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부정하는데 이적단체? 국보법 적용 말도 안돼"

오세철 교수 등 7명, 국보법 위반 체포...학계·시민사회단체, "공안탄압 시작" 비판

등록 2008.08.26 20:48수정 2008.08.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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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던 국가보안법이 다시 살아났다.

경찰은 26일 '사회주의 노동자 연합'(이하 사노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이 단체의 운영위원장인 오세철(65) 연세대 명예교수와 단체 활동가 9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또 오 교수 등의 자택과 용산에 위치한 사노련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서적, CD,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은 이적단체를 구성해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고 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문건을 제작·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향후 진행상황에 따라 수사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노동계·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인 공안탄압을 시작했다"며 경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출범한 지 6개월 밖에 안 되었는데 무슨 활동 했겠나"

문제가 된 사노련은 지난 2월 23일 공식출범했다. 이들은 출범결의문을 통해 '혁명적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계간지 <사회주의자> 등을 발간하는 등 활동을 펼쳐왔다.

또 최근 촛불집회에 참가해 "이명박과 자본가들에게 경제 파탄의 책임을 묻는다", "촛불의 또 다른 적은 자본가" 등의 내용을 담은 '촛불노동자행동강령'이란 선전물을 배포하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학계·노동계·시민사회단체는 이 '촛불노동자행동강령' 배포행위가 공안 당국의 이목을 끌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출범한 지 6개월 밖에 안 된 단체가 무슨 이적행위를 했겠냐"며 "사노련이 지난 7월 촛불집회 때 인쇄물을 찍어 배포한 것이 경찰의 눈에 띈 것 같은데 그것 가지고 국가보안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게다가 사노련은 북한 정권을 아예 부정한다, 그런데 어떤 '적'을 도왔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검·경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네티즌을 먼저 건드린 다음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판단하고 진보사회단체에 눈을 돌린 것 같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안기관, 촛불집회 참가한 사노련 '본보기'로 선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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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친소 미친교육 반대! 이명박 심판! 제80차 집중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누리꾼과 시민들이 경찰봉쇄를 피해 종로 보산각앞에 모여 행진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박래군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공동운영위원장도 "이명박 정부 하에 공안기관들이 지난 10년 간 공안기관의 위상이 추락됐다는 인식을 갖고 여러 국보법 사건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촛불집회 때 사노련이 공개적으로 활동해 본보기로 '선택'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 "사노련을 통해 촛불집회가 좌파사회주의자들에 의해 변질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전체 운동 사회를 위축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의장인 이종구 성공회대 교수는 "서울노동운동연합을 결성하고 혁명적 노동운동을 펼친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는 과거에 대해 반성한 적 있냐"며 "경찰이 지난 30년 전 시나리오를 가지고 말이 안 되는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한국은 헌법상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고 그 사상을 수용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구성원들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지금 개성 등 북한에 관광객이 오가는 시대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한다는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 한국사회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그 어떤 소수 정파가 자기주장을 편다고 해서 모든 구성원들을 끌어갈 만큼 허술한 사회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경찰의 이런 행동이 사회 구성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보안법 #공안탄압 #사노련 #오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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