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는 무력화, 재산세는 인상

[주장] 상위 1%의 지지가 그렇게 절실한가?

등록 2008.09.24 11:58수정 2008.09.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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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드디어 종합부동산세의 무력화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상위 1%의 부자들은 환호할 것이다. 투기적 목적으로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들도 손뼉을 칠 일이다. 그리고 모자라는 세수는 재산세를 더 걷어서 충당하겠다고 한다. 허름한 자가보유 세대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자들이 덜어낸 부담을 서민들이 나눠지도록 만들겠단다. 과연 '강부자 정권'다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의 도입취지

 

종부세를 도입한 것은 참여정부이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시기에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하였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 투기적 이익을 위해 더 많은 집을 보유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의도였다.

 

또 부의 재분배 기능도 가지고 있는 세금이다. 상위 1%의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 보유자에게서 보유에 대한 세금을 걷어 지방교부금으로 배분하였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에서는 마치 가뭄 끝에 한줄기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교부된 지방재정은 지방에 거주하는 서민에게도 알게 모르게 혜택이 되었다.

 

부동산 보유세 중 재산세는 각 지방간 편차가 극심한 세목이다. 또 이것을 국세로 전환하는 것도 자치단체들의 반발로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특정 지역은 멀쩡한 보도블록을 만날 걷어내고 다시 까는 반면 대부분의 다른 지역은 깨지고 파손된 보도블록을 돈이 없어서 방치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재산세의 문제점을 일부 보완하는 장점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종부세이다.

 

근원적으로 보유세가 지나치게 낮아서 주택을 과소비하고, 그것으로 인하여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그 폭등이 또다시 투기적 과수요를 유발하는 악순환에 제동을 걸자는 취지가 있었다. 시장경제의 시스템하에서 주택을 과소비하거나 투기적 동기로 보유하거나 그것은 자유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태들이 국가적 문제를 초래하는 수준이라면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제동을 걸어야 마땅하다.

 

이명박 정권의 종부세에 대한 인식

 

참여정부 시절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종부세의 도입을 반대하였다. 부자들에게 징벌적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상징적으로 '세금폭탄'이라는 용어를 부각시키고, 그것에 대한 사회 일각의 반감을 자극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 결국 집값이 더 오르길 바라거나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지방권력을 장악하고, 집권에 성공하였으며, 과반의석까지 확보하였다.

 

종부세는 도입 초기 과표 9억원 이상에 부과하도록 입법이 되었다. 한나라당의 세금폭탄론이 국민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당시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일부에서 정책 물타기를 시도한 탓이다. 사실 그렇게 해서는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 부과대상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세수도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후에 부동산 가격의 앙등이 계속되자 다시 개정하여 그나마 실효성을 좀 확보한 것이 현행법이다. 과표를 6억 이상으로 하여 부과 대상도 대폭 늘리고 세수도 상당히 확충하였다. 그리고 이제 겨우 1년을 시행하였을 뿐이다. 이것을 다시 무력화하겠다고 나선 것이 이명박 정권이다. 과연 그렇게 화급한 일인지 모르겠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를 '부자들에게 박은 대못'이라고 표현하였다. 과연 그렇게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종부세가 대못이었을까? 세금을 더 내라면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부자들도 종부세가 싫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십억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불과 몇백 만원의 세금이 대못이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아마도 대못이 아니라 핀에 살짝 찔린 정도의 느낌이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이다. 소득계층 간의 양극화, 지방자치단체 간의 양극화는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그 자체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양극화에 대한 미미한 수준의 완충기능을 종부세가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권은 그것조차 용납이 안 되는 모양이다. 부자나 빈자나 동일하게 세금을 부담하자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인기 없던 지난 정권이 한 일은 모조리 부정하고 지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사실 지난 정권의 낮은 인기도보다 지금 이 정권의 인기는 더욱 낮다. 그럼에도 지난 정권을 공격하여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 이미 효력이 다 떨어진 일에 집착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집권세력은 자신들임을 깨달아야 한다. 부자들을 대변하는 집권세력, 서민의 삶을 살피지 않는 정권이 갖는 인식의 한계이다.

 

종부세를 깎고, 재산세를 올린다?

 

종부세는 국세이고 재산세는 지방세이다. 이 둘을 연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종부세의 주요 용처인 지방교부금은 지방세로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방세를 국가가 빼앗아 지방교부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법 논리에 맞지도 않을 뿐 아니라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

 

종부세를 무력화하고 재산세를 더 올린다는 것은 부자들의 부담을 덜어 서민들과 나눠서 지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연 겨우 누추한 집 한 채를 가진 서민들이 부자들의 부담을 나눠서 지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종부세를 도입하기 이전에 재산세에 대한 국세 전환 논란이 잠시 있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강력히 저항하였다.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하면 지방자치의 본질적 침해가 일어난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하여 지방균형 발전과 지방간의 재정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종부세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은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대신하여 재산세를 올리는 것도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재정이 여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면 모두 나서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도 개인적 이해관계를 떠나 자신의 소속 지역구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종부세가 애당초 겨냥하던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우선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들의 동의를 얻어내야 할 것이다. 또 재산세에 누진기능을 확실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비로서 지방간의 재정 불균형 완화기능을 하고, 보유세 부담을 늘려서 투기적 부동산 가수요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산세의 국세화도, 누진기능 강화도 현실적으로는 반발에 직면하여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종부세는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먼저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불비한 상태로는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세인 종부세를 깎고, 지방세인 재산세를 올리는 것은 일부 버블세븐 지역의 부동산 소유자를 제외하고 동의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만일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정부안을 통과시킬 경우 '강부자 정권'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1% 부자들에게 지지받기 위해서 다수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다. 과연 그렇게 해서 정치적으로 집권세력이 이익을 볼 수 있을까? 아직은 큰 선거가 멀게 느껴지지만 세월은 금방 지나간다. 불과 1년 8개월이 지나면 전국단위의 지방자치 선거가 있다.

 

또 종부세를 무력화 시키고 나면 고가의 주택은 가격이 앙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부자들은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될 것이 뻔하다. 재건축을 완화하면 또 종부세 무력화와 더불어 부자들의 이익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한국경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들은 여전히 충분히 소비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뇌관이다. 정부의 안을 넘겨받은 한나라당이 더 많이 고민해야할 때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9.24 11:58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종부세 무력화 #재산세 인상 #강부자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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