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짓더라도 한옥을 짓고 싶다

[친환경 집 나도 지어봐?④] 3년 동안 한옥생활 한 경험담

등록 2008.09.07 17:44수정 2008.09.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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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기 집 뒤 텃밭에서 아내와 아들 준희가 고추를 가꾸고 있다. ⓒ 윤형권


어느 여름날 금요일 저녁, 나무로 지은 주택의 파란 잔디 정원에서 구수한 돼지 바비큐와 잘 익은 포도주로 저녁 파티가 열리고 있다. 정원 옆에 있는 텃밭에는 상추와 부추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영리하게 보이는 진돗개 한 쌍이 아이들과 덩달아서 즐겁게 놀고 있다.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에 살면서 하루 종일 땅 한 뼘도 밟아보지 못하는 도회지 사람들에게는 '전원생활'은 말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육박한다고 하니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고 해도 될 듯하다.

하지만 아파트와 도회지를 탈출해 흙에서 산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우선 땅을 사고 집을 지으려면 큰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원생활은 아파트와 도회지 생활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대지를 구입하기 전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2005년 대지를 구입하고 이듬해 집을 지어 지금까지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10여 년 동안 꿈꾸어 왔던 전원생활을 3년째 하고 있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 그동안 경험하면서 느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몇 가지를 풀어놓아 전원생활을 하려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대지 구입에 집짓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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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기와집 집 뒤에서 바라본 봄 경치 ⓒ 윤형권


대지는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말한다. 필자가 말하는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란 인간이 대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아 충만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땅을 의미한다.


우리 동네는 대전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보니 주말이면 땅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집짓는 땅을 고르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생각은 '집을 지었을 때의 전망'을 따진다. 특히 집 앞으로 저수지나 호수가 보이는 땅을 선호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조상님들께서는 집터를 장만하면서 산을 등지고 물을 앞으로 한다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기준으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물을 앞으로 한다'는 의미는 저수지나 호수와 같이 고여 있는 물을 말하는 게 아니라 흐르는 물을 말한다.

저수지는 물이 가득 찼다가도 농사철이나 가뭄 때는 바짝 말라 버린다. 이처럼 저수지나 호수는 상황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 조상님들은 집 앞으로 보이는 것이 이처럼 변화가 심하면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고 해서 꺼렸다. 풍수지리의 핵심은 인간의 정서를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좋은 집터로 소문난 곳을 가보면 나지막한 산봉우리나 들판을 바라본 경우가 많다. 조상님들이 집터를 고른 지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건축법상으로 주택을 새로 지으려면 도로와 하수도를 확보해야 한다. 이 점은 대지를 고를 때 주의해야 할 것 중 아주 중요하다. 시골 마을의 도로 중 어떤 것들은 개인 땅이다. 실제 도로로 사용되고 있더라도 지적도에는 도로가 아닌 임야나 밭인 경우가 많다.

대지가 이런 도로를 지나서 진입하는 경우 땅 주인의 토지사용승낙서와 인감증명을 첨부해야 한다. 시골 인심이 좋기는 하지만 외지인이 인감증명을 요청할 때 선뜻 나서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하수도를 확보하는 것도 도로와 같은 경우다. 필자는 하수도를 확보하지 못해 마을 도로 한가운데를 째고 하수관을 연결하느라 고생한 경험이 있다. 

친환경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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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바른 창문 한지를 바른 창문이 은은하다. 한지 창문은 숨을 쉰다. 한겨울 추위도 거뜬하게 막아주고 여름엔 적당하게 통풍을 시켜준다. ⓒ 윤형권

가장 친환경적인 주택은 흙과 나무를 재료로 한 주택이다. 흙으로 벽체를 삼고 짚으로 지붕을 올린 초가집이 그렇고 나무기둥에 서까래를 깔고 흙으로 구운 기와를 얹은 한옥이야 말로 친환경주택이다.

한옥은 불편하고 건축비가 많이 든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요즘 짓는 한옥은 부엌과 화장실을 현대식구조로 하고 난방이 잘돼 전혀 불편함을 못 느낀다. 오히려 여름에는 에어컨 없이도 지낼 수 있을 만큼 시원하다.

필자는 지난 2006년 4월 35평짜리 한옥을 지었다. 나무기둥으로 뼈대를 하고 벽체는 황토벽돌로 했다. 지붕은 흙을 올리고 기와를 얹었다. 내부구조는 현대식 주택구조다. 부엌과 거실을 사이에 두고 방이 네 개인데 방 한 칸은 구들을 들여 사랑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집이 기둥과 도리, 보 등 뼈대를 이룬 나무는 캐나다산 소나무를 썼다. 전통한옥은 2~3년 말려 갈라지지 않은 나무를 썼는데, 생나무를 바로 쓰는 바람에 나무가 갈라져 보기는 좋지 않다.

집을 짓고 3년 되니까 외벽을 이룬 나무가 말라 틈이 생기다 보니 한겨울에 바람이 약간 들어온다. 나무를 충분히 말리지 않고 급히 지은 자업자득이다. 그래도 틈새를 메우기가 쉬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집을 지으면서 실수를 한 것 중 하나가 보일러다. 연료비를 아끼고 전원생활을 만끽(?)한다는 생각으로 갈탄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동시에 설치했다. 갈탄은 열량이 좋고 값이 싸서 하루에 5천 원 정도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갈탄을 넣고 재를 쳐내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다. 갈탄을 넣으면 분진으로 얼굴이 새까맣게 된다. 작년 겨울에는 중국에 폭설이 내려 갈탄을 수입하지 못하는 바람에 갈탄을 못 구해서 나무를 대신 사용하는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심야전기 보일러로 교체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들은 전원생활을 하기 전에 고려할 것이 대지의 크기다. 대지 면적이 넓다 보면 그만큼 관리해야 하는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풀이 얼마나 생명력이 강하고 질긴지 하루라도 풀을 뽑지 않으면 집 주위가 온통 풀밭으로 변한다. 전원생활은 부지런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요즈음 실감하고 있다.

내가 다시 집을 짓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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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들 작은것들은 예쁘다. 집에서 기른 강아지들 ⓒ 윤형권

'세 채를 지어봐야 집짓는 법을 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심혈을 들여 지은 집이라도 살고 보면 문제점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공을 들여 가꿔야 집다운 집이 된다는 것을 3년간의 전원생활에서 터득했다.

다시 집을 짓더라도 한옥을 짓고 싶다. 다만 집의 면적을 줄여 25평 남짓이면 좋겠다. 내부 구조는 아파트형 구조가 아닌 전통적인 방식인 마루를 통해 방과 방이 연결되는 ㄱ자 구조가 외관도 좋고 건축비도 약간 줄일 수 있다.

아파트형 한옥 구조는 보와 도리 등이 길어야 한다. 가로변이 길다보니 바닥과 천정이 높아야 하므로 목재가 훨씬 많이 들고 굵기도 굵어야 한다.

대지도 약 150~200평이면 족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마당과 집주변에 자라는 풀의 세력이 만만치가 않다. 마당은 잔디보다는 바닥용 점토벽돌을 깔아서 풀이 자라는 것을 차단하고 작은 정원과 텃밭을 두어 채소를 가꾸는 방법이 집의 관리가 수월하다.

전원생활은 부지런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부지런하면 시골생활은 결코 불편하지 않다. 또한 욕심을 버리고 작은 것에 만족하는 맘을 가져야 전원생활이 즐겁다.
#전원생활 #한옥 #친환경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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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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