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이야말로 9월위기... 북한 다음 카드는?

[분석과 전망] 핵시설 원상복구에 들어가나

등록 2008.09.04 15:05수정 2008.09.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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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 13일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 연합뉴스

2002년 8월 13일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 연합뉴스

북미, 검증협상 난항→미국, 테러지원국 해제 유보→북한, 핵시설 불능화 중단 및 원상복구 경고→미국, 검증합의 없는 테러지원국 해제 불가→북한, 핵시설 원상복구 징후 포착→미국, '검증합의 없는 테러지원국 해제 불가' 입장 재천명... 북한의 다음 수순은?

 

6자회담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불이행 및 북핵 검증 장벽에 막혀 역류하고 있다. 위 상황 전개에서 알 수 있듯이, 북미간 갈등이 또 다시 고조되면서 6자회담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9월 이내에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미국 대선 및 정권 이양기와 맞물려 6자회담이 장기간 표류하고 북한이 다시 핵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외교안보팀 구성과 정책 재검토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는 대체로 부시 2기의 대북정책을 계승한다는 방침이고, 공화당의 존 매케인은 1기 부시 때 대북정책의 원칙처럼 언급되었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다시 언급하고 있다. 적어도 대북정책와 관련해서는 여야가 뒤바뀐 느낌마저 주고 있다.

 

중국의 중재 성공할까... 힐을 주목하라

 

미국이 계속 테러지원국 해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심의 초점은 북한의 다음 행보로 모아진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원상복구를 준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및 미국 감시단원들을 추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일단 북한도 파국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강도높은 사찰을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검증의정서를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렇다고 미국이 검증합의 없이 테러지원국 목록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것도 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중국의 중재에 모아진다. 중국이 지난 7월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서 합의한 수준에서 중재안을 내놓고 북한과 미국이 이를 수용한다면, 문제 해결의 돌파구는 마련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8월 26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간접적으로 검증기구 구성에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 합의 사항 '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시료채취 및 불시사찰, 그리고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해 파국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일지, 아니면 지난 7월 6자회담 합의 수준의 검증방안을 수용하는 선에서 타협을 모색할지는 향후 6자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4일(미국 시간)부터 베이징을 방문하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힐 차관보의 방중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상황 악화는 불가피해진다. 북한은 준비 상태에 들어간 핵 시설 원상복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한국과 미국이 중유 및 에너지 설비 제공을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10월 31일까지 완료하기로 한 2단계 조치는 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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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7일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맨 오른쪽),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오른쪽에서 두번째),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맨 왼쪽) 등이 회의에 앞서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 조경국

지난해 9월 27일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맨 오른쪽),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오른쪽에서 두번째),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맨 왼쪽) 등이 회의에 앞서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 조경국

 

"플루토늄 추출, 6개월 정도면 가능"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북한이 핵시설 원상복구에 나설 경우, 어느 시설부터 재가동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11가지 가운데 이미 8가지가 완료된 불능화 조치를 되돌리는 데에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선택적으로 집중해 복구와 재가동에 들어간다면, 그 기간은 대폭 단축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핵무장 능력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재처리시설부터 복구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영변 핵시설 불능화의 가장 큰 의의를 "북한이 추가적으로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없게 만들었고, 이를 회복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6자회담이 핵시설 '동결'에 머문 제네바 합의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되어온 것이다.

 

그런데 재처리시설에 대한 불능화는 폐연료봉 절단 장치의 제거 및 증기라인 절단 수준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에, 이를 복구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한 핵공학 박사는 필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재처리시설을 복구하는데 2~3 개월도 안 걸릴 것이고, 폐연료봉 50톤 재처리하는데 4개월도 안 걸릴 것이니, 대략 반년이면 재처리를 다 끝낼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재처리시설 재가동은 부시 행정부뿐만 아니라 차기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앞서 인용한 핵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내년 3월을 전후해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6~8㎏ 정도를 추가로 추출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국의 새로운 정부에게 상황의 시급성을 환기시켜줄 수 있다. 이라크·이란·러시아,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등 미국의 차기 정부는 시급하게 다뤄야 할 사안들이 너무나도 많다. 북한으로서는 자칫 자신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플루토늄 추출은 하루라도 빨리 차기 미국 정부를 협상테이블로 초대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차기 미국 정부에게 추가적인 상응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삼거나, 최소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조기에 관철시킬 수 있는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추가적인 상응조치에는 중유 등 에너지의 추가적인 지원 요구가 유력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시 행정부가 소탐대실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강도 검증'에 집착했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유일한 외교적 업적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가득 차 있는 설거지거리로 몸살을 앓게 될 차기 미국 행정부에게 닦기 어려운 접시를 또 하나 떠넘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테러지원국 해제를 이행하고 초기 검증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8.09.04 15:05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핵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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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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