강제한 그 일을 실행하려는 자발적인 동기 부여가 거의 없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발심이 일어나서 아무리 교사가 실행하려고 해도 쉽게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자신이 자기 규제를 발달시킬 기회를 상실하고 만다. 또한 학생은 비협력적으로 되고 교사는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

권위적인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가 자신을 규제할 수 없는 권위적인 사람이 된다. 그럼에도 첫째 방법을 사용하는 교사들은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것이 옳다고 믿고 있다. 권위를 사용하면 제한 없이 놀거나 예의범절 없이 행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권위를 사용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신경을 써 주지 않는다고,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은 권위적인 부모나 선생님을 원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관심을 보여 주는지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의 행동이 변화되거나 제한 당하지 않고 수용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들의 바람일 뿐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청소년을 대하는 셋째 방법은 '무승부법이다. 아무도 패배가 안 되게 하는 방법이다. 어느 쪽도 상대방의 욕구에 맞도록 자신을 바꿀 수 없을 때, 그래서 욕구의 대립이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을 때는 서로가 상대방을 희생하려 들지 말고 하나씩 대립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다.

남이 나의 욕구를 존중한다면 나도 남의 욕구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들에게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의견대립의 해결책을 찾을 때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서로에게 만족을 주게 되고 둘의 관계는 건전하고 즐거워진다. 어느 한 쪽도 실망하지도 패배하지도 않고 모두가 승리한다. 아름다운 무승부법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무승부법 #권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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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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