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다시 벼랑끝 전술? "핵 불능화 조치 중단, 원상복구 고려"

외무성 대변인 "미국이 10·3 합의 이행 거부해 난관 조성"

등록 2008.08.26 16:59수정 2008.08.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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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대체 : 26일 오후 6시]

북한이 26일 핵 시설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원상 복구 조치를 고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핵 신고서를 제출했음에도 미국은 자신들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아 10·3 합의를 위반했다"며,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지난 14일 영변 핵 시설 불능화 조치를 중단했으며 앞으로 원상 복구 조치를 고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원상 복구 조치를 바로 취하지 않고 '고려하겠다'고 밝혀 아직 협상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임의 지역 사찰과 시료 채취를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위기 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요구했던 특별 사찰과 마찬가지라고 맹비난했다. 1993년 IAEA의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북한은 핵확산방지협약(NPT)를 탈퇴하고 핵 위기가 크게 고조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번 북한 성명은 단순히 '협상을 위한 엄포'로만 볼 수 없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다시 벼랑끝 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더구나 미 대선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북핵 문제를 미 대선의 쟁점으로 만들려는 의도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지난 6월26일 핵 신고서를 제출해 의무를 이행했으나 미국은 검증 의정서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합의 위반이다, 우리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핵 신고서 검증에 '국제적 기준'을 적용하겠다며, 우리 나라의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뒤져보고, 시료를 채취하는 사찰을 받아들일 것으로 강박하고 있다"며 "이는 1990년대에 IAEA가 들고 나와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려다가 결과적으로 NPT 탈퇴를 초래했던 특별사찰이자, 우리만 무장 해제시키려는 강도적 요구"라고 비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검증은 9·19공동성명에 따라 전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최종단계에 가서 6자 모두가 함께 받아야 할 의무"라면서 "우리는 '미국에 고분거리지 않는 나라' 명단에 그냥 남아있어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협상용 엄포는 아닌 것 같다"

외교부 북핵협상과 직원들이 6월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CNN-TV를 지켜보며 북한의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전수영


영변 원자로 불능화 총 11개 작업 가운데 현재 ▲원자로내 폐연료봉 인출 ▲미사용연료봉 처리 ▲원자로 제어봉 구동장치 제거 등 3개 조치가 남아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폐 연료봉 추출 작업이다. 8000개의 폐연료봉 가운데 현재 47% 정도가 추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6자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은 핵 시설 방문, 문서 검토, 기술인력 인터뷰 등에 대해서는 합의했다. 그러나 시료 채취와 불시 핵시설 방문 등을 놓고는 의견 대립을 보였다.

북한이 지난 6월27일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국제적 이벤트'도 벌였고 부시 행정부 임기 안에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빠지기 위해서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으나 결국 빗나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02년 고농축우라늄, 2005년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시리아와의 핵협력설 등 북한은 미국 네오콘과 강경파가 중요 고비마다 핵 협상을 방해하는 덫을 놓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핵 검증체계 구축도 마찬가지 덫으로 보고 강경 대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늘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은 협상용으로 엄포를 놓는 차원은 넘어선 것 같다"며 "그동안 북미간의 핵 협상의 기본이었던 행동 대 행동 조치가 어그러지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현재 상황이 1990년대 초반 1차 특별 사찰을 둘러싸고 북한과 IAEA가 극렬 대립했던 모습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1992년 북한은 IAEA의 일반 사찰 요구는 받아들였다. 그러나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양과 IAEA가 생각하는 양이 불일치했고, IAEA가 핵 시설 의심 시설에 대한 임의 사찰을 요구했는데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 이후 북한은 NPT를 탈퇴했고 1994년 미국의 북폭 직전까지 파국으로 직행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은 미국의 검증 요구를 특별사찰로 보고 있다, 오늘 성명은 단지 말 한번 뱉어놓고 미국의 반응을 보는 식은 아닌 것 같다"며 "북한은 자신의 원칙대로 강경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불능화 #영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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