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부자감세 아닌데"-여당 "부자정당 아닌데"

'종부세 완화' 여당 내부 거센 반발... 연내 처리 힘들듯

등록 2008.09.23 13:21수정 2008.09.2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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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부동산 정책관련보고 정책의총에서 임태희 정책의장과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유성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부동산 정책관련보고 정책의총에서 임태희 정책의장과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유성호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국민에게 잘 알려라."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그린벨트 해제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면 등을 놓고 부자를 위한 대책이나 부동산 광풍이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했다.

 

이명박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논란에 대해 "부자감세가 아니다"며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원으로 올린 정부의 부동산 개편안을 놓고 서민과 중산층의 '부자 감세'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자감세라는 비판 나오고 있지만, 조세정의 차원에서 징벌적 과세는 곤란하고 헌법적 체계와도 배치된다"면서 "형평에 어긋나는 징벌적 과세를 하는 건 바로잡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생 벌어서 자산이 집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세금을 물린다는 것은 사회복지 대책 차원에서도 문제가 크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도 "종부세 자체가 징벌세로, 과도한 '세금폭탄'의 성격이 있어서 완화시켜 주는 것"이라면서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라는 주장은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기획관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 "정부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세금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소수라도 있다면 문제해결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종부세의 불합리한 측면들을 제거해 줌으로써 감세 효과를 가져오는 측면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박 기획관은 "(이번 조치는) 1가구1주택을 갖고 있는 고령자에게 종부세가 과도하게 물려 있는 상황이라든지, 또 중산층이 소득이 뒷받침 되고있지 않은데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소득에 비해 과한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를 해소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기획관은 "결국 종부세 폐지로 가는 게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당장은 폐지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기획관은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 문제, 또 국민의 정서도 고려해 이번에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본 틀을 잡은 것 같다"면서도 "종부세의 성격이 과연 적절한 조세형태인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지금 당장 종부세 폐지를 추진하지 않지만 '징벌세'의 성격이 강한 만큼 향후 완전 폐지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부자감세가 아니다"는 정부측 설명과는 달리 야당은 물론 정부측 입장을 가장 앞장서서 뒷받침해야 할 여당 내부에서조차 종부세 완화 방안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힘을 얻고 있다. "자칫 부자정당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이 행정부 안을 전부 합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정부안에 대한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의총"이라고 강조하는 등 정부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상당수 의원들은 당정이 합의한 종부세 완화 방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정부의 종부세 완화 방침은 사실상 폐지"라며 거세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조차 파열음이 나오면서, 종부세 법안의 연내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2008.09.23 13:21 ⓒ 2008 OhmyNews
#종부세 무력화 #이명박 대통령 #부자감세 #부자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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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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