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찜질방 찾기는 '보물 찾기'

[똑딱이와 함께 길나기 9] 보물같은 찜질방에서 라디오 인터뷰하다!

등록 2008.09.19 18:00수정 2008.09.2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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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뚫고 철원까지... ⓒ 이장연


자전거 여행 셋째날, 새벽부터 비가 내려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습니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서 나와 탱크와 장갑차 행렬을 피해 비내리는 한탄강을 잠시 둘러보고 건너 길(포천시로 넘어갈 뻔 했다)을 헤매다 도로 포장공사가 한창인 대전리 고갯길을 힘겹게 넘어 포천시 창수면, 영중면, 영북면을 거쳐 강원도 갈말읍(신철원)에 이르는 빗길은 정말 녹녹치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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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리선사유적지에서 나와 한탄강을 다시 건넜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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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에서 포천을 지나 철원까지 ⓒ 이장연


무엇보다 판쵸우의를 뒤집어 쓰고 페달을 밟는 것이 쉽지 않고, 바퀴가 굴러가며 튀어오른 빗물이 안장까지 차오르는 통에 땀과 빗물에 홀딱 젖고 말았습니다. 잠잠하다가도 불쑥 성을 내며 불어오는 거센 비바람 때문에 젖지 않을 수도 없었습니다.


기어가 고장난 자전거의 브레이크마저 비 때문에 잘 듣지 않았습니다. 내리막길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했고 전날처럼 쉽게 속도를 낼 수 없었습니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자는 가뜩이나 답답한 시야마저 가렸고, 비바람 속을 내달려 몸은 점점 차가워졌습니다. 그래서 전날보다 더 자주 쉬어가며 목적지인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으로 나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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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비닐하우스에서 비를 피하며 쉬었다. ⓒ 이장연


연천군 전곡에서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에서 다시 동송읍까지...

급커브와 감속 푯말을 무시한 채 빗물을 '파악'하고 튀기며 쌩쌩 내달리는 자동차 행렬을 피해가며 영중면 성동삼거리에서 다시 영북면으로 나아가다 타이참전기념비에서 젖은 몸을 말리며 한참을 쉬었습니다. 힘겹게 빗속을 내달린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영북면에 도착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영북면에서 갈말읍까지는 1시간 정도면 충분해 보였습니다.

비에 젖은 몸이 마르자 다시 축축한 안장에 올라 힘차게 나아가는데, 길고 완만한 경사의 도내지고개와 마주해 자전거를 끌고 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지루한 빗길 고갯길을 넘어서자 영북면에 이르렀고 예상대로 갈말읍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4차선인 43번 국도를 이용하는 차량들도 줄어들어 보다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 내린 비도 잠시 쉬는 듯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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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커브라서 감속하라잖아!! ⓒ 이장연


마침내 자전거 여행 셋째날의 목적지인 갈말읍에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지나 점심께 이르렀습니다. 우선 낯선 여행객을 친절히 맞아주신 한 아주머니께 길을 물어 갈말도서관으로 찾아갔습니다. 헌데 휴관일이라고 하더군요. 전날 연천중앙도서관에서 위치만 확인하고 휴관일을 제대로 확인치 않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어, 저녁 7시경 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가 있기 전까지 이르지만 비가 내리니 24시간 찜질방에서 쉴 생각으로 갈말 읍내를 둘러봤습니다.

우리쌀만 사용하는 김밥 한줄이 천원 그리고 찜질방 찾아 삼만리?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요? 갈말읍(신철원)에 딱 하나 있는 찜질방이 내부수리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고 눈앞이 깜깜해, 우선 길에서 다른 주민께 혹시 다른 찜질방이 근처에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공사 중인 저것 하나뿐이고 목욕탕은 있다며 그 곳을 소개해주셨습니다. 할 수 없이 배도 고파 근처 '중국산 쌀이 아닌 우리쌀만 쓴다'는 김밥집에서 한줄에 1000원하는 김밥 두 줄과 뜨거운 국물을 더한 떡라면으로 요기를 하면서 추위에 떠는 몸을 추슬렀습니다.

김밥집에서 낯선 여행자에게 호기심을 느낀 아주머니께서 이것저것 물어왔고, 그에 답하며 허기진 배를 채우며서 그분께 다시 한번 갈말읍 인근에 찜질방이 있는지 여쭈어봤습니다. 그는 고석정에는 온천호텔이 있고 동송읍에는 찜질방이 있을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가면서 "남은 길 조심히 완주하라"는 따뜻한 말도 건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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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뚫고 갈말읍까지 왔는데.. ⓒ 이장연


아쉬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김밥집에 앉아 지도책을 펴고 갈말에서 동송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살펴보니, 영북면에서 갈말까지 온 거리만큼 되더군요. 갈말읍에서는 더 이상 할 일도 볼 일도 없어, 저녁에 있을 라디오 인터뷰를 위해 동송에 있는 찜질방을 찾아가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연천에서 북쪽으로 돌아 동송으로 갈 것을 한참을 돌고 말았습니다. 그 길에 노동당사와 도피안사도 둘러볼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김밥집에서 나와 판쵸우의를 뒤집어 쓰고, 힘겨운 빗길을 또다시 2시간 정도 내달려 동송에 있다는 찜질방을 찾아나섰습니다. 무슨 고대보물과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탐사대가 된 듯 한 기분이었습니다. 철원종합운동장에 잠시 들렀다가 한탄강을 건너 고석정을 지나 드넓은 철원평야가 자리한 마을들을 지난 뒤에야 오후 5시가 못되어 동송읍에 도착했고 그리도 애타게 찾던 24시간 찜질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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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에서 라디오 인터뷰하다! ⓒ 이장연


카운터에 하룻밤 묵을거라고 하고 비용(7000원, 반팔티와 반바지 포함)을 지불하고 자전거에서 짐을 챙겨 올라갔습니다. 비에 홀딱 젖은 옷가지를 벗어던지고 짐들을 부려놓고 욕탕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몰래 빨래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정비를 하고 난 뒤에는 계단과 수면실에서 교통방송 인터뷰를 위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했습니다. 찜질방에 들어와서도 맘편히 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튼 평일이라 이용객이 없는 한가한 찜질방에서 무사히 라디오 인터뷰를 마치고, 건빵과 꿀차, 뽀글이 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하다 수면실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찜질은 생각치도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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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찾은 찜질방에 도착해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니 6시가 가까워졌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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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밖은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비가 와서 주변 풍경을 사진에 많이 담지 못했습니다. 고석정관광지도 둘러보지 못했고요.


덧붙이는 글 비가 와서 주변 풍경을 사진에 많이 담지 못했습니다. 고석정관광지도 둘러보지 못했고요.
#자전거여행 #찜질방 #라디오인터뷰 #철원군 #동송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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