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싸움 붙이는 괴담 언론들

양국간 오해 불러일으킨 '문화지체'... 중국 채널 다양화해야

등록 2008.09.09 09:38수정 2008.09.09 09:38
0
원고료로 응원
a

베이징올림픽 꿈(Dream) 공연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8일 저녁 주경기장인 궈자티위창에서 지구의가 무대중앙으로 하강하며 폭죽이 터지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 베이징올림픽 꿈(Dream) 공연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8일 저녁 주경기장인 궈자티위창에서 지구의가 무대중앙으로 하강하며 폭죽이 터지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성

 

"옛날에 한중 양국이 서로 교류를 할 때 조선인에게 잃음이 있으면 중국인 또한 그 잃는 것이 있었는데, 그들의 잃음은 같은 것이지만 그 이유는 서로 다르다. 조선인은 지나치게 겸손한 데서 잃었고 중국인은 자신을 높이는 데에서 잃었던 것이다. … 양국민이 둘 사이의 관계가 밀접함을 이해하지 못하면 물과 기름, 얼음과 불처럼 결합하여 하나가 되지 못하게 되어 서로 돕는 방법을 강구해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양국민이 날마다 양국의 관계 상황을 확인하고 연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이다."

 

이 글은 단재 신채호 선생이 1921년 2월 1일 베이징에서 중국어로 발행한 잡지 <천고>에 '진공'이란 필명으로 쓴 글 '한한 두 민족의 친밀한 결합'의 일부다.

 

단재는 경술국치(1910년)에 중국으로 망명해 주로 베이징에 거주하며 언론·저술활동을 했다. 한학은 물론이고 서구 역사·사상 등에 능통한 위대한 지성이다.

 

그가 거의 혼자 힘으로 <천고>란 잡지를 발행한 때는 중국살이 10년이 넘은 때이다. 이 글에서도 <사기(史記)>의 '기자조선' 등을 통렬히 비판하며, 한중 역사와 문화의 화합을 주창했다. 그로부터 87년이 지난 지금, 한동안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던 중국이 다시 세계 양대 헤게모니로 성장하면서 단재가 이 글을 쓰던 시대와 비슷한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다.

 

단재가 이 글에서 주창한 것은 두 나라의 자만·겸손 문제와 상호이해의 문제다. 이 글이 나온지 87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두 가지의 부족함은 여전하다.

 

"중국엔 왜 화장실에 문 없나"-"한국이 단오를 채가려 한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2억2천만불이었던 한·중 경제 교역량은 지난해 1500억달러를 넘었고, 2012년을 전후해 2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과 20년만에 1000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이 교역 규모는 일본과 미국을 합친 양에 해당한다. 이런 성장은 양국간에 맞물리는 상호 이익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런 경제 교류에 비해 문화나 교육 등의 교류는 아직 초보 수준이거나 막 걸음마를 하는 상태다. 말 그대로 '문화지체' 수준이다.  

 

문화지체는 당연히 양국민들 사이에 오해와 편견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에게 "중국에도 엘리베이터가 있냐" "중국 사람은 왜 화장실에 문이 없냐" 등 상대에 대한 몰이해와 선입견·편견에 가득 찬 공격을 했다. 중국인들도 최근 거듭되는 오보들로 인해 "단오가 왜 한국 것이냐" "한국인들은 돈밖에 모른다" 등의 편견을 갖게 되었다.

 

이런 선입견 확산에는 언론이 한 몫 한다.

 

우리 언론이 다루는 중국 소식은 대부분 괴담·괴기 수준의 이야기들이다. 이는 신문과 방송·인터넷뉴스 등 매체 종류에 상관 없이 자행된다. 사실 나도 한국에서 중국 관련 방송을 상당수 진행했지만, 한국 방송에 나오는 대부분의 중국 아이템은 '기인'이나 토픽 등이다.

 

가장 대표적인 소재가 '문 없는 화장실'이다. 우리 눈에는 분명히 특이하게 보이겠지만 화장실에 문이 없는 것은 중국의 오랜 습관일 뿐이다. 용변 등 누구나 하는 일상 행위를 할 때 남들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습관의 연장인데, 이것을 마치 문화적으로 낙후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외국인들의 시선 때문에 중국 화장실에도 문이 달리고 있지만, 이런 화장실 개조를 위해 쓰이는 자원이나 수세식 화장실의 보급으로 인한 수자원 낭비를 생각해 보라.

 

a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이탈리아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이탈리아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역사나 각종 문화 뉴스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문화에 대한 상호이해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이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강릉 단오제'가 한 예다. 강릉에선 '단오'라는 행사에 맞춰 강릉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 자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할 것임에도, 중국에는 단오 자체가 한국 명절인 것처럼 알려져 반한 감정을 자극했다.

