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가 뭐냐고? 홈페이지 보라고 했다
 1년 전부터 기획수사, 촛불 이후 터뜨린 것"

[인터뷰] 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오세철 교수..."이명박 정권은 명 재촉하고 있다"

등록 2008.08.29 16:23수정 2008.08.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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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다시 자유의 몸이 된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운영위원장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검찰이 갖고 있는 나와 관련된 파일만 1만 페이지가 넘었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8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다시 자유의 몸이 된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운영위원장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검찰이 갖고 있는 나와 관련된 파일만 1만 페이지가 넘었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법원의 결정은 반긴다. 하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단지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문제만 가른 것뿐이다."

 

지난 28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다시 자유의 몸이 된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하 사노련) 운영위원장 오세철(65) 연세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그는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공안기관들이 여전히 옛날 방식과 옛날 사고를 가지고 수사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검찰이 갖고있는 나와 관련된 파일만 1만 페이지가 넘었다"면서 "수사를 받으면서 공안기관들이 1년 전부터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을 주목하고 기획수사를 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정세 등을 고려해 언제 터뜨리느냐만 남아있던 문제인데 기관들이 시점을 잘못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전부터 기획수사... 촛불 이후 공안정국 위해 지금 터뜨린 것"

 

오세철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 연세대

오세철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 연세대

공안당국이 오 교수 등에게 집중 조사한 부분은 사노련의 이적단체성, 촛불노동자행동강령 등 이적표현물 제작 및 배포, 촛불집회와의 연관성 등 세 가지다. 오 교수는 검찰의 수사 내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사관들이 내게 '사회주의가 뭐냐'고 물었다. 나는 '사노련은 비밀도 없고 모든 문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해놨으니 그것 보고 참조하라'고 답했다. 사실 그 이상 할 말도 없어 거의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 교수는 이어, "우리 운동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비해 공안 기관들이 수십 년 전의 관행대로 수사를 진행했다"며 "조직사건으로 만들려다 보니 긴급체포도 하고, 압수수색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 교수는 "1년 전부터 나를 비롯한 이들을 주목해왔으면 사노련 출범(사노련은 지난 2월 공식 출범했다) 전에 잡아갈 수도 있었는데 지금 이를 터뜨린 것은 촛불 이후 공안정국 회귀를 꾀한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가 촛불의 배후세력이라던가 폭력투쟁에 앞장섰는지 알아보려는 의도가 보였다"고 말했다.

 

"우리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쇠고기 문제도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봤다. 또 촛불을 통해 대중들이 노동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해 열심히 활동했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적으로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것을 바란다."

 

"공안탄압은 여전히 진행 중... 공동 대응 필요해"

 

오 교수는 최근 탈북자를 가장한 간첩 혐의자가 적발되는 등 가열되고 있는 공안 분위기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권이 촛불 민심을 여전히 읽지 못하고, 정권의 명을 재촉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 이명박 정권은 그동안 한국사회가 이룩한 일반 민주주의의 성과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그에 대한 당연히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법원이 우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시켰지만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모든 운동 진영에서 조만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 다 같이 이야기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운동진영은 이명박 정부의 공안탄압에 대한 저항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더 높은 차원의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민대책회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전선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촛불 의제를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운동 세력들은 현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촛불집회 초기 때와 같이 노동자 대중, 촛불 대중을 포함한 새로운 직접민주주의 세력을 재집결해 맞서 싸울 것을 제안한다."

 

[시민단체 반응] "영장기각 소식, 가뭄 속 단비 같다"

 

시민사회단체들은 29일 일제히 논평을 발표하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결론"이라며 환영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날 논평을 통해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에 대해 "공안검찰과 경찰이 이명박 정권하에서 매우 거세게 부활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가뭄 속 단비 같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어 "법원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고 없음을 매우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점을 잘 적용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통해 국가보안법을 공안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악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결정을 계기로 공안검찰과 경찰은 군사독재 시절 논리에 빠져 부활을 꿈꾸는 것을 멈추길 바라고 사노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적용도 더 시도하지 않길 바란다"며 "그리고 국가보안법은 언제든 공안검찰과 경찰에 의해 악용될 수 있음이 확인된 만큼 빠른 시일안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사회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이 공안세력들이 자신의 실적을 내기 위해 공개적인 노동자 정치조직에 대해 무리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시킨 것으로 법원이 일단 그 제동을 건 것"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새사회연대는 "여전히 공안세력들은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의 성과를 퇴행시키고 과거 권위주의 통치시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공안 당국자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방안이 즉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국회는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이 공안통치에 악용되어 우리 사회의 사상 양심의 자유를 위협하고 자발적인 시민사회를 탄압하는 수단이 되고 있음에 주목하여 국가보안법 폐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세철 #사노련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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