 

이 사건 이후론 중국 건국의 아버지 '쑨원'이 한국계라는 헛소문이 퍼져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중국 내 한국 관련 보도에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하고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주중한국대사관 내에 공보관이지만 이런 보도들에 정정보도를 신청하고, 정정보도를 받아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학생을 한중의 '다리' 삼아야

 

가장 현실적인 조치는 한국내 중국 유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한중관을 심어주는 것이다. 현재 한국내 중국 유학생들을 관장하는 부서조차 없다.

 

이런 허점은 한중관계에 있어 부실의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우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중국 유학생들의 유입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이 유학생들은 공부보다는 아르바이트나 취업에 관심이 많은 실정이다. 또 이 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진지한 공부가 부족해 '성화 봉송 폭력 사건'과 같이 자극적인 사안에서 폭발할 소지를 안고 있다.

 

또 이 유학생들은 한국말의 해독이 가능한 상태에서 포털에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티벳 사건이나 쓰촨 지진의 경우 이들이 한국 네티즌의 반응을 중국 포털에 옮기면서 한국에 대한 감정이 급속히 악화되기도 했다. 이들 유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중국에 돌아가 한중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갈 때 한중 관계는 나아질 수 있다.

 

그런데 이 학생들에게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2~3년만 지나면 현실화될 취업 문제다. 한국 내 중국 유학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이미 5만명을 육박한다. 그러나 이들이 졸업하고 취업할 수 있는 한국내 중국인력 수요 기업이나 중국내 한국관련 기업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유학생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을 유학한 중국 유학생 출신의 실업자군은 또다른 반한 감정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양한순 아주대 교수는 "이제 한중 학생 교류나 일반교류에서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라며 "단순한 유학생 교류를 넘어서 학술교류나 교육 교류를 통해 좀더 체계화된 양국 지식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위해 두 나라 화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학생은 물론이고 두나라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학생 수급이 필요한 대학이 무작위로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취업까지 생각한 심모원려를 가지고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인재로 길러야만 한중 관계의 미래도 있는 것이다.

 

한중 뉴스 교류의 질적 확대 방안도 찾아야

 

a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이 24일 저녁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에서 '광란과 열정'을 주제로 폐막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하여 종합순위에서 7위를 차지하였다. ⓒ 유성호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이 24일 저녁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에서 '광란과 열정'을 주제로 폐막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하여 종합순위에서 7위를 차지하였다. ⓒ 유성호

 

현재 온라인상에서 중국어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는 한국 언론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연합뉴스> 등이다. 통신사 <연합>을 제외하면 나머지 언론사들은 대부분 친미 성향의 보수언론이다.

 

이들은 번역한 기사를 뽑아낼 때 반중감정이 드러나는 뉴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친미성향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물론, 논조라는 것이 있는데 중국을 옹호하는 기사만 실을 필요도 없지만 언론이라면 치우치지는 않아야 한다. 사실 최근 번역된 뉴스 대부분은 정치 소식이 주를 이뤄 만족도가 낮다.

 

한국에 보도되는 중국 관련 뉴스의 문제점은 더 심각하다. 가장 큰 것은 혐한이나 반한 감정이 극히 일부임에도 주류인 양 보도한다는 점이다.

 

신혜선 베이징 연합대학 부교수는 "현지에서 반한 감정은 극히 작은데도 한국에서 관련 보도는 확대 과장되고 있다"며 "네티즌의 댓글을 봐도 중국이 휠씬 덜 다혈질"이라면서 언론의 접근 문제도 지적했다.

 

또 한국에 보도되는 중국 관련 소식은 가십 중심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런 경향은 그대로 재현됐다. 베이징올림픽 기간에도 우리나라 선수단에 관한 소식이 절대적이었고, 중국 소식은 대부분 가십 중심이었다.

 

신혜선 부교수는 "CCTV 홈페이지에서 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깊은 뉴스로 중국 네티즌이 뽑은 것은 출전 선수들의 유니폼이 다를 정도로 어렵게 출전한 이라크 조정 선수들, 고령에도 출전한 독일 체조선수가 1·2위를 차지했고, 중국 육상스타 류샹의 출전포기가 3위였다"며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소식조차 거의 보도되지 않아, 일반인들이 이 소식을 접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우리 언론의 근본적인 뉴스 접근의 문제점를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관련 소식의 채널을 다양화하고, 국제적인 시각을 갖춘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 또 이런 것들을 감안한 보도 관행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08.09.09 09:38 ⓒ 2008 OhmyNews
#반한감정 #험한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AD

AD

AD

인기기사

  1. 1 나이 들면 친구를 정리해야 하는 이유
  2. 2 맨발 걷기 길이라니... 다음에 또 오고 싶다
  3. 3 눈썹 문신한 사람들 보십시오... 이게 말이 됩니까
  4. 4 [단독] 민생토론회 한 번에 1억 4천... 벼락치기 수의계약
  5. 5 [단독] '대통령 민생토론회' 수의계약 업체, 사무실 없거나 유령회사 의